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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대 국경절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5월 9일)이다. 매년 이맘때 모스크바에는 전쟁 승리를 축하하고 찾아온 봄의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로 붐빈다. 모스크바시도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어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하지만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 3년간은 축제다운 축제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다. 2023년 5월엔 전해(2022년) 가을부터 전해진 우크라이나군 반격-러시아군 퇴각 소식에 침울한 분위기가 짙어지더니, 급기야 6월에는 군사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군사쿠데타가 터졌다.
그리고 전승 80주년을 맞은 올해. 야심차게 준비한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모스크바는 지난 며칠간 뒤숭숭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모스크바 주변 공항들이 폐쇄되고, 방공망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인터넷 등 통신이 마비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전승절 사흘간(6~10알) 휴전을 우크라이나가 암묵적으로 수락한 상태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드디어 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비롯, 브라질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이집트 베트남 등 20여개국 정상들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군사 펴레이드는 예전과 다름없이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9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모스크바에서 퍼레이드가 보여준 것'(Что показал парад в Москве)이라는 코너에서 "외국 귀빈들은 거의 모두 참석했고, 행사도 별다른 사고 없이 끝나 푸틴 대통령이 사흘간 휴전을 선언한 전략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특수 군사작전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국가, 사회, 전 국민이 군사작전 참가자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을 회고하면서 "소련은 가장 사나우면서도 무자비한 적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합군의 노력을 치하하면서 '용감한 중국 인민' 공헌을 딱 꼬집어 언급하는 등 참석한 시진핑 주석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단상에서 시 주석의 왼쪽에 앉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가슴에 승전을 상징하는 세인트 조지(성 게오르기) 리본을 달고 있었다.
스트라나.ua의 분석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단순히 전승절 행사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를 찾은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러시아와 호흡을 맞추려는 전략 차원에서 모스크바 방문을 택했다. 러시아의 가스 구입 문제 등 양국간 협력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하고, 문서에 서명하는 이유다.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모스크바 군사 퍼레이드는 "서방이 고립시키려 했던 푸틴 대통령의 승리를 상징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정치·군사적 의미를 빼면, 군사 퍼레이드는 전쟁 전 퍼레이드와 거의 다를 바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각종 드론이 처음 소개된 것 정도가 관심을 끌었다. 이날 트럭에 실려 퍼레이드에 등장한 러시아 드론은 오를란(Орлан), 잘라(ZALA), 란체트(Ланцет), 가르피야(Гарпия), 게란(Герань)이다.
또 크렘린이 공개한 행사 영상을 보면, 할리우드 액션 스타 스티븐 시걸과 '러시아 영혼을 지녔다'는 세르비아 영화 감독 에미르 쿠스투리차 등 해외 유명인사들도 관중석에 앉아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사람은 푸틴 체제에 저항하며 러시아를 떠난 메신저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에 할아버지의 초상화를 내걸고 '불멸의 연대' 행사에 동참했다. "90년 전, 할아버지 세묜 툴랴코프 (두로프)는 소대장(중위)로 대조국 전쟁에 참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도 20년 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교에서 군사훈련 과정을 마치고 같은 계급(중위)을 받았지만, 할아버지보다는 수백 배나 못미쳤다"고 그는 적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