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전쟁과 협상, 그 갈림길에 선 우크라이나 전쟁 - 러시아 전문가의 정세 분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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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진행된 한국전쟁의 휴전 협상은 회담장 내의 협상에서 판가름난 것이 아니다. 회담장 바깥의 백마고지에서 어느 쪽이 더 고지를 장악하느냐는 치열한 싸움 끝에 결정됐다."

새 정부의 첫 국가안보실장에 발탁된 외교관 출신의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그만둘 때 조선일보 이하원 기자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이하원 기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 <63회>)
휴전 협상이든, 종전 협상이든 협상력은 '힘'에서 나온다는 위 실장의 외교관(觀), 혹은 협상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할 것이다. 일부 낙관적인 평화론자들은 반대할지도 모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상을 벌이면서 공격을 강화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일부 서방 언론(국내 언론)의 비판은 낙관적인 평화론자들의 주장에서 시작되고,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끄는 푸틴 대통령은 위 실장의 '외교관(觀)' 신봉자처럼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등을 떠밀리다시피 시작한 러-우크라 양국의 이스탄불 직접 협상은 5월 16일, 6월 2일 두차례 진행됐다. '30일간 휴전 개시 후 평화 협상'(우크라)와 '평화 협상 타결 후 전면 휴전'(러시아) 주장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또 평화 협상의 전제 조건들이 극과 극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양국이 합의점을 찾아내기는 극히 힘들다. 협상장 뒷전에서는 러시아의 '여름 공세'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핵전력 타격(거미줄 작전)이, 러시아의 보복 공습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우크라 2차 협상/러시아 매체 rbc 영상 캡처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우크라 2차 협상/러시아 매체 rbc 영상 캡처

 

이같은 전개 과정을 러시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언론인이자 정치 전문가인 세르게이 크루타코프는 비교적 명쾌한 논리로 협상과 전쟁의 상관관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숨은 전략, 트럼프 대통령의 딜레마 등에 대해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협상이 왜 교착 상태에 빠졌는가 △이런 갈등이 과거에 왜 세계대전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는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가 △우크라이나의 핵전력 타격(거미줄 작전)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 △갈등 해결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설명이다.

크루타코프가 6일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KPru)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러시아 전문가가 보는 현실 인식의 큰 틀을 살펴보자. 

레오니드 크루타코프의 평소 언론 인터뷰 모습/영상 캡처 
레오니드 크루타코프의 평소 언론 인터뷰 모습/영상 캡처 

우선, 협상은 왜 진전되지 않을까?
크루타코프(이하 그는)는 그 이유를 "협상의 중재자로 알고 있는 미국이 러-우크라 간 이견을 해소하고 갈등을 종식시킬 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렛대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각종 제재,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압력인데, 러시아는 이미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바람에 영향력이 떨어졌다. 또 우크라이나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강제로 자폭하게 만들 수는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에 밀려 '러시아와 합의한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돈바스 지역과 자포로제(자포리자), 헤르손주는 이제 러시아 영토다. 우리는 나토(NATO)에 가입하지 않고, 무장 해제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반(反)러시아 민족주의 무장단체 '반데라'의 총알이 머리에 박힌 그의 시신을 찾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소련에서는 '반데라'가 1970년대 시베리아에서 저지른 암살을 끝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다시 살아났는데, 반드시 (러시아에게 양보한 세력에 대한) 복수에 나설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반데라' 세력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 6년간 (러시아에 대한) 증오심을 조장하며 러시아인들과는 다른 국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안타깝게도 대체로 성공했다고 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에서 양보 결정을 내릴 때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캐나다나 아르헨티나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은신할 수 있는 정글과 미로들을 먼저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른다."

지난 4월 푸틴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는 위트코프 미 대통령 중동 특사/사진출처:크렘린.ru
지난 4월 푸틴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는 위트코프 미 대통령 중동 특사/사진출처:크렘린.ru

워싱턴이 왜 모스크바와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 딜'(거래)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향해 '필요한 것은 이미 모두 받았다.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군사기업(PMC) 국가로 전락했고,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공급을 차단해 산업 경쟁력은 이제 제로로 떨어졌다. 나는 우크라, 유럽에게서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로부터는 우라늄, 티타늄, 가스, 석유 등 받아야 할 게 많다. 또 하루빨리 러시아를 중국과 분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가 테러리스트이고, 메르츠 독일 총리를 (젤렌스키 지지를 이유로) 악당이라고 공개적으로 부를 수는 없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완승을 용납하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승리는 곧 세계 질서의 1극 체제가 완전히 붕괴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많은 국가들이 미국을 떠나 러시아와 협력하기 위해 달려올 것인데, 미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러-우크라가 서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전쟁을 끝내는 게 최선이다. 러시아에게도 '고통스런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상처뿐인 승리다. 이를 극복하는 게 러시아에 던져진 난제다."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의 전폭기 배치 기지를 공격하는 모습/우크라 SBU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의 전폭기 배치 기지를 공격하는 모습/우크라 SBU 영상 캡처

그는 키예프가 러시아 핵전력 타격과 열차 공격 등 테러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이유에 대해 "아직 카드가 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한 미-러 간의 담판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카드가 없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게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전선에서 러시아를 압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가능한 모든 테러 수단을 동원해 자신만의 카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습적으로 핵전력을 타격해 모스크바와 워싱턴 간의 협상을 어렵게 하고, 러시아의 가혹한 보복을 유도해 대(對)러시아 제재 여론을 서방에 조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에게 '코셰이의 달걀'(유일한 해법)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 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폭격의 빌미를 주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미줄 작전'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말하는 함정에 빠졌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적어도 합의에 가까워지는 상황(종전 분위기)이 조성되는 것을 일단 막았고, 전쟁은 격화됐으며, 앞으로도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누구도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러시아의 승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했다. 이후 그는 제대로 된 사과도, 공개적으로도 안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그는 '좋은 사람이고,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는 지도자이고, 돈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포기한 게 아니다'는 평판을 얻었다. 결국 '쇼'를 한 것이다. 미국은 시끄럽게 떠들고 이틀 동안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꺼버렸다가 다시 켰다(군사 정보 제공)."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한다면, 키예프가 몇 달이나 버틸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러시아의 승리로 이어진다. 반대로 러시아에 제재가 가한다면? 협상은 끝나고 러시아와 중국 간의 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선택들은 '다모클레스의 검'(권력자의 머리 위에는 늘 목숨을 위협하는 검이 가는 실에 매달려 있다는 신화/편집자)과 같다.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어야 편안하다. 상대를 위협하거나 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게 현재로서는 더 낫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좀 답답하더라도 러시아가 미국의 조건(평화안)에 동의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최선이다. 이를 위한 투쟁(?)이 협상장, 전화 통화, 언론 등 모든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우크라 무기 이송 모습/사진출처:우크라 합참 페북
미국의 대우크라 무기 이송 모습/사진출처:우크라 합참 페북

여름이 되면 바이든 전 행정부가 발표한 대(對) 우크라 무기 지원이 끝나고, 미국의 무기 공급이 중단될 것이는 전망에도 그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그같은 상황을 오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집권 4개월 동안 미국이 물자 공급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 증거로 들었다.

"무기 공급이 중단되면 우크라이나 군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전 행정부의 지원 패키지가 끝날 때까지 평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미국의 군수 물자 공급은 계속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 방법론은 또 다른 이야기다. 미 의회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고, 미-우크라 광물협정의 취지에 따라 공동 기금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유료로 무기를 공급(사실상 무료)할 수도 있고, 유럽이 돈을 내고 무기를 사준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 방법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이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 

그는 이같은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일깨운 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4가지 옵션(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크루타코프는 전쟁 종식 4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사진은 그의 사이트에 올라 있는 크루타코프/캡처
크루타코프는 전쟁 종식 4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사진은 그의 사이트에 올라 있는 크루타코프/캡처

우선, 러시아-중국과 미국-유럽이라는 두 블록으로 영향권이 분할되는 것을 전제로 특수 군사작전이 끝날 수 있다.

두번째는 미국이 러시아에 불가침을 보장하고, 중국이 지원을 거부할 경우, 러시아가 타협할 수 있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가 러시아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러시아는 부분적으로 세계적 영향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세 번째는 우크라이나 지도층 부패에 대한 폭로, 혹은 위협을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정치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이다. 미국의 간접적인 우크라이나 정치 개입(내정 간섭)을 의미하는데, 러시아와의 공모 혐의를 피하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러 간의 비밀 협상(가설)을 근거로, 종전안이 도출될 수 있다. 공식적으로 러시아는 일부 양보가 불가피하지만, 특수 군사작전의 주요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비밀 협상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불확실성이 아주 높은 방안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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