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푸틴 대통령, 내달 전승절 사흘 휴전 선언의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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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부활절 휴전에 이어 28일 전승절 임시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기간은 5월 8일 자정(0시)부터 10일 밤 12시까지 총 72시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을 끼고 사흘 간이다.

러시아는 올해가 전승절 80주년이어서 대대적인 기념식 행사를 준비중이다. 중국과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등 16개국 이상의 정상들이 모스크바를 찾을 전망이다. 2022년 2월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가장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한꺼번에 러시아를 방문하는 데다가 전승절 80주년이라는 상징적 의미까지 덧붙여 푸틴 대통령이 휴전을 선언했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특수 군사작전 총사령관 겸임)으로부터 화상을 통해 쿠르스크주 탈환작전 완료를 보고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특수 군사작전 총사령관 겸임)으로부터 화상을 통해 쿠르스크주 탈환작전 완료를 보고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또 전승절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군에게 점령당한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수드자 일대를 완전 탈환한 것도 휴전을 선언한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다. 지난 19일 부활절 30시간 휴전에는 쿠르스크 지역이 빠져 있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크렘린은 28일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푸틴 러시아연방군 최고사령관의 결정에 따라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고려를 바탕으로 승전 80주년 기념일 동안 휴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 기간 모든 군사 행동이 금지된다"며 "우크라이나도 이를 따라야 하며 우크라이나 측이 휴전을 위반하면 러시아군은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전제조건 없는 평화협상도 준비돼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모스크바 크렘린/사진출처:현지 매체 영상 캡처
모스크바 크렘린/사진출처:현지 매체 영상 캡처

러시아가 '부활절 휴전'을 한두 시간 앞두고 선언한 것과는 달리 일찌감치 '전승절 휴전'을 선언한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안전을 이유로 모스크바의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주저하거나 불안해하는 각국 정상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6일 바티칸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뒤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아마도 그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한 데 대한 대응 성격이다. 어차피 전승절 휴전을 선언할 바에야 시기적으로 적절한 때를 선택한 셈이다.

눈여겨 볼 것은 스트라나.ua의 전승절 휴전 선언에 대한 분석. 최소한 5월 9일까지는 트럼프 미 대통령 주도의 휴전 협상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는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크라 양국을 향해 '미국의 평화안' 수락을 거듭 압박하고 있는데, 양국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난색을 표하며 평화안 수정 혹은 보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라나.ua는 "부활절 30시간 휴전, 전승절 3일 휴전이 주는 이미지는 러시아가 휴전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휴전이 5월 10일 이후로 연장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더 많은 미-우크라, 미-러시아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연장 가능성(30일 휴전)을 배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측은 일단 러시아의 일방적인 부활절 휴전 선언에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두 시간 전 갑작스레 선언된 '부활절 휴전'에 일단 부정적이었던 우크라이나 당국이 곧바로 태세를 전환해 휴전을 수락했다는 점에서 이번 휴전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이미 30일 휴전을 받아들인 우크라이나가 굳이 휴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명분 싸움에서 선수(先手)를 빼앗긴 우크라이나는 '30일 전면 휴전' 주장으로 러시아를 계속 압박할 게 틀림없다. 

실제로 안드레이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러시아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5월 8일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이 즉시 휴전해야 한다"며 "우리는 최소 30일 동안의 휴전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리야 자리브나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텔레그램 채널에 "휴전은 무조건적이어야 한다"며 "그 외의 모든 것은 푸틴 (대통령)의 전술적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 메시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하다.

설사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받아들인다고 할지라도 '부활절 휴전'과 마찬가지로 양국은 서로 '프로파간다'(선전) 공세를 펼 것으로 전망된다. 부활절 휴전 당시, 양국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누가 먼저 휴전을 위반했는지는 일체 고려하지 않고 위반에 대한 상대측 대응조치까지도 휴전 위반으로 비난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전쟁 상황이니 이를 굳이 탓할 것은 아니다 싶다.

러시아군의 공격/현지 매체 영상 캡처
러시아군의 공격/현지 매체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분명한 것은 부활절 휴전 기간에 양측의 공습이나 포격, 충돌이 확연히 줄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30시간이 아니라 사흘인 만큼 휴전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전승절 휴전 선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살상을 멈추고 유혈사태를 중단시킬 항구적 휴전을 보길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대통령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입장(양국에 대한 압박)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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