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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이스탄불 직접 협상에 개의치 않고 진격의 속도를 계속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월 한달 간 하루 평균 14㎞씩 전진하며 2024년 11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진군하고 있다는 미 뉴욕타임스(NYT)의 보도(5월 29일)를 시작으로, 러시아군의 여름 공세가 본격 시작됐고, 최근 1주일 만에 200㎢에 달하는 18개의 우크라이나 마을을 점령했다는 분석 및 속보가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딥 스테이트'는 2일 러시아군의 5월 공격 강도는 4월보다 19% 더 높았다며 "하루 평균 공격이 4월에는 154.8건이었으나, 5월에는 183.6건으로 30건 가까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2가지다. 현재 진행 중인 평화 협상에서 현 전선에서의 휴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러시아는 그 전에 최대한 많은 영토를 확보하거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지니고 총공격에 나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날씨다. 겨우내 땅이 얼었다가 풀리는 '라스푸티차'(진흙탕) 시즌이 지나갔다. 군이 움직이기에 적합한 계절이 온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2023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에서도 공격을 개시하는 쪽의 D데이는 5월 말~6월 초였다.
날씨가 뒷받침하든, 협상력을 확보하든, 전투에서 전과를 거두려면 그에 맞는 힘과 작전이 필요하다. 3년을 훌쩍 넘어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측이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팽팽한 대치 상태에서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격한다는 것은, 어느 쪽의 방어선이 부분적으로라도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전과는 무언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지난 달(5월) 30일 '쿠르스크의 교휸'이라는 기사에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쿠르스크 전선을 돌파해 빠르게 넓은 영토를 점령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군이 올해 3월 초 탈환작전을 시작해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낸 것은 드론을 이용한 새로운 작전의 승리"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군이 탈환 작전에 앞서 지난 2월 말부터 쿠르스크 주둔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모든 공급로를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곳들을 점령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주목받는 것은 광섬유로 제어하는 러시아 드론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은 그동안 '돌격 앞으로'의 '닥공'(닥치고 공격) 작전으로 '고기 분쇄기'로 병사들을 몰아넣는다는 비야냥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지상 공격의 패턴을 바꿔 상당히 전과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우선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찰 드론을 띄워 적진을 살펴본 뒤 카브(활공 포탄) 발사나 포격을 시작한다. 적진이 어느 정도 파괴되면, 개인이 조종 가능한 FPV 드론(1인칭 시점의 드론)을 보내 남아 있는 진지를 정밀하게 공략한다. 이때 '안티드론'(드론 운용 방해)용 방해 전파(전자전)를 피할 수 있는 광섬유 기반의 공격 드론을 주로 활용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군 병사 4~5명이 오토바이나 ATV(사륜 바이크), 혹은 도보로 잔당 소탕에 나선다.

기본적으로 이같은 패턴의 공격이 가능한 것은 러시아의 드론 전력이 우크라이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1년 전만해도 드론 전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앞섰지만, 지금은 열세이거나 동등하다. 특히 러시아는 드론의 공격 범위가 수십 ㎞로 확대되면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지휘소 공략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뜨면, 곧바로 정찰 드론을 보내 후방의 드론 지휘소를 확인하고, 곧바로 카브(활공 폭탄) 투하나, 포격, 공격 드론을 보낸다는 것.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가 한번 공격한 뒤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이유다.
물론, 우크라이나도 같은 패턴으로 러시아 드론 지휘부를 공격하는데, 전체적인 화력 측면에서 러시아에 뒤진다는 게 문제다.
러시아 드론 공격의 패턴 변화는 이미 여러 차례 감지된 바 있다.
대표적인 게 '샤헤드' 드론의 떼(집단) 공격이다. 10~15대의 샤헤드가 일단 목표물에서 좀 떨어진 곳 상공 4천m 지점에서 대기하다가 공격 명령의 신호가 떨어지면 목표물을 향해 일제히 급강하한다. 여간해서 모든 드론을 잡기가 힘들다. 이같은 전술을 사용하려면 10여 대의 드론을 동시에 원격으로 조종이 가능해야 한다. 또 방해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자체 통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방공군 소속의 한 장교는 "러시아의 새로운 드론 전술로 우리(우크라이나) 방공망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다"고 실토했다.
러시아 드론의 성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문가들은 "격추된 러시아 드론을 분해해보면 중국의 민간 드론 '매빅'은 줄고, 개량된 모델이 많아지고 있다"며 "드론의 기판은 여전히 중국산이지만, 나머지 부품들은 러시아산"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내에서 드론이 대량 조립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도 했다.
자율형(AI형) 가미카제(자폭) 드론도 크게 늘어났다.
군사 전문지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지난달 21일 "러시아가 위성항법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도 장착된 알고리즘에 따라 스스로 목표 지역에 진입하고 타격 목표물을 식별한 뒤 공격하는 AI형 드론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형 드론은 최근까지 사용 범위가 30km 안팎이었지만, 러시아는 이를 최대 100km까지 늘렸다고 한다.
러시아가 지상작전에서 거둔 성공을 순전히 '드론 전술'의 진화 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쿠르스크주 탈환작전의 성공은 러-우크라 간 군사 작전의 차이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고립된 채 방어에만 주력하는 군대(우크라이나군)는 언젠가 무너지게 돼 있다. 반면, 러시아군은 '접경 지역에 완충지대를 구축하라'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5월 22일)에 따라, 또 북한 특수부대의 지원을 받아 고립된 우크라이나군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시간은 역시 공격자(러시아군) 편이었다.
러시아군의 적진 돌파 작전도 파격적이었다. 러시아 특수 부대원들은 사용이 중단된 대형 관(파이프 라인) 속으로 10여 ㎞를 걸어 우크라이나군 후방으로 침투했다. 투입된 병사들이 그 후유증을 호소했지만,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갑자기 출현한 러시아군에 놀란 우크라이나군은 우왕좌왕했고, 스스로 무너졌다. 철수 명령마저 제때 내려지지 않아 막대한 손실이 따랐다.
쿠르스크 탈환에 사용된 공격 패턴은 다른 전선에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도네츠크주(州)의 전략 요충지인 포크로프스크와 토레츠크 사이로 진격한 러시아군은 콘스탄티노프카의 남동쪽에서 쿠르스크와 비슷한 전선 형태를 만들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돌출된 지점에서 방어에 전념하고, 러시아는 그 지점을 포위한 뒤 사방에서 드론을 날려보내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정세를 판단해 철수하지 않으면, 제2의 쿠르스크 전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러시아군의 주력이 그 전선으로 속속 투입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관건은 드론 전쟁을 통한 반격 여부다. 드론의 투입수를 늘려 진격해오는 러시아군에 최대한 큰 피해를 입혀야 한다. 이와함께 방어에 충분한 예비 병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최대 악재가 터졌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하일 드라파티 지상군 사령관이 1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 지역의 우크라이나 지상군 훈련장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훈련병 12명이 희생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이 주목한 것은 그의 사퇴 변이다. 그는 훈련장 공습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 군 지휘관들의 실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그는 "군 지휘관은 결정하고 명령한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부대는 몰락할 것"이라며 "처벌이 아니라 신뢰의 기반이 되도록 책임지는 군대를 만들지 않는 한,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지상군 훈련장의 공습 피해는 결과였을 뿐, 그간의 많은 결정들이 실질적인 원인인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질타였다.
우크라이나군은 군 지휘체제부터 부패 스캔들, 군장비의 배포 방식, 군사작전, 미국의 군사지원 축소 움직임 등 여러 면에서 날이 갈수록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신속한 휴전이야말로 이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재정비할 수 있는 길이다. 어쩌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30일간 휴전을 촉구하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