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러-우크라, 이스탄불 2차 협상서 합의된 전사자 시신 교환 삐끗, 예고된 충돌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우크라 2차 협상에서 합의된 포로및 전사자 시신 교환이 일부 언론의 예상대로 실행 과정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3년여간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포로 교환과 시신 인도는 계속 이뤄졌는데, 왜 갑자기 문제가 생겼을까?

그 단초는 이스탄불 협상 후 러-우크라 대표단의 발표에서 어렴풋이 감지됐다.
러시아측 수석대표를 맡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 보좌관은 2일 협상이 끝난 뒤 "우리는 우크라이나 군인 및 장교 시신 6천구를 무조건 인도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같은 수의 러시아군 시신을 넘겨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양국이 6천구의 시신을 상호 교환하기로 합의했다"는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의 발표로 충돌을 피해갔다.


이스탄불 2차 협상후 결과를 발표하는 메딘스키 보좌관 등 러시아 대표단/영상 캡처
문제는 그후. 러-우크라에서는 서로 다른 반응이 나왔다.
러시아의 유명 종군기자 알렉산드르 코츠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사자 6천구의 시신이 인도되면 키예프(키이우) 정권은 사망자 유족에게 1,800억 루블(약 3조원)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고, 시신으로 넘쳐나는 냉동고를 비울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막대한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사자 한 명에 3천만 루블(약 5억원)의 보상금을 약속했으니, 6천구라면 보상금만 1,800억 루블에 이른다"고 했다. 시신 교환으로 키예프(키이우) 정부가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협상 이튿날인 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넘겨주려는) 시신 대부분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우크라이나 군인인지 러시아 군인인지 알 수 없다"며 "내가 아는 한, 6천 구 중 15%만 신원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시신을 인도받아야 하지만, 그들(러시아)은 자신들이 죽인 러시아 군인들의 시신을 넘겨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발언의 전체 맥락으로 보면 시신 인도에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코츠 기자의 예견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반응을 종합하면 러시아의 시신 인도가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가제타루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메딘스키 크렘린 보좌관은 7일 텔레그램을 통해 "시신을 교환할 러시아 국방부 담당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도착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아직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가 시신 교환을 예고 없이 무기한 연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환 지점에는 우크라이나군 시신 1천212구를 실은 냉동 컨테이너가 대기 중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시신을 싣고 국경 지역에 도착한 러시아 냉동 컨테이너/VK 영상 캡처 
그는 또 합의에 따라 중상자와 25세 이하 젊은 군인 등 640명의 1단계 포로 교환 대상자 명단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협상단의 일원인 알렉산드르 조린 러시아군 정찰총국(GRU) 부국장은 이튿날(8일) 교환 장소로의 우크라이나군 시신 이송을 재확인하며 "우리는 6천명 이상의 군인 시신을 돌려준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시신은 복장 상태와 발견 장소를 근거로 우크라이나군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포로 처리 조정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리(우크라이나)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경으로 시신을 인도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시신 교환은 다음 주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사자 시신 교환 날짜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입씨름은 향후 시신 교환이 매끄럽게 굴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조정본부는 나아가 "러시아가 거꾸로 이스탄불 협상에서 합의된 포로 교환의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더러운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도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이스탄불 협상을 근거로 한 송환 활동은 다음 주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 측 조린 국장은 "우크라이나 측이 알고 있는 채널을 통해 시신 반환을 위한 조치가 진행될 것이라는 공식 확인을 기다릴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우크라 2차 협상/영상 캡처
시신 교환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은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 측에 더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내다봤다.
우선, 시신 교환의 규모다. 러시아가 6천구의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시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식 사망자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충격적인 수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전사자 수를 4만 6천 명이라고 발표했는데, 6천구라면 13%가 넘는다.

또 우크라이나에서 실종자 신고가 40만 건 접수되었다는 국제적십자위원회의 보고서를 감안하면, 지금까지 정부 당국이 제공한 병력 손실 발표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추락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 1년 동안 러시아는 정기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훨씬 많은 시신을 인도했다. 예를 들면 지난 3, 4월 두차례 교환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 시신 909구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시신 41구를 인도했다. 그 이전에도 시신 교환 규모에 양국 간에는 큰 차이가 났다.

물론, 시신 교환 규모가 실제 전투에서 손실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하지만 전장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고, 누가 후퇴하고, 진격하는지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회에 이 지표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코츠 기자가 일찌감치 지적한 보상금 문제도 처리가 만만치 않다. 우크라이나 일각에서도 당국이 유족들에게 1인당 1,500만 흐리브냐(약 4억 9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의로 시신을 수습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이미 나오고 있다. 6천명의 전사자를 보상하려면 무려 900억 흐리브냐(약 2조 9천억원)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국방예산의 적자 규모가 2천억 흐리브냐에 이른 상태에서 방어 작전에 나선 살아 있는 병력이 아니라 이미 전사한 병력에 위해 큰 돈을 쓴다는 게 아까운 생각이 들 만하다. 무엇보다도 보상금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군 시신을 실은 냉동차량 앞에서 러시아 방송 기자가 리포트하고 있다/러시아 TV 채널 영상 캡처 
러시아 정보 당국은 이 점을 노리고 시신 교환에 관한 '프로파간다'(선전전)를 펴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망·실종자 유족들의 분노를 촉발시키기 위해서다. 

러-우크라 양국은 그동안 정기적으로 수백구 규모의 시신을 교환해 왔다. 러시아가 시신 6천구를 언급할 때 우크라이나는 그 후폭풍은 미리 예견했어야 했다. 포로 교환에 밀려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 시신 교환이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돌려줄 시신의 숫자를 채우지 못할 경우, 양국의 병력 손실이 직접 비교되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서 퇴각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철수 작전의 실패로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르스크 군사 작전이 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측이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신 교환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그같은 주장을 폈다. 하지만 과연 유족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율리아 야치크 최고라다(의회) 의원은 시신 교환 합의 후 우크라이나군 시신 교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러시아로부터 돌려받을) 시신들은 아직 전사자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당국의 부적절한 대처는 자칫하면, 공식적인 전사자 발표에 대한 우크라이나 사회의 불신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또 실종된 군인의 가족들이 항의 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2차 협상에서 시신 교환 합의를 공식화함으로써 스스로 무덤을 판 게 아닐까 싶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출처 : 바이러시아(https://www.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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