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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재개된 러-우크라 간 직접 협상이 끝나기가 무섭게 트럼프 미 대통령이 19일 푸틴-젤렌스키 대통령과 순차적으로 전화 통화에 나선다. 직접 협상을 통해 러-우크라 양국의 입장을 파악한 그가 막판 절충에 나서는 것일까? 아니면 최후통첩을 보내기 전 양국 정상들의 의견을 마지막으로 들어보자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19일(모스크바 시간 저녁 5시, 한국시간 밤 11시)로 예정된 트럼프-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 언론들은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미-러 정상간의 전화 통화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극심한 불안에 휩싸여 있다"며 "미-러 정상들이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기정사실화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우크라이나가 수락할 수 없는 안이란, 영국의 TV 채널 스카이 뉴스가 전한 우크라이나 분할 평화안이다.
스카이뉴스는 18일 군사 전문가 마이클 클라크를 인용, "미-러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분할하는 평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평화와 영토를 바꾸는 '평화 협정'이 실제로는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거나, 거부해야 하는 '폭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클라크는 "키예프(키이우)는 제안을 거부할 것으로 본다"며 "그럴 경우, 전쟁은 계속되고, 미국은 손을 뗄 것이며,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매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를 외교에서는 '분할'이라고 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직 이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고,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분명히 나아가고 있는 길이자 목표"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을 4차례나 만난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는 18일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은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비전을 더욱 구체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트럼프-푸틴 대통령의 내일(19일) 전화 통화는 매우 성공적일 것이며,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난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극도로 증오하기 때문에 특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임무는 당사자 간의 이같은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스트라나.ua는 푸틴-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서로 '딜'(거래)을 해왔으며, 현재 진행되는 일은 조율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주장은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에게 '휴전'에 동의하도록 압력을 가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도 전과 다르게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힘을 얻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4개국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30일간의 휴전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우크라 간 '직접 협상' 제안으로 대응했고, 우크라이나는 '정상회담'아 아닐 경우, 거부하겠다고 맞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게 '직접 협상'에 나서도록 떠밀었다. 그러면서 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리고 성사된 미-러, 미-우크라 정상간 전화통화다. 이 통화에서 전쟁 종식안(평화안)의 윤곽이 잡힌다면 최선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성공 여부는 궁극적으로 미-러 간의 '딜'에 달려 있다.

'딜'의 핵심은 역시 영토 분할 문제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크림반도의 국제적 인정과 합병한 4개주(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 돈바스주)로부터의 우크라이나군 철수다. 워싱턴은 모스크바 측에 군사적으로 점령한 지역은 인정할 테니, 4개주의 합병은 취소하라고 요구해왔다. 그 대가로 대(對)러 제재 해제 등 '당근'을 제시하되, 여차하면 강력한 추가 제재라는 '채찍'도 준비 중이라고 통보한 상태다.
미-러 정상간 통화를 앞두고 서로간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다. 미-러 정상간의 전화통화 계획이 전해진 뒤 나온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발언들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이번 전화 통화로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단하기 힘든 이유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7일 "모스크바가 휴전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평화협상 자체가 늘 군사 행동의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협상이 실패하면 러시아와 나토(NATO)간에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푸틴 대통령도 18일 전쟁 종식을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를 거듭 확인했다. 키예프의 반(反)러시아 노선과 나토 가입 의지를 꺾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우크라 대표단은 런던에서 열린 3자 회동에서 전면 휴전을 위한 22개항에 합의한 것으로 서방 언론들은 보도했다. 원래는 이 합의안을 와트코프 미 특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이 휴전 22개항에 대한 검토 자체를 거부했고, 이에 위트코프 특사도 지난 주(5월 12~16일) 모스크바 방문을 취소했다고 17일 보도했다. 22개 항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발표한 '평화안'과 다를 가능성도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짚었다.
반면, 러시아는 16일 우크라이나와의 직접 협상에서 전면 휴전을 위한 조건들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도됐다. △우크라이나의 중립화와 △전쟁 배상 요구 포기, △러시아어 주민들의 권리 보장, △5개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로제주, 크림반도)에 대한 법률적 요구 포기, △4개주에서 우크라이나군 철수다.
미-유럽-우크라 3자 합의의 휴전 22개항과 미국의 기존 '평화안', 러시아의 새로운 요구 조건들 가운데 어떤 것들을 서로 빼고 더할 것인지가 향후 협상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중 가장 타협하기 어려운 조건 한두개를 푸틴-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가름할 것이다. 트럼프-푸틴 대통령의 19일 통화가 주목을 끄는 이유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