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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州) 전선에서 러시아군으로 싸운 중국인 (용병) 두 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두 명 중 한 명의 영상을 공유하며 "러시아의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점령군 부대 내에 더 많은 중국 국적자가 있다는 정보를 확보해 관련 기관이 이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공개한 영상을 보면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군복 차림의 남성은 묶인 두손을 흔들고 몸동작을 크게 하며 뭔가 항변하는 듯한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에게 생포된 북한군도 2명이다. 그러나 북한군은 러시아 영토에서, 중국인은 비록 러시아군이 점령했지만, 국제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영토로 인정되는 도네츠크 전선에서 전투에 참가했다는 게 근본적인 차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를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설명을 듣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중국인의 전투 참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군복을 입은 중국인의 모습은 지난달(3월) 초 포크로프스크 전투의 영상에 등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당시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또 중국인의 이날 포로 공개가 우크라이나 당국이 취한 첫번째 반(反)중국 성향의 움직임이 아니라는 점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국방안보회의(우리의 국가안보실)산하 허위정보퇴치센터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8일 아침 "중국이 조지아(그루지야)의 흑해 연안에 항구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는 나토(NATO)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략은 간단하다"며 "흑해 동부에서 나토를 몰아내고, 러시아와 튀르키예(터키)의 협력 없이도 유럽으로 가는 공급로를 만들어 중국의 군사및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중국인 포로 공개의 노림수
중국인 포로를 공개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직접적인 노림수는, 일단 러시아가 전쟁에 중국인까지 끌여들였으며, 궁극적으로 휴전 혹은 정전 협상에 진정성이 없다는 점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러시아가 유럽에서 벌이는 이 전쟁에 중국이나 다른 나라를 직간접적으로 개입시키는 건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의도가 없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미국 등 국제사회에 "이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을 향해 "미국이 우리(우크라이나)와 먼저 대화하고, 그다음 러시아와 소통하기를 매우 바란다"며 "오늘 이 뉴스(중국인 포로 공개)를 본 뒤 입장을 바꿀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조만간 열리는 '람슈타인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가 노리는 또다른 의도는,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전쟁 중에 더욱 긴밀해진 러-중 (동맹) 관계를 와해하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계획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러시아 편에 서서 우리와 싸우고 있으니 괜히 '헛심'을 쓰지 말라는 신호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와 힘을 합쳐 미국에 적대적인 러-중 동맹에 맞서는 게 현실적임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임 바이든 전임 행정부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 행정부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시기적으로는 적절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50% 보복 관세 부과를 경고하는 등 무역전쟁을 불사할 태세다.
◇양날의 검
이같은 그의 전략은 그러나 '양날의 검'과 같다는 분석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의 친러 성향에도 베이징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피해왔다. 오히려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 못지 않게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현대전의 핵심 무기로 등장한 '드론' 생산의 선두주자다.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드론의 대부분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다. 중국이 우크라이나로의 드론 및 부품 공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비공식 장벽이라도 만든다면 우크라이나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더 큰 위협은 중국이 마음먹고 러시아를 도울 경우다. 중국은 원한다면, 러시아측에 수많은 드론과 전자전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은 그 과정에서 '현대전'을 직접 경험하고 전투력을 쌓을 수 있다.
만약에 중국이 대놓고 러시아에 드론을 지원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선은 중공군의 '한국전쟁' 개입 이상으로 요통칠 게 분명하다. 최근 몇 달간의 전투 흐름을 보면, '드론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측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특히 공격 작전에서 가장 확실한 성공 요인이다. 우크라이나군 지도부도 중국이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베이징은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피해왔다. 미국 등 서방과의 경제 협력 관계를 훼손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선포(고율의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對)서방 눈치보기는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중국인을 생포했다며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워싱턴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노림수대로 따라줄 지도 불분명하다. 미국은 중국인의 전투 참여 주장에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생포된 중국인의 영상을 공개한 것이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위협'을 부각시켜 미국의 친러시아화를 막고, 바이든 시절의 협력 관계를 되돌릴 수 있을지, 아니면 중국과의 갈등으로 더 큰 군사적 위협에 처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