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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승절 사흘 휴전이 8일 0시(한국시간 8일 오전 6시)로 시작됐다. 이날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은 멈췄다.
휴전 발표시부터 '연극'이라고 비난했던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휴전 개시 3시간 만에 북동부 수미주(州)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휴전이 성사된 모습이라는 평기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8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휴전은 시작되었나?'(Перемирие началось?) 코너에서 "키예프(키이우)가 공식적으로는 전승절 휴전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가 사격 중단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이날 종일 점점 더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안드레이 시비가 외무장관이 이날 700건 이상의 러시아측 휴전 위반을,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 사례를 다수 보고했으나, 양측이 동의한 부활절 30시간 휴전 기간에도 유사한 비난전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양측간 충돌 횟수가 크게 줄었고, 우크라이나군 일부 부대는 현지 언론의 확인에 "반격만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과 알렉세이 곤차렌코 최고라다(의회) 의원은 휴전 명령이 군대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모든 정황을 미뤄볼 때 우크라이나는 암묵적으로 러시아의 휴전 제안에 동의하기로 한 것 같다는 게 스트라나.ua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왜 휴전 개시 전날(7일)까지는 최근에 보기 드물 정도로 치열한 공습전이 오갔을까?
러시아는 그동안 해온 군사작전을 계속했고, 우크라이나는 심리전 차원에서 모스크바를 향해 미사일·드론을 발사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전승절 행사와 참석 귀빈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협박성 발언(젤렌스키 대통령)이 양국의 긴장을 최고도로 끌어올렸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 결과, 20여개국 정상들의 모스크바 방문을 앞두고 6, 7일 모스크바 인근 주요 공항의 운영을 일시 중단되고, 방공망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인터넷 차단 조치도 함께 이뤄져 모스크바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8일 모스크바와 키예프는 공습 폭발음과 방공포 사격 소리로 도시 전체가 시끄러웠던 전날(7일)과는 대조적으로 조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당초의 대(對)러 강경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암묵적이나마 휴전을 수락했을까?
스트라나.ua는 미국의 반응 등 몇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 러시아의 사흘간 휴전 구상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또 안드레이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이 이날 스티브 위트코프,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특사, 유럽 3개국(영, 독, 프랑스)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가졌는데, 우크라이나가 전승절 휴전에 거부했다는 발표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의 강경한 대응 태세도 우크라이나의 도발 의지를 주춤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전승절 행사가 열리는 모스크바를 공격하면, 즉각 최신 단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슈니크'로 보복하겠다는 시나리오가 러시아에서 흘러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국방부에 보복 공격 목표를 선별해 좌표 입력을 지시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같은 사태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노력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것이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행사에 대한 도발은 중국과의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에서, 모스크바에서 돌발사태라도 터진다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우크라이나가 질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로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활절 휴전 30시간 동안 최전선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러시아 드론의 감시와 공격이 없는 상태에서 참호 밖으로 나와 마음 놓고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최전선에서 부대간 교대가 가능하고, 부상자 후송과 사망자 시신 수습, 식량및 탄약 제공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공습 사이렌을 듣지 않고 사흘을 보내는 것이, 간단없이 방공호로 뛰어들어가야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또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 발이 묶인 많은 여행자들을 방공호 안에서 TV로 지켜보는 것보다도 마음이 편하다.
사흘 휴전에 따른 기대 효과도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적지 않다. 전승절 도발로 휴전 분위기가 깨지고, 확전되는 것보다는 휴전후 30일 혹은 더 긴 기간 휴전의 연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품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키예프가 공식적으로 휴전에 동의하지 않은 만큼, 언제든지 '협박 모드'로 되돌아갈 수 있다. 모스크바의 군사 퍼레이드가 끝난 뒤 전격적으로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러시아도 이 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전승절 행사와 관련된 보안 조치로, 며칠간 모스크바의 인터넷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고 7일 밝혔다. 모바일 인터넷도 끊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일시적으로 모바일 인터넷이 차단되는 바람에 모스크바 시민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를 수도, 은행이나 메신저 앱에 접속할 수도 없다고 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협박과 리투아니아 등 주변 국가들의 방해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전용기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를 돌아 모스크바로 비행했고, 로베르토 피초 슬로비카이 총리는 더 먼 거리를 돌아오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