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으로 지난 3년간 러시아 시장을 향한 수출의 문은 크게 좁아졌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우리 정부는 전략물자는 물론, 군수·민간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 금지및 통제 범위를 계속 넓혀가는 한편, 수출 허가도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 삼성과 LG와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지 3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 결과,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과일과 식료품 등 생필품과 화장품과 같은 뷰티 제품의 수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화장품의 대러 수출 증가 폭은 가파르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은 지난 4월 전년(2024년) 동기(4월) 대비 2.5배 증가해 3,580만 달러((29억 루블, 약 500억 원)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최대 수입 규모다. 이전 최고치는 2024년 11월의 3,500만 달러였다.
러시아 화장품 유통 체인점. 위로부터 포드루쥐카, 레투알, 졸로토예 야블로코/사진출처:홈페이지, VK캡처
이에 따라 러시아는 우리에게 중국(1억 8,460만 달러, 149억 루블), 미국(1억 5,030만 달러, 122억 루블), 일본(7,450만 달러. 60억 루블)에 이어 4번째로 큰 수출 시장으로 뛰어 올랐다.
러시아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은 지난 3월에도 전년 대비 1.4배 늘어난 2,89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러시아는 베트남과 홍콩의 수입 규모에도 뒤진 6위에 그쳤다.
러시아의 화장품 시장을 연 효자 제품은 역시 스킨 케어다. 무려 3,330만 달러(27억 루블)에 달했다. 이어 눈(아이) 화장용품(120만 달러, 9,720만 루블), 입술(립) 화장용품(98만2천 달러, 810만 루블) 순이다. 이외에도 파우더, 매니큐어 및 페디큐어 제품도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화장품의 러시아 수출에는 앞으로도 계속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코트라 모스크바 무역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달들어(5월 4일) 비우호국을 대상으로 적용해온 화장품 관세 제도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는데, 한국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관세 부과가 면제된 한국산 제품은 향수와 화장수, 입술 화장용품, 페이스 파우다, 베이비 파우다, 기초 화장품, 두발용 제품 등으로, 비우호국으로 확대적용된 관세 35%가 면세된다. 그러나 눈 화장용품과 샴푸, 헤어스프레이, 치약, 면도용 제품, 인체용 탈취제 및 발한 억제제, 기타 방향제 및 탈취제, 종교 의식용 향 등은 35% 관세가 부과된다.
러시아 화장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졸스/캡처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수입 대체가 가능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 조치로 2024년 연간 국내 생산이 22%, 러시아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17%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에서 한국산 화장품 수요가 가파르게 늘자, 메드 프렌즈 센터의 피부과 전문의인 아미나 아흐메토바는 "한국산 화장품이 모든 러시아인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는 경고음을 발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산 한라봉/사진출처: svoefermerstvo.ru
화장품에 버금가는 대러 인기 수출 품목이 한라봉을 중심으로 한 제주도 감귤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감귤수출연합은 회원사로 등록된 23개 생산자 단체와 23개 수출업체의 지난해 전체 감귤 수출량 3천347톤(t) 가운데 러시아 수출 물량이 절반(53%)을 넘어서는 1천775t에 달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어 캐나다 558t, 미국 324t, 싱가포르 150t, 홍콩 149t, 말레이시아 143t, 대만 78t, 몽골 66t, 뉴질랜드 52t, 괌 38t, 필리핀 6t 순이다.
전쟁 전인 2019년 러시아의 제주산 감귤 수입량이 687t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러시아가 제주산 감귤 수입을 늘리고 있는 것은, 운송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신선도가 좋고 맛(한라봉)도 중국산보다 훨씬 좋기 때문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 현지 농업 분야 포털 사이트인 '스바요 페르메르스트보'(당신의 농산물)은 "진하고 달콤한 맛과 향을 지닌 제주산 한라봉이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14일 소개했다. 또 한라봉은 과육이 부드럽고 섬유질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당 함량도 13~18°Bx(당도 표시 단위)로, 일반적인 귤(9~12°Bx)이나 오렌지(10~13°Bx)보다 상당히 높다는 것. 대신 산도는 약 0.8~1.0%로, 오렌지(1.0~1.3%)나 레몬과 자몽(4~6%)보다 낮다.
제주산 감귤/사진출처:svoefermerstvo.ru
러시아의 과일 상점/사진출처:바이러 자료 사진
이 사이트에 따르면 5월 기준 러시아에서 제주산 한라봉은 ㎏당 약 1,500~2,000루블(약 2만6천원~3만4천원)에 팔린다.
1972년 일본에서 귤과 오렌지의 잡종인 '키요미 탄고르'와 '폰칸 귤'의 교배로 태어난 한라봉은 1987년 한국으로 소개되면서 제주도에서 대량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이 사이트는 소개했다. 한라산의 이름을 딴 '한라봉'은 제주도의 독특한 기후와 화산 토양, 바닷바람, 풍부한 미네랄 지하수 덕분에 제주를 상징하는 감귤 브랜드가 됐다고 했다.
특히 2020년, 2021년 귤과실파리가 검출된 중국산 감귤의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러시아의 제주산 감귤 수입이 폭증했다고 사이트는 밝혔다. 제주도는 실제로 2년간 무려 4천391t과 5천466t의 수출 실적을 각각 기록했다.
양영재 농협 제주본부 제주감귤지원단장은 "제주도는 러시아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어 이점이 많다"며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 수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출처 : 바이러시아(https://www.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