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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수상 드론’(혹은 해상 드론, 무인수상보트, USV)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러시아 수호이(Su)-30 전투기를 파괴했다고 지난 3일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GUR)이 발표했다. GUR은 이날 텔레그램에 GUR 특수(목적)부대 ‘그룹 13’이 수상 드론 '마구라-V7'으로 흑해 주요 항구 도시인 노보로시스크 인근 해역에서 Su-30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언론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이 사실을 전하면서 Su-30 전투기는 약 5,000만 달러(약 700억원)짜리이고, 미국의 사이드와인더 적외선 유도 대공 미사일 AIM-9M 미사일을 장착한 마구라-V7 드론은 40만 달러(약 5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유명 군사 텔레그램 '르바리'(Рыбарь, 구독자 127만명, '어부'라는 뜻)가 Su-30 전투기의 격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GUR은 Su-30 전투기의 격추 장면이라며 흑백화면 속 흰색 물체가 움직이는 레이더 영상을 공개했으나, 비전문가가 보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다. CNN 등 일부 언론도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단서를 달고 보도했다.
격추 당시 주변 정황으로는 격추 지점에서 가까운 노보로시스크항이 속한 크라스노다르주(州) 일대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베니아민 콘드라티예프 크라스노다르주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주 일부 지역이 공격을 받았으며, 특히 노보로시스크가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며 "곡물 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아파트 3개 동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안드레이 크라프첸코 노보로시스크 시장은 어린이 2명을 포함해 5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크로스노다르주 지역에 공격을 가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크로스노다르주, 혹은 노보로시스크 항을 공격했다고 해서, Su-30 전투기가 격추됐다고 할 수는 없다.
◇우크라 격추 주장 사실일까?
가능성은 이런 경우다.
러시아 흑해 함대 소속의 일부 군함들이 대피해 있는 노보로시스크항에는 공중과 해상에서 공격해오는 우크라이나의 자폭 드론과 수상 드론을 막기 위해 특수 방어시스템이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수상 드론을 잡기 위해 전투기및 헬기 부대도 배치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의 노보로시스크 공격 당시, Su-30 전투기가 수상 드론을 잡기 위해 출격했고, 교전 중에 마구라-V7의 미사일에 맞았을 수 있다.


전쟁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발표를 다 믿을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전 3년째 전쟁 저널리즘'(이진희 지음, 맑은 샘 2024년 10월 발간)은 우크라이나측 발표를 일방적으로 인용한 (서방) 언론 보도가 나중에 어떻게 오보로, 또는 프로파간다용 정보로 드러났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책은 제 3장 '2년만에 드러나는 진실들'(P229) 부분에서 △뒤틀린 러시아군 고위급 인사 보도 △병력손실 규모 신경전 숫자전쟁 △미사일 오폭 보도 뒤의 진실 등으로 나눠 일방적인 발표 보도의 위험성을 적시하고 있다.
전쟁 저널리즘의 맥락에서 우크라이나군 정보기관(GUR)의 Su-30 전투기 격추 발표를 검증해 보자.
◇수상 드론의 전투기 격추 주장에서 확인까지
GUR이 텔레그램을 통해 격추 사실을 공개하기 하루 전에(2일) 이 조직의 수장 키릴 부다노프 국장은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과 인터뷰에서 "마구라- V7 드론 보트(수상 드론) 3척을 작전에 투입했다"며 "그중 2척이 발사한 AIM-9 미사일들이 Su-30 전투기 2대를 각각 격추했다”고 말했다. 그는 "2대 중 한 대는 영상이나 사진 화면에 잡히지 않았지만, 그 전투기의 조종사들은 숨졌다"며 "마구라-V7은 마구라-V5을 방공요격형(ADV)으로 개량한 특수 드론”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이전 주장에 따르면 마구라-V5는 지난해(2024년) 말 크림반도 해안에서 러시아의 밀(Mi)-8 헬리콥터 한 대를 격추하고, 또 다른 한 대를 손상시킨 바 있다. 마구라-V5는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개발한 수상 드론이다. 길이 약 6m의 보트 형태로 제트스키 방식으로 움직인다. 미국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이용해 최장 500마일(약 800㎞) 바깥에서도 조종이 가능하다고 한다.


구형 V5는 수상 드론을 잡으러 나온 Mi-8 헬기를, 개량형 V7은 SU-30 전투기를 파괴했다는 주장이다.
워존은 아예 USV(수상 드론)가 미사일(AIM-9)을 발사해 전투기(Su-30)를 격추한 첫 사례라고 짚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지난 주말을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흑해에서의 공격과 모스크바 위협'(Атаки в Черном море и угроза Москве) 코너에서 "우크라이나는 최근 흑해에서 공격을 급격히 늘렸다"며 "크림반도는 며칠 연속으로 영국의 스톰 섀도, 우크라이나의 넵튠 미사일과 수십 대의 드론, 수상 드론의 합동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측의 스톰 섀도 미사일 공격 발표는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라고도 했다.
이 매체는 또 젤렌스키 대통령의 3일 대국민 화상 연설, 인터넷에 4일 올라온 마구라-V7 사진 등을 언급하며 Su-30 전투기 격추 사실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은 "우리 해군 드론의 러시아 군용기 격추는 훌륭한 성과이자, 우크라이나군의 역량을 증명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마구라-V7은 어떤 수상드론?

인터넷에 올라온 마구라-V7 사진의 출처는 영국 (왕립) 해군의 공식 매체인 'Naval News'다.
스트라나.ua와 렌타루 등 러시아 언론도 4일 Su-30 전투기를 격추했다는 마구라-V7의 사진을 싣고 V7의 선수(船首)에는 탑재된 2기의 미군 사이드와인더(AIM-9)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공중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레일에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Naval News는 "마구라-V7은 원래 'AA-11 Archer'(적외선 유도 소련·러시아산 공대공 미사일 Р-73)미사일을 장착할 계획이었으나 실전에서는 미군의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이 사용된 것으로 발표됐다"며 "이는 서방 무기(사이드와인더 미사일)가 우크라이나 플랫폼(마구라-V7)에 성공적으로 통합되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리고 6일에는 미국의 전문지 The Aviationist를 인용한 기사들이 러-우크라 언론에 실렸다. 이 매체는 "AIM-9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장착한 마구라-V7이 최대 10㎞ 거리에 있는 공중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며 "Su-30 격추는 수상 드론이 고속으로 기동하는 항공기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썼다. 그 이유로 V7는 포착하기 힘들고, 기동성이 있으며,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쯤되면 러-우크라-미-영 언론은 대체로 마구라-V7의 Su-30 전투기의 격추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수상드론의 위협을 지적하는 러시아 언론, 전문가들도 나왔다.
러시아 군사전문 매체 아비아 프로는 4일 "우크라 V7이 흑해에서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함으로써 군사 전술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며 "지난 4월 승인된 미국의 대(對)우크라 군사 지원의 일환으로 (사이드와인더와 같은) 공대공 미사일 등이 제공되면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 통신이 'Su-30 격추가 러시아 측에서도 확인됐다'고 인용했던 러시아 유명 텔레그램 채널 르바리(이하 르바리)는 3일 새벽(2시 56분)과 오후(16시 25분) 우크라이나 수상 드론의 공격에 대한 글을 두차례 올렸다.


르바리는 첫번째 글에서 "우크라이나 수상 드론의 공격 전술을 보면, 그동안 반복적으로 경고했던 위협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전술은 이렇다.
대공 유도 미사일을 장착한 수상 드론이 러시아 군사비행장에서 멀지 않는 해안으로 50~60㎞ 가까이 접근한다. 또다른 수상 드론이 러시아의 전투기, 헬기, 혹은 자폭 드론을 해상으로 유인하고, 숨어서 이를 기다리던 수상 드론(마구라-V7)이 탑재한 소련·러시아제 P-73 미사일(영국 Naval News는 미군의 사이드와인더 미사일로 교체됐다고 주장/편집자)을 발사한다.
르바리는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해(2024년)에도 이런 전술로 러시아의 Mi-8 헬기와 Su-30SM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그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그 이후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썼다.

르바리는 두번째 글에서는 Su-30의 격추를 사실상 확인했다.
"어제 저녁 무렵 우크라이나 수상 드론이 노보로시스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해상에서 R-73 SAM 미사일(실제로는 미군의 사이드와인더 미사일/편집자)로 Su-30 해군 전투기를 격추했다. 그들은 똑같은 전술로 러시아 전투기를 해상으로 유인해 잡았다. 조종사들은 비상 탈출해 민간 선박에 의해 구조됐다."
르바리는 "이런 식의 공격이 지난해 12월에도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닌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고 '세계 최초 운운한 서방측 보도'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도 이같은 위협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며 "유능한 운영자가 조종하는 FPV 드론이 우크라이나 수상 드론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론으로 드론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르바리는 "해안을 따라 수상 드론 탐지 시스템을 설치하고 이를 잡을 수 있는 강력한 드론을 (전투기나 헬기 대신) 배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러시아 당국은 예상대로 Su-30 전투기의 격추를 공식 확인한 것은 없다. 전투기 한대가 추락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러나 4일(3일 밤~4일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는 러시아 샤헤드 드론 공격을 받아 주택과 쇼핑센터가 피해를 입고, 11명이 부상했다. 러시아 측의 보복 공격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