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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휴전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각 지역을 향해 대규모 공습을 재개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고위 인사를 제거하는 게릴라전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측의 살해 행위를 '테러'라고 주장하지만, 전쟁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적의 주요 인물에 대한 공격을 탓할 수는 없다. 대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집요하고 치밀한 공작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25일에도 군 고위 장성이 폭발물 테러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살해 수법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군에서 화생방(방사능·생물학·화학) 무기를 총괄하는 이고리 키릴로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이 이른 아침 주상복합형 아파트 건물을 나서다 출입구 근처에 세워진 전동 킥보드(전기 스쿠트)가 폭발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 25일에는 러시아군 총참모부 주요작전국 부국장인 야로슬라프 모스칼리크 중장이 오전 10시 30분경 모스크바 인근 발라시하의 아파트를 나서다 주차된 차량이 폭발하는 바람에 사망했다.
사제 폭발물을 전동 킥보드와 차량에 각각 설치한 뒤 원격으로 폭발시킨 수법도 닮았다.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두 사건 모두 형법상 살인 및 폭발물 불법 매매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고, 사건 용의자들은 곧바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의해 체포됐다.
키릴로프 장군의 살해 용의자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8세 청년으로, 우크라이나 SBU의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수사 개시 하루만에 체포됐는데, 우크라이나 수미 출신인 정보요원(러시아측 주장/편집자) 이그나트 쿠진으로 확인됐다. 쿠진이 심문받은 영상은 FSB에 의해 공개됐다.
피살된 모스칼리크 장군은 러시아 군사블로거 사이에서 러시아와 서방의 고위급 평화 협상에 여러 차례 참여한 러시아 군부내 '떠오르는 별'로 묘사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또 러시아군 총참모부 산하 국가국방관리센터 소장 후보로도 거론됐다고 했다.

러시아 매체 rbc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인 2015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내전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민스크 협정) 연락 그룹(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대표로 구성/편집자)의 러시아 실무 담당자로 근무했다. 2021년에는 국방부 주최 제9회 모스크바 국제 안보 회의에서 아프리카와 중동의 군사 및 군사 기술 협력을 주제로 연설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용의자 쿠진은 모스칼리크 장군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중 폭발용 차량을 구매한 뒤 차량 내부에 폭탄을 설치했다. 그리고 1주일 전 튀르키예(터키)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폭발 사건 후 FSB와 터키 사법기관과의 공조로 체포돼 모스크바로 압송됐다고 한다.
쿠진의 실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주모자는 우크라이나 키예프(키이우)에 사는 배후 조종자 '바딤'이다. 지난 2023년 4월 '바딤'으로부터 처음 모스칼리크 장군의 제거 계획을 들었으며, 지난해(2024년) 9월 그의 명령에 따라 모스크바로 이주했다는 것. 그는 같은 해 11월 모스칼리크 장군이 살던 아파트로 이사한 뒤 바딤의 지시에 따라 지난 2월 자동차를 구입했으며, 비밀 은닉처에서 비디오 카메라와 폭발 장치를 받았다고 자백했다.
쿠진은 그러나 '차량 폭파'는 우크라이나에 있던 '바딤'이 직접 했다고 주장했다. 폭발한 차량은 독일산 2000년형 폭스바겐의 '골프'다. 2006년 러시아에 (중고차로) 들어왔으며, 소유자가 7번 가량 바뀐 뒤 지난 1월 모스크바에서 차량 등록이 취소됐다. 한달 뒤 이 차량은 쿠진에게 넘어갔다.
러-우크라 간 평화 협상이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발생한 모스칼리크 장군의 피폭 사건은 러시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겼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키예프 정권의 본색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으로,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테러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며 "평화 협상과는 상관없이 우크라이나 정권의 본질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를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한 뒤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장성의 피살에 앞서 지난해 11월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서는 흑해 함대 소속의 1등 함장 발레리 트란코프스키가 타고 가던 차량이 폭발했다. 트란코프스키 함장은 즉사했다.
또 지난 17일 밤(18일 새벽)에는 우크라이나 접경 브랸스크의 전기기계 공장 설계국장이자 '크라수하 전자전' 시스템의 개발자인 예브게니 리트니코프가 피살됐다. 그가 자신의 차량에 오르는 순간, 차량 바닥에 매설된 사제 폭발물이 폭발했다. '크라수하(Красуха) 전자전' 시스템은 전파 간섭을 통해 공격및 정찰 항공기(의 항법 시스템)를 무력화하는 장거리 전자전(EW)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