사진: 프리모리스크 항/ 사진출처 : 위키미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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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로 한국이 원유·석유화학 원료 조달 재검토에 나선 가운데, 러시아 언론은 이를 단순한 공급망 대응 차원을 넘어 대러 제재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보고 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는 25일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이 “2차 제재 위험 없이 러시아산 원유를 살 수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미국과 협의를 거쳐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과 관련한 비달러 결제 가능성과 2차 제재 적용 여부를 검토했다. 이어 3월 26일에는 LG화학 대표가 러시아산 나프타 구매와 결제 과정에서 정부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은 이 같은 움직임을 비상시 공급선 확보 문제로만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러시아 언론 보도는 공통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가 한국에 여전히 필요하며, 제재의 장벽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리아노보스티는 러시아 국부펀드 RDIF 최고경영자이면서 대통령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의 발언을 인용해 19일 “다른 현명한 이들처럼(한국도 현명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매채는 이를 두고 한국의 선택을 이념보다 현실을 우선한 결정으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대러 에너지 재검토와 한반도 안보 이슈를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인테르팍스는 25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 한미 연합훈련 ‘프리덤실드’를 두고 “전쟁 준비”라고 표현했다. 하루 전인 3월 24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식 규정했다는 내용이 러시아 매체들에 보도됐다.
러시아산 원유, 나프타 구매 문제와 한반도 안보 문제를 직접 연결한 러시아 측의 공식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관련 기사들을 종합하면 러시아 언론은 한국을 안보적으로는 미국과 공조하는 압박 대상, 경제적으로는 러시아 자원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국가로 묘사하고 있다.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나프타 재검토 문제를 제재의 균열 또는 현실적 조정 신호로 읽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리아노보스티는 3월 16일 한국 내 온라인 반응을 인용해 “한국인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촉구한다”는 기사도 내보냈다. 일부 온라인 반응을 한국 사회 전체 여론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러시아 언론이 이를 활용해 한국 내부에서도 현실론이 부상하고 있다는 내용을 부각시킨 바 있다.
앞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도 2월 초 제재가 한러 관계 회복의 핵심 장애물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실무 협력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언론은 최근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나프타 재검토를 한국에 대한 강경 기조와 충돌하는 사안이 아니라, 오히려 러시아 자원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매체 보도를 종합해보면 한쪽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을 '전쟁 준비'라고 규정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이 러시아의 원유 나프타 공급을 다시 검토하는 장면을 끌어와 제재와 반러 노선의 허약함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승현 에디터buyrussia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