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러, 철수 외국 기업의 바이백 옵션 행사 제한 법안 추진

러시아가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자국을 떠난 외국 기업의 '바이-백'(매수 청구권) 옵션 행사를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27일 코메르산트와 이즈베스티야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외국기업이 러시아 측에 넘긴 주식(혹은 자산)을 되사는 옵션의 행사를 규제하는 '기업의 반환에 관한 법안'을 내달(6월) 심의에 들어간다. 이 법안은 이미 러시아 재무부와 합의가 끝난 상태로, 2차 및 3차 독회가 계속될 예정이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표결 장면/사진출처:국가두마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표결 장면/사진출처:국가두마

 

이 법안은 원래 '주식회사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으로 2020년 말에 의회에 제출됐으나, 전쟁 발발 후인 2022년 5월 25일 1차 독회를 통과했다. 이후 논의가 중단됐다가 종전 분위기에 따라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으로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자 '외국인 투자에 관한 법률'의 조정을 포함한 새 개정안으로 심의가 재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새 개정안은 러시아 당국이나 현 소유자가 특정한 몇가지 조건에서는 외국 브랜드의 자산에 대한 원 소유자(외국 기업)의 매수 권한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주주가 러시아에 적대적인 국가에 거주하는 경우 △매수계약서 상의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낮은 경우 △계약 체결 후 2년 이상이 지났고, 러시아인 소유주가 직원과 채권자에 대한 모든 의무를 이행했을 경우 등이다.

물론, 원 기업은 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는 데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금액은 정부에서 결정한다. 원 소유주가 러시아 시장을 떠나기 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경우, 보상 금액은 줄어든다. 감액 규모는 법원에서 정한다. 

대상 기업이 러시아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산업 분야에서 속할 경우, 러시아 당국이 자산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 또 국방이나 재정 안정에 관련된 사업의 경우, 옵션 행사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22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생활 가구 전문점 이케아/사진출처:이케이 홈페이지 
2022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생활 가구 전문점 이케아/사진출처:이케이 홈페이지 

이즈베스티야는 이 법안이 채택될 경우, 바이-백 옵션을 체결한 18개 외국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외국 기업이 러시아 시장을 떠날 때, 통상 러시아 인수자 측과 옵션 거래를 맺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프랑스의 르노 자동차와 미국의 맥도날드 등 몇몇 업체가 옵션 거래를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르노 자동차는 6년 이내에 주식을 다시 매수할(바이 백) 권리와 함께 자산을 넘겼고, 맥도날드도 비슷한 방식으로 모든 자산을 현지 패스트푸트 업체 '프쿠스노 이 토치카'에게 넘기고 철수했다. 현대자동차도 2023년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등 러시아 자산을 넘기면서 2년 바이 백 옵션을 걸었다.

르노 자동차의 모스크바 공장/영상 캡처
르노 자동차의 모스크바 공장/영상 캡처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사진출처:현대차

러시아가 새 법안을 근거로, 외국 기업과 맺은 '바이 백' 옵션 계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할 경우, 중재법원으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러시아 시장으로 복귀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규제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6일 '기업가의 날'을 맞아 기업 대표 20여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외국 기업의 복귀로 예상되는 자국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그들(외국 기업)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자산을 인수한 '프쿠스노-이-토치카'의 올레그 파로예프 최고경영자(CEO)가 "맥도날드가 돌아오면 우리가 지난 3년간 개발해온 모든 IT 솔루션이 헛수고가 될 것이니 이런 상황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하자, 푸틴 대통령은 "우리 모두를 곤경에 빠뜨리고 도망간 그들(맥도날드)이 돌아오고 싶어한다고 해서 우리가 레드카펫을 깔아줘야 할까? 당연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기업인들간의 간담회/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기업인들간의 간담회/사진출처:크렘린.ru
맥도날드 간판을 떼는 모습/캡처
맥도날드 간판을 떼는 모습/캡처

그는 "비양심적인 파트너에 회사를 다시 인수할 권리(바이 백 옵션)가 있는가"라고 묻고 파로예프 CEO으로부터 "그렇다"는 답변이 나오자, "옛 말에 바보들이나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고 농담을 던진 뒤 "계약서를 보내주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도날드는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전역의 매장을 폐쇄한 뒤 러시아 사업가에게 모든 자산을 넘기고 철수했다. 이후 맥도날드 매장들은 '프쿠스노 이 토치카'로 재개장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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