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선포- 러시아가 그 전쟁을 비켜간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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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한국(25%)와 일본(24%), 유럽연합(20%) 등 동맹국에 대해서도 거의 예외가 없었다. 가장 가혹한 관세는 역시 경쟁자인 중국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최근의 20% 관세에 더해 34%를 추가했으니,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는 무려 54%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벼러온 '중국'이니 상품가격의 절반을 넘는 세금(관세) 부과는 당연(?)할지 모른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에 대해 관세 부과를 알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출처:페이스북
전세계 주요 국가들에 대해 관세 부과를 알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출처:페이스북

 

의외인 나라는 러시아와 이웃국가 벨라루스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벨라루스를 관세 부과 대상국가에서 뺐다. 왜 일까?

rbc 등 러시아 매체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케빈 하셋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5일(현지 시간) ABC 방송의 'This Week' 프로그램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하는 동안 워싱턴이 러시아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역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가지 문제를 섞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가 다른 어떤 나라와 다르게 대우받을 것이라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50개국 이상이 협상을 요청했다"며 "관세 부과의 타격을 가장 많이 입는 사람들이 바로 자신들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폭스 뉴스와 인터뷰하는 하셋 미 백악관 경제위원장/사진출처:유튜브
폭스 뉴스와 인터뷰하는 하셋 미 백악관 경제위원장/사진출처:유튜브

하셋 위원장의 설명은 앞선 미국 측의 해명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3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와 벨로루시와의 무역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래빗 미 백악관 대변인도 악시오스(Axios)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이미 의미 있는 무역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추가 제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또다른 백악관 관계자는 뉴욕 타임스(NYT)에 "쿠바와 북한도 같은 이유로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시오스는 미-러 무역 규모가 2021년 350억 달러에서 작년(2024년) 35억 달러로 10분의 1로 줄었지만 양국간에 무역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목록에 포함된 모리셔스나 브루나이와 같은 국가보다 러시아와 더 많은 무역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에게도 기본 관세 10%가 부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상대국가와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나아가 미국 경제가 직면한 천문학적인 부채(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로 인한 나비 효과는 전세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구도를 뒤흔들 게 틀림없다.

우선,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나타날 동맹 균열이다. 우크라이나에게는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유럽의 경제 위기로 이어지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지원 능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러시아는 거꾸로 미국과 EU의 갈등을 활용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예를 들면 EU가 경제에 도움이 될 러시아의 저렴한 에너지(가스와 석유)를 다시 수입할 수 있도록 부추길 수 있다. 

중국의 대(對)미국 판로가 막히면 중국은 그동안 몸조심해온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제 3자 제재, 제재 대상국가와 거래하는 제 3국을 제재하는 미국의 정책/편집자)를 더 이상 우려할 필요가 없다. 러시아에게는 자금 결제 문제로 제동이 걸려온 중국과의 교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중국과 EU는 이미 미국에 관세를 즉시 해제할 것을 촉구하고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은 전 세계의 지정학적 지형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세계가 과거 냉전시절처럼 서로 폐쇄된 시장으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국가군과 아닌 국가군으로 나눠진다는 것.

또 미국의 고(高)관세로 타격을 입은 주요국가들이 집단적으로 미국에 맞서는 상황도 예견해볼 수 있다. EU가 반(反)미국 동맹을 주도해 중국과 러시아, 나아가 브릭스와의 교역을 강화한다면 예상 밖으로 큰 시장 변화를 을 경험할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경우, 자원이 풍부하고 비교적 큰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반미 동맹국가들에게 다가갈 카드가 충분하다. 러시아는 또 반미 국가들에게 '핵우산'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히 종식시키려는 노력을 배가시킬 수도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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