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모스크바 전승절 80주년 행사룰 둘러싼 러-우크라 기씨움, 참석 예정 유럽 두 정상은 갑자기 병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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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야침차게 준비하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식(전승절 기념식) 행사에 비상이 걸리는 느낌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을 위해 7∼10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기로 공식 발표했지만, 일부 국가 정상들의 참석이 불투명해졌다.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제안된 전승절 '사흘 휴전'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의해 퇴짜를 맞았다. 그는 행사 참석 귀빈들의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행사장을 드론이나 미사일로 공격한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여겨진다. 키예프(키이우)를 방문한 일부 정상급 인사들이 회담 중 공습 경보에 방공호로 대피한 적은 있지만,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대규모 인파가 몰린 가운데 열리는 행사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할 지도 모른다. 

지난 2023년 모스크바를 공격한 우크라이나 드론이 크렘린 지붕위에서 폭발했다/현지 매체 영상 캡처 
지난 2023년 모스크바를 공격한 우크라이나 드론이 크렘린 지붕위에서 폭발했다/현지 매체 영상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러시아 국빈 방문 발표

rbc 등 러시아 언론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크렘린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7∼10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고,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4일 크렘린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동시에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는 홈페이지를 통해 "시 주석은 이번 방문 기간에 푸틴 대통령과 새로운 국제정세 하의 중-러 관계 발전 및 일련의 국제적·지역적 중대 문제에 관해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크렘린은 이에 더해 "양국 정부 및 부처 간의 여러 가지 문서에 서명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안내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모스크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안내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두 정상은 양국 수교 75주년이었던 지난해 모두 세 차례나 만나 '중-러 신시대의 전면적 전략적 협조 동반자 관계' 공고화에 합의했다. 또 5월의 러시아 전승절 행사와 9월의 중국 전승절 행사에 서로를 초대하고 흔쾌히 수락했다. 시 주석의 방러 준비를 위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지난달 1일 러시아를 방문한 바 있다.

국내외 언론에서 관심을 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사 참석은 어려운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의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을 대신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의 인사가 대리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에 서명한뒤 악수하고 있다/사진출처:크렘린.ru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에 서명한뒤 악수하고 있다/사진출처:크렘린.ru 

◇행사 참석 예정 유럽의 두 정상이 갑자기 병석에?
 
우려되는 것은 시 주석 등 약 20개국의 정상및 정부 수반이 참석하는 전승절 행사의 안전이다. 
스트라나.ua는 4일 "푸틴 대통령이 8일~10일 휴전을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를 거부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붉은 광장에서 열리는 '군사 퍼레이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여러 차례 암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전날(3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 선언은 그쪽(러시아)에서 벌이는 연극에 가깝다"고 힐난((詰難)했다.

rbc에 따르면 전승절 행사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에 올 것으로 예상되는 정상급 인사는 약 20명이다. CIS 국가정상들 외에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이브라히마 트라오레 부르키나파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토람 베트남 대통령과 유럽에서 알렉산드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키스탄과 국경 충돌이 악화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지 않을 전망. 

전승절 행사를 며칠 앞두고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유럽에서 참석하는 유이(唯二) 정상인 부치치 대통령과 피초 총리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러시아 모스코프스크 콤소몰레츠(MKru)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승절 휴전을 거부하자, 공교롭게도 유럽의 두 정상이 병석에 누웠다"며 협박이 부분적으로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016년 크렘린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그는 지난해 발생한 피격 사건의 후유증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사진출처:크렘린.ru
2016년 크렘린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그는 지난해 발생한 피격 사건의 후유증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사진출처:크렘린.ru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 2일 미 플로리다주 방문 중 건강에 문제가 생겨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해 베오그라드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미국에서 갑자기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으며, 혈압 문제도 확인됐다고 주치의들이 밝혔다. 그러나 시니사 말리 세르비아 제1 부총리는 현지 TV에서 대통령이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 방문을 거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초 총리도 5월 들어 며칠간 건강상의 이유로 계획된 행사를 여러 번, 거의 마지막 순간에 취소했다. 슬로바키아 현지 트브노비니 포털 사이트는 "총리가 메이데이(근로자의 날 행사에도 불참하는 등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자연스레 모스크바 방문을 포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두 정상은 모두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 참석 발표이후 유럽연합(EU)로부터 비난과 제재 협박을 받았다.

◇전승절 행사 안전은?

전승절 행사를 위협하는 결정적인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몇몇 나라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안전 조치를 요청했다"며 "우리 입장은 몹시 단순하다. 러시아 영토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에도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자작극을 꾸밀 수도 있다"는 주장을 폈다. 

우크라이나의 한 최고라다(의회) 의원은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군사 퍼레이드를 공격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드론이나 미사일로 모스크바를 공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 측의 협박에 러시아는 발끈했다. 기싸움이라도 벌이는 듯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전승절에 실제 도발이 발생하면, 누구도 키예프가 5월 10일을 맞이할 것이라고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국제적 테러리스트의 전형적 협박"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려는 외국 정상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승절 행사장 공격에 나설까? 우크라이나가 태도를 극적으로 바꿀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전망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의 고위 대표 중 한 명이 모스크바 행사에 참석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물론, 크렘린이나 백악관으로부터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

푸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사진출처:크렘린.ru

하지만 푸틴 대통령을 4차례나 만난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 미 대통령 중동 특사와 같은 인사가 행사에 참석한다면, 우크라이나가 공격은커녕 사흘간 휴전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짚었다. 또 워싱턴의 손님이 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러 협상이 아직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카네기 센터의 알렉산드르 바우노프 연구원은 "워싱턴에서 손님이 모스크바에 간다면, 우크라이나는 휴전에 동의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80년 전처럼 유럽 파시즘(독일)에 맞서 함께 싸운다'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워 미국 대표를 불러올 수 있느냐가 러시아 외교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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