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미국의 안보보좌관 경질, 주우크라 대사 교체로 떠는 키예프?

미국의 안보전략을 배후 조정하는 마이크 왈츠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상태에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자리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당분간 겸임한다.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동시에 맡는 것은 '외교가의 전설'로 남은 헨리 키신저(2023년 11월 사망)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왈츠 보좌관을 주유엔 미국대사로 지명하고, 루비오 국무장관이 당분간 안보보좌관을 겸하도록 했다. 그는 "왈츠 (보좌관)가 전장에서, 의회에서, 그리고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새 역할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루비오 장관이 임시로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아 미국과 세계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한 왈츠 보좌관/사진출처:페이스북
왈츠 보좌관의 사임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에 매진해온 트럼프 미 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이 최근 '러-우크라 양국이 미국의 평화안(혹은 휴전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조만간 손을 떼겠다'는 협박성 발언들과 맞물리면서 미국의 대(對)우크라 정책 변경 여부가 관심을 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외교 실무를 담당하는 미국 대사(줄리 S 데이비스 대리대사)도 새로 부임한다.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러시아에 대한 강경노선을 앞장서 걸어온 브리짓 브링크 대사가 스스로 그만둔 뒤 임명된 후임자다. 트럼프 새 행정부의 외교 안보 노선을 철저히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트럼프 집권 1기에 벨라루스 주재 대사로 임명됐으나, 아그레망을 받지 못해 부임하지 못한 전력을 볼 때, 친(親)러·친벨라루스 성향의 인물이라고 하기는 어정쩡하다.

◇예고된 왈츠 보좌관 경질, 그러나 뒤에는..

왈츠 보좌관의 경질은 지난 3월 터진 소위 '시그널게이트'로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그가 외교·안보라인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민간 메신저 '시그널' 비밀 채팅방에 실수(?)로 반(反)트럼프 성향의 언론인을 초대한 상태에서, 후틴 반군(예멘의 친이란 반군 세력)에 대한 공습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크게 화를 냈으나 민주당의 해임 요구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즉각 해임에는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그널 게이트'의 그림자가 희미해지자 그를 경칠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해석이다.


우크라이나측과 장관급 회담에 참석한 루비오 장관(왼쪽 2번째)/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외교 노선을 둘러싼 백악관 내 세력 다툼에서 패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외 개입에 적극적인 매파 성향(네오콘)을 드러냈다가 온건파에 의해 밀려났다는 주장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대외 개입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하기에는 왈츠 보좌관이 너무 강성이었다고 밝혔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이 그를 '네오콘'으로 인식해 거부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가 이끌어온 국가안보회의(NSC) 내 알렉스 웡 부보좌관 등 네오콘 성향의 인사들이 줄줄이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마가'식 고립주의 성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그의 자리를 겸임하는 루비오 장관이 여러 차례 공언한 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서 손을 떼고 다른 현안에 우선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새로운 키예프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누구? 

루비오 장관의 노선을 충실하게 이행할 줄리 S 데이비스 주키예프(키이우) 미국 대리대사가 5일 현지에서 직무를 시작한다. 주키예프 미국 대사관은 그녀의 부임에 앞서 "데이비스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을 대신해 전쟁을 종식하고 양국 관계를 강화하며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더욱 안전하고 강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줄리 S 데이비드 주우크라 미국 대리대사/사진출처:위키피디아
30년 외교관 경력의 데이비스 대리대사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러시아 및 동유럽 지역을 전공하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취득한 뒤, 러시아어권 공관에서 주로 근무해 러시아어와 그루지야(조지아)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부터 2년간 나토(NATO) 파견을 나간 게 해외근무 중 특이한 커리어라고 한다.

외교관 경력의 흠결이라면, 트럼프 집권 1기 벨라루스 대사로 지명돼 상원 외교위의 인준까지 받았으나 벨라루스 정부가 '아그레망'을 거부하는 바람에 부임하지 못한 것을 들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2021년 10월~2022년 6월 벨라루스의 이웃 국가인 리투아니아에서 미국의 벨라루스 특사로 활동했다. 이후 2023년 2월 키프로스 대사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출했으며, 우크라이나 대리대사로 발령나기 전까지 근무했다. 

◇스스로 물러난 전임 브리짓 브링크 우크라이나 대사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후인 2022년 5월 키예프에 부임한 전임 브리짓 브링크 대사는 현지에서 전쟁을 지켜보다 지난 4월 사퇴를 발표했다.


눌랜드 미 국무부 정무 차관(오른쪽)과 자리를 함께 한 브링크 주우크라 미국대사/사진출처:president.gov.ua
브링크 전 대사는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대(對)우크라 정책을 전담한 대러 강경파 빅토리아 눌랜드 미 국무부 정무 부장관 대행(정무 차관)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오바마 전 대통령(재임 2009년 1월~2017년 1월) 시절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유혈 사태(2014년 촉발 내전)를 다뤄왔다. 눌랜드 대행은 상원 국토안보위 증언에서 "브링크 대사가 내 밑에서 우크라이나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고 말했고, 그녀가 우크라이나 대사로 임명되자 눌랜드 대행(당시 차관)의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브링크 대사는 부임 후 전쟁 중의 우크라이나에서 시민단체들과 손 잡고 구조적인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 앞장섰다. 그 과정에서 젤렌스키 정권과 충돌했고, 급기야 젤렌스키 대통령이 블링컨 당시 국무장관에게 그녀의 해임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우크라 정책에서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의 교체는 자연스럽다. 다만, 지난 2월 말 미-우크라 정상의 백악관 충돌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전쟁 종식에 대한 양국의 정책 노선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데이비스 대리대사가 현지에서 젤렌스키 정권과 손발을 잘 맞춰나갈지는 두고봐야 한다.

다행히 양국 관계의 최대 현안중 하나인 '광물 협정' 체결이라는 큰 산을 하나 넘은 상태다. 남은 것은 '휴전 협상'이다.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 등 미국 주도의 '평화안(혹은 휴전안)'을 놓고 키예프 정권과 곧바로 긴장 관계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결정적인 키는 워싱턴이 쥐고 있다. 루비오 장관이 당분간 겸임하지만, 왈츠 보좌관의 후임으로 누가 임명되느냐에 달렸다. 미국에서는 왈츠 보좌관의 후임으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 서배스천 고카 NSC 부보좌관 등이 거론된다.

이중에서 우크라이나측이 가장 신경을 쓰는 인물은 역시 위트코프 특사다. 미국의 평화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과 4차례나 협상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는 그를 "친러시아적 서사를 지닌 인물"이라고 비난한다. 

위크코프에 대한 현지 언론의 전망은 엇갈린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그를 유력한 왈츠 보좌관의 후임자로 꼽았으나, CNN은 그가 고사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 바이러시아(https://www.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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