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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파병된 북한군의 전투 훈련과생활상을 보여주는 영상이 지난달(4월) 30일 공개됐다. 이 영상은 모스크바와 평양 측이 북한군의 쿠르스크 파병을 공식으로 인정한 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영상의 길이도 6분이 넘고, 고려인 3세 방송인겸 정치인(국가두마·하원 의원)인 마리나 김(42)이 직접 북한군의 훈련 현장을 찾아 취재했다. 기존의 전술 훈련장에서 러시아 교관의 지시에 따라 적진을 향해 돌격하면서 총을 쏘고, 드론을 띄우는 훈련에 이어 야외로 나가 숲속에서 실전처럼 소규모 전술조 단위로 기동하며 구역을 확보하는 훈련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실전 같은 북한군 훈련이 끝난 뒤 마리나 김은 그들을 배경으로 서서 "실제 전투에서는 이렇게 대규모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대부분 2∼4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전술조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취재 영상은 김마리나의 텔레그램 채널(https://t.me/KIMMARINA/4169, 구독자수 2만4천여명)에 올라와 있다. “전 세계 단독 영상으로, 쿠르스크 땅을 자기 땅처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북한군 병사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살아가고, 노래까지 부르는지 보여준다"는 설명을 달았다. 또 "북한군을 훈련시키는 러시아 교관들이 그들과 함께 전투에 나가겠다고 했다"며 쿠르스크 해방에 기여한 북한군 용사들의 업적과 기여에 경의를 표시했다.
이 영상이 기존의 다른 영상과 차별되는 것은 훈련소 입소 북한군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러시아 주요 TV 채널의 앵커 출신답게 금녀(禁女)의 공간인 20대 젊은 북한군 병사들의 참호형 숙소와 식당을 찾아 내밀한 북한군 훈련장의 속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스스로 다자녀 어머니로 소개한 대로 '꼼꼼한 어머니의 시각'이 영상 곳곳에 담겼다. 파병 북한군 처우에 대한 (서방 외신의) 이미지를 탈색하려는 의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녀는 영상 중간에 “쿠르스크땅에 북한군이 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며 "이제는 우리도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훈련소를 직접 찾았다"고 취재 목적을 소개했다
마리나 김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 선전물을 적극적으로 유포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와 우크라이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그녀는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로, 국내에서 개최된 한러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서 그녀는 통역병을 통해 북한군 지휘관·병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재미나다. 우리 조국에 가면 러시아 (중략) 영화들이 많다.” "잘 먹고 지낸다. 유심 칩이 없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지급받아 책과 군사 영화를 내려받아 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숙소와 식당 내부의 모습이다. 참호형 숙소로 내려간 마리나 김은 "좁아 보인다"고 첫 인상을 토로한 뒤 벽에 붙어 있는 '전투도 훈련이다’, ‘쓰러진 전우들의 복수를’이라는 구호에 관심을 보였다. 한켠에 설치된 페치카는 불길이 벌겋게 타오르고 있다.
판자로 된 식당의 문 앞에는 '아침식사 6시~9시, 점심식사 13시~16시, 저녁식사 19시~22시'라는 식사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널직한 공간에 길다란 식탁들이 놓여 있고, 배식 장소에는 빵과 보르쉬, 야채, 쿠키 등 러시아식 음식이 담겨 있다. 특이한 것은 접시에 가득 담겨 있는 빨간 고춧가루다.





그녀는 또 러시아 교관이 북한군과 소통하기 위해 한글과 러시아어를 키릴 문자로 적어둔 종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앞으로', '보라', '나처럼 하라', '미사일 경보', '적 발견', '잘 한다' 등 10개 정도의 단어가 적혀 있다.
영상은 러시아의 '국민 가요'인 '까츄샤' 노래로 끝난다.
“사과 배꽃 만발하게 피고/강 위에는 안개 부르네/까츄샤는 강둑으로 나와/까츄샤는 노래 부르네”
앳된 북한군 병사들 몇몇이 함께 부른다.

‘까츄샤’는 러시아의 대중가요이자 군가다. 전쟁터에 나가 있는 연인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처녀 까츄샤의 심경을 노래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불렸다. 영화 '빨간 마후라'의 주제가 '빨간 마후라'가 우리 군대의 군가로 불리게 된 것과 유사하다.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 방북 당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환영 공연에서 북한 가수 최설희, 차윤미, 김청이 부르기도 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