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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쿠르스크 탈환 작전 완료(러시아식 표현으로는 쿠르스크 해방) 선언 후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군의 쿠르스크 파병을 28일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 측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군 총참모장(특수 군사작전 총사령관 겸임)에 이어 푸틴 대통령이, 북한 측은 조선중앙통신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서면 입장문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하고, 쿠르스크 해방 작전에 기여한 그들의 공을 치하했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부상병 2명의 얼굴과 목소리가 우크라이나 당국에 의해 공개되기 전까지,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는 북한군 파병에 대한 우리 국가정보원과 우크라이나 당국, 서방 언론 등의 발표및 보도에 깐깐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는 기사를 써왔다. 모스크바와 평양의 공식 발표를 계기로 그간의 일부 기사 작성에 편견과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독자들에게 사과한다.
모스크바와 평양의 북한군 파병 확인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쿠르스크 전선에서 선보인 북한군의 전투력과 마음가짐, 역할 등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TV채널 '채널1'(우리의 KBS 격)은 이날 저녁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브레미야'(시간이라는 뜻)에서 북한군의 쿠르스크 파병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의 서면 입장문을 화면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또 쿠르스크 전투 투입전 훈련을 받고, 실전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적(우크라이나군) 진지를 점령하는 북한군 병사들의 활약을 담은 영상이 러시아군에 의해 공개되는 등 북한군 관련 영상이 현지 언론 매체와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다.
◇쿠르스크 전선에서 보여준 북한군의 전투력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MKru(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북한군의 전투력에 대한 현지의 평가는 180도로 완전히 바뀐 상태다.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선에 처음 등장할 무렵(우리 합참 발표로는 지난해 10월), 우크리이나 언론은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들의 주장을 인용해 "북한군이 소위 '고기 분쇄기'에 빨려들어가듯 무의미하게 죽어가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국내 언론도 비슷한 논조로, "북한군이 현대전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약 4천명에 달하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초 우크라이나가 장악한 쿠르스크주(州) 점령 지역을 거의 상실한 뒤 북한군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의 평가는 완전히 뒤집혔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들과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서 패퇴한 것은 북한군 참전 때문"이라고 쓰기 시작했다. 반(反)게라시모프 군총참모장 성향의 일부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도 비슷한 분석이 게재됐다.
사실일까?
스트라나.ua는 이같은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전투에 참여한 북한군의 수가 비교적 적었기 때문에 쿠르스크주 해방에 대한 북한군의 기여를 그렇게 평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군의 병력이 1만 2천 명에 이르렀을 때, 쿠르스크 지역에 주둔한 러시아군의 수는 무려 6만 명이나 됐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파병 북한군은 다수의 실전 경험을 거치면서 3월 초에야 전투력이 완벽한 군대로 변모했을 뿐, 그 전에는 별다른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측의 평가는 좀 다르다.
쿠르스크 탈환작전에 참여한 러시아 '보스토크'(동부) 대대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북한군의 뛰어난 전투력을 감탄했다. 북한군은 죽음을 불사하는 태도와 조직력, 철저한 군기(軍紀)를 보여주며 우크라이나군 격파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북한군 병사들은 대부분 젊고 강인하며, 절대 생포되거나 항복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물러서지 않는 용기는 그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된 듯하다. 보스토크 부대원들은 "북한군은 아무리 거센 (적의) 저항에도 일체 후퇴하지 않고, 계속 진격했다"며 "파도 하나(공격)가 지나가면 두 번째 파도가 그 뒤를 잇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죽음을 불사하고 공격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그들에게는 분명히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러시아 군인들도 그들의 전투력과 용기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군의 이같은 무모한 용기는 참전 초기에 엄청난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고기 분쇄기'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만용으로, 러시아 측은 '놀라운 용기'로 받아들였을 것 같다.
◇북한군 투항을 위해 위조 지폐 살포
우크라이나군이 파도처럼 계속 밀려오는 북한군에게 항복을 권유하기 위해 북한 위조 지폐를 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의 유명 종군기자 알렉산드르 코츠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입수한 위조 지폐를 공개했다. 지폐에는 한글로 "항복하라! 김정은이 너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너희 가족을 굶겨 죽였다. 노란 깃발을 들고 손을 들어 '자유!'를 크게 외쳐라.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 그들 지시를 따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북한군도 위조 지폐를 보고 자신이 한 충성 맹세나 동맹국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그는 적었다.
북한군의 전투력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의 참전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쿠르스크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쿠르스크 전선으로 핵심 병력을 거의 이동시키지 않고도 러시아는 탈환작전을 성공적으로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러시아 영토가 공격받을 경우, 러시아는 북한군의 투입을 배제하지 않음으로써 우크라이나 측에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접경 벨고로드주(州) 등 러시아 국경 지대를 침범해봐야, 또다시 북한군을 앞세워 영토를 탈환하고 침범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다. 러시아군은 현재 벨고로드주 국경지대로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는 군사작전을 성공적으로 펴고 있다.
현지 군사전문가들은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한 북한군의 병력이 제한적이었던 이유로 언어 장벽과 전투 훈련 시스템의 미비를 꼽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북한군 병력이 새로 투입되더라도 그같은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훈련 여건을 러시아는 이미 갖춘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전투 훈련및 실전 영상 첫 공개도
러시아군은 28일 북한군의 전투 훈련및 실전 영상을 공개했다. 공식 영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트라나.ua가 공개한 1분 17초 가량의 영상을 보면, 북한군 병사들은 훈련장에서 북한군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소총 실탄 사격, 휴대용 대전차 로켓포 RPG 발사 등을 실시했다. “마지막까지”라고 외치는 훈련 교관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러시아 군인의 수류탄 사용 시범을 보고 실제로 던지는 모습, 참호 안을 달리는 모습, 어둑해진 시간에 군가를 부르며 이동하는 모습 등도 영상에 담겼다. 적의 드론을 파괴하기 위해 12구경 산탄총을 사용하는 훈련도 받았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군의 헬멧에 부착된 세이트 조지(성 게오르기) 리본이다. 전투에 투입된 북한군의 식별 표시다.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군은 흰색 혹은 승리를 뜻하는 Z자 표식을, 우크라이나군은 노랑과 파랑의 국기 색상에서 따온 노랑, 파랑 표식을 자국군 식별용으로 주로 사용해왔다.




북한군 표식으로 사용되는 '세인트 조지 리본'은 제2차 세계대전 승리 60주년 기념해인 2005년엔 승전 기념물로 대거 사용됐으며, 내달 전승절 80주년을 앞두고 이 리본으로 시내 곳곳을 장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TV채널 '채널-1'의 뉴스 프로그램 '브레미야'를 보면, 파괴된 교회로 추정되는 건물을 장악하기 위해 러시아 군인들과 함께 총을 쏘며 진격하는 북한군의 모습, 교회를 점령한 뒤 러시아 국기와 공산당을 상징하는 적기(赤旗)를 게양하는 모습, 승리를 축하하듯 러시아 군인과 굳게 포옹하고 함께 (드론)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북한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은 쿠르스크주 핵심 도시 수드자 탈환 작전 당시 찍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파병 확인, 우리 측 대응
rbc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8일 크렘린 웹사이트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국민은 (쿠르스크 해방 작전에 참여한) 북한 특수부대 장병들의 공적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와 공동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북한 영웅들을 러시아 전우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항상 기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군사 작전에 참여한 것은, 국제법과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특히 제4조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군은 영웅적 태도, 높은 수준의 훈련, 헌신을 보였다"고도 했다.
우리 정부는 러-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한 데 대해 "범죄 행위를 자인한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전하규 국방부,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 등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담한 것은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적 행위"라며 "국제법과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반 조항과 정신에 부합한다'고 주장한 것은 스스로의 불법적 행위를 포장하기 위한 기만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며 현재와 같은 북한과 러시아와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도 북한군 파병을 계속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러시아내 군사적 배치(러시아 파병)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어떤 대가성 지원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