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기사보내기
바로가기기사저장
예고한 대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 푸틴 대통령과 2시간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종식) 문제를 논의하는 전화 통화를 가졌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앞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짧은 통화를 했으며, 푸틴 대통령과 전화를 끊은 뒤 젤렌스키-유럽 정상들과도 내용을 공유했다.
푸틴, 젤렌스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화 통화 후 기자들에게 간단히 브리핑하거나 SNS에 글을 올렸다. 주요 언론들은 추가 취재를 통해 미-러 정상의 통화 내용을 보충하고, 상황을 분석 평가했다.
취재 대상에 따라 매체별로 미-러 3번째 전화통화에 대한 평가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상충되는 내용마저 있다. 단편적으로 접하는 독자들에게 혼란스러울 터. 푸틴-젤렌스키-트럼프 대통령 간의 통화 내용과 평가, 향후 전망 등을 질의응답(Q&A) 형식으로 정리한다/편집자.
Q:푸틴-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통화 내용의 핵심은?
A: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다.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휴전,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며 "키예프(키이우)와 모스크바 간의 직접 협상 과정에서 평화를 위한 기본 조건을 담은 각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과 양국간 경제 협력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미래의 평화 조약에 관한 각서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확인했다. 그는 "이 각서에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결 원칙, 평화 협정 체결 시기 등 여러 가지 입장이 포함되며, 합의가 이뤄지면 일정 기간 동안 휴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는 전쟁 종식에 찬성하지만, 평화를 향한 가장 효과적인 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고, 보다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Q:푸틴-트럼프 대통령 발표가 함축하는 뜻은?
A:트럼프 대통령이 러-우크라 직접 협상을 통해 평화를 위한 각서를 만드는데 동의함으로써 푸틴 대통령에게 요구해온 '무조건 30일간 휴전'을 사실상 철회했다. 미국이 전쟁 종식으로 가는 '투 트랙'(두가지 길)으로 생각한 '휴전'과 '러-우크라 직접 협상' 중 직접 협상을 우선하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선(先)휴전 후(後) 협상을, 러시아는 선 협상, 후 휴전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서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편에 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영국과 독일, 프랑스, 폴란드 정상들이 지난 10일 키예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측에 보낸 '최후통첩'성 휴전 요구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러-우크라 직접 협상 제안을 지지하며 '휴전'상태에서만 러시아와 협상에 응하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해, 이스탄불 러-우크라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하도록 했다. 러-우크라 대표단은 16일 튀르키예(터키) 외무장관의 중재 하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러-우크라 대면 협상은 2022년 3월 이후 무려 3년만이었다.

Q: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편을 든 이유는?
A: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 이튿날(20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 매우 큰 (미국과 자신의) 자존심이 개입되어 있다"며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의미 있는 진전이 없다면 미국은 유럽에게 중재 역할을 양보하고 철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문제는 유럽의 문제로,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로,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내인 멜라니아에 대해 큰 존경심을 표현한 신사"라고 평했다.
앞서 그는 또 우크라이나를 '딜'(거래)할 카드가 없는 국가로, 러시아를 카드가 많은 국가로 차등화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로 미뤄보면, '자존심이 걸린'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서 '카드가 많고, 아내까지 존경하는' 푸틴 대통령의 편을 드는 것이 '딜'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떼면, 러시아가 승리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이든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뒤흔든 '아프가니스탄'처럼 자신을 계속 괴롭히는 것은 원치 않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했고, '자신은 해결사'라는 화두를 계속 던지는 이유다. 가능한 한 빠른 종전을 원하는 만큼, 그는 이기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Q:푸틴-트럼프 전화 통화의 유일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러-우크라 간 평화를 위한 각서는 언제쯤 나올까?
A:러-우크라 협상이 시작된 만큼 협상을 통해 양측이 조금씩 이견을 좁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한 고위급 상설 협상팀 구성을 지시했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휴전(종전)을 위한 비전(제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한은 어느 누구도 정하지 않았다.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담당 보좌관은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은 휴전 시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발표했고,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각서 작성에는 시한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Q:그렇다면 미국은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까?
A:그렇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협상및 전쟁 종식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이 충분하다고 보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확인하기 위해서는 2~4주 정도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예 또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러-우크라의 '평화 각서'에 대한 합의 일정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Q:각서 합의가 지연될 경우, 미국이 대(對)러 제재에 나설까?
A: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대러 추가 제재에 미국의 동참을 강력히 요구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미적거릴 가능성이 높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0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를 제재하면 러시아가 협상장을 떠날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러시아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그들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유럽 정상들과의 다자간 통화(콜렉트 콜)에서 "푸틴 대통령이 협상을 원하며 수용 가능한 조건(직접 협상을 통한 평화 각서 마련/편집자)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지금은 제재를 가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평화 구축 노력을 포기할 경우, 미국의 대러 향후 제재에 관한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전 전화통화에서 "그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Q:트럼프 대통령이 대러 제재에 주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A:우크라-유럽이 주장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암시한 '뼈가 으깨지는' 가혹한 대러 제재의 핵심은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다. 예컨대 러시아산 에너지(석유와 가스)의 주요 구입국인 중국과 인도에게 5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 고위급 협상을 통해 관세를 대폭 내리고, 이를 '큰 성공'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기존의 대러 제재를 보완하고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기대 효과는 미미하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지금까지 러시아의 대러 제재는 효과가 없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미국이 500%의 2차 관세를 부과할 경우, 러시아는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수 있다. 미-러 간의 직접 충돌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핵강대국간의 핵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바이든 전임 대통령조차도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을 피해왔는데, "나의 전쟁이 아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같은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500% 관세 부과 위협'은 루비오 장관이 고백한 대로,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전쟁을 중단하도록 심리적 압력을 가하는 구두탄(口頭彈)으로 해석해야 한다. 물론, 러시아가 끝까지 버틸 경우, 제재에 돌아설 가능성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Q:미국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불만은 더욱 높아질텐데..
A:미-러 정상간 3번째 전화통화 이후 우크라-유럽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악시오스 등 일부 외신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좌절감을 맛보았으며, 유럽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의지의 연합'을 중심으로 한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되돌리기 위해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를 거둘지 여부는 두고볼 수 밖에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화 통화 후 대국민 영상을 통해 "러시아는 우리(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을 계속할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중요하고, 유럽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러시아에 가하는 유럽의 단독 제재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유럽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계기로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기는커녕 푸틴 대통령이 주장하는 협상 형식(직접 협상을 통한 평화 각서 마련/편집자)에 동의했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루비오 장관은 미-러 정상 통화 전날인 18일만 해도 "여차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암시했으나, 그 기대는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일각에서는 러-미-우크라-유럽 4자간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모스크바와 워싱턴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분명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회담을 선호한다.
Q:러-우크라 직접 협상의 진행 방향및 속도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A:스트라나.ua에 따르면 세 가지가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러-우크라 평화 협상 과정에서 철수하는 것. 동시에 키예프에 대한 군사및 정보 제공도 중단한다. 따라서 러시아에게 상당히 유리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적 우위를 앞세워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더욱 압박할 수 있다.
미-러 관계는 정상화의 길로 계속 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서방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평화가 아니라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며, 전쟁 종식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전화통화에서도 "양국간 경제 협력에 관해 논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번째는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더 양보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식이라는 '빠른 성과'를 원한다면, 러시아보다는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이 이를 거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크라이나의 입지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가혹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추가 제재는 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금처럼 대우크라 군사 지원을 계속하는 길을 택할 수 있다. 당연히 전쟁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우크라 전쟁이 '바이든의 전쟁'이 아니라 '트럼프의 전쟁"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그가 극도로 혐오하는 사태 전개다.
트럼프 대통령이 3가지 옵션 중 어떤 선택을 하든, 푸틴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이지 않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계속 시간을 끌고 있다는 유럽 측이 경고하고, 우려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Q:푸틴 대통령이 평화 지연 전술을 쓰는 이유는?
A:푸틴 대통령이 연말까지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돌파하고 합병한 우크라이나 4개주(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주)를 완전히 장악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 통신(19일자)의 보도다.
이 통신은 미-러 정상간의 이날 통화를 예측하는 기사에서 이같이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미 있는 양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도 확인되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유럽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푸틴 대통령은 평화 협상에서 합병한 4개주로부터의 우크라이나 철군을 얻어내거나, 4개주를 장악한 뒤 '현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적 양보를 거부한다면, 러시아는 평화 협상을 질질 끌면서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 달성을 계속 추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러시아의 승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달성할 충분한 힘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Q:젤렌스키 대통령의 선택은?
A:미-러 정상들로부터 '지속적인 양자 평화 협상'과 그 과정에서 과감한 양보를 요구받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3가지 길이 있다.
우선, 협상 거부. 선 휴전, 후 협상 노선을 고집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의 군사 지원이 중단되고, 키예프-워싱턴 관계가 붕괴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다.
또 협상을 계속하되, 러시아에 큰 양보를 하지 않은 방안이다. 러시아를 대한 서방의 가혹한 제재가 추가되면 러시아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입지는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미국의 지속적인 군사 지원이 필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흐름에 비춰볼 때 자연스럽게 물음표가 떠오르는 시나리오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의 현재 군사력을 현실적으로 평가한 뒤 러시아에게 양보하는 타협을 선택할 수 있다. 휴전 및 평화 협정의 체결을 서둘러, 위상이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피하는 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곧 드러날 것이라는 게 스트라나.ua의 전망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