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Jan 2026

포로, 시신 교환 등 이스탄불 2차 협상 합의가 이행됐다, '평화 각서' 논의는 언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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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양국은 이스탄불 2차 협상의 합의에 따라 포로들을 교환하고 시신을 인도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0일 하루를 정리한 기획기사에서 "러-우크라는 전날에 이어 오늘도 포로 교환을 실시했다"면서 "그러나 이틀간에 걸쳐 진행된 부상자, 25세 미만 포로들의 교환 인원은 공개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여러차례 진행된 포로 교환에서 양측은 00대00, XXX 대 XXX 등 대등한 포로 교환 인원을 공개해왔다. 비대칭적인 포로 교환 규모가 드러나지 않도록 어느 한쪽(러시아로 추측/편집자)이 상대를 배려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탄불 2차 협상 합의에 따라 풀려난 우크라이나군 포로(위)와 전사자 시신 교환 장면/사진출처:우크라 보안국, 텔레그램  
이스탄불 2차 협상 합의에 따라 풀려난 우크라이나군 포로(위)와 전사자 시신 교환 장면/사진출처:우크라 보안국, 텔레그램  

이어 11일 양측은 전사자 시신 1,212구 대(對) 29구를 교환했다. 러시아는 이스탄불 2차 협상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군 시신 6천여구를 무조건 인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우크라이나측은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마지못해 합의 내용을 확인했지만, 러시아가 시신을 교환 장소로 운송하자 사전 합의가 없었다며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교환에 필요한 러시아군 전사자 시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시신 교환이 이뤄졌지만, 1,212구 대 29구라는 비대칭적인 수치가 확인됐다. 러시아는 계속 우크라이나군 시신을 넘겨줄 작정이다. 시신 보관에 필요한 냉동 시설의 확보나 관리 비용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스트라나.ua는 2차 협상의 합의 내용이 이행되면 3차 협상을 위한 창구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상을 입은 포로들의 교환이 12일 마지막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탄불 2차 협상 장면/러시아 매체 rbc 영상 캡처
이스탄불 2차 협상 장면/러시아 매체 rbc 영상 캡처

3차 협상이 열릴 경우(우크라이나 측은 이달 20~30일 사이에 갖자고 제의했다/편집자), 주요 의제는 지난 2일 2차 협상에서 양측이 서로 주고받은 '평화 정착을 위한 각서(이하 평화 각서)'에 관한 논의가 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다만, 상대의 평화 각서에 대한 대략적인 답변 기조가 이미 알려진 상태라, 3차 협상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절대 아니다.

안드레이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9일 케스투티스 부드리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과 회담후 가진 브리핑에서 "그들(러시아)은 이스탄불에서 외교적으로는 부적합한 최후통첩 목록을 제시했다"며 "진지하게 이를 논의할 수 없으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모스크바는 아직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평화 각서(휴전 후 평화 협정 논의/편집자)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2차 협상 전에도 사전 검토를 위해 평화 각서를 미리 넘겨달라는 우크라이나측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대표단이 만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측이 평화 각서에 대한 '프로파간다전'(선전전)을 펼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러시아는 이스탄불 협상장에서 문건을 우크라이나 측에 넘긴 뒤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을 공개했다.

언론에 공개된 러시아측 평화 각서/텔레그램
언론에 공개된 러시아측 평화 각서/텔레그램

주목할 것은 각서 내용에 대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반응이다.
그는 10일 "모스크바가 평화 각서에서 제기한 영토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는 내가 푸틴 (대통령)과 직접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스탄불 협상에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권한은 전쟁 포로의 교환과 납치된 어린이 송환 등 인도주의적 문제의 해결이나 30일간의 휴전과 같은 의제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주권및 영토 보전에 대한 협상 권한은 헌법상 대통령에게만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점령 지역을 '법적으로는' 러시아 영토로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게 적절한 안보 보장이 확보되면, 무기가 아닌 외교적 수단을 통해 영토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최종 타협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영토 문제는 휴전 합의 후 오랜 시간을 두고 푸틴 대통령과 직접 협상을 해야 하는 문제라는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 러-우크라-미-튀르키예(터키) 4자 정상회의를 제안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존 협상 기조와 같은 맥락이다.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로 추정되는 폭발 사건으로 1일 러시아 브랸스크주에서 열차가 전복됐다/사진출처:텔레그램@rosSMI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로 추정되는 폭발 사건으로 1일 러시아 브랸스크주에서 열차가 전복됐다/사진출처:텔레그램@rosSMI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SBU)의 '사보타주'(비밀 폭파 작전)를 테러 행위로 규정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을 일축한 바 있다. 그는 4일 정부 각료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이스탄불 2차 협상이 열리기 전날(1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철도및 철교 폭파 사건을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고, 테러리스트인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변수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우크라이나의 여론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종전(평화)를 위해 영토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는 우크라이나 여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쟁을 끝내고 국가 주권을 보존하기 위해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인이 지난 6개월 동안 계속 늘어나 38%에 달했다고 키이우 국제 사회학 연구소(KIIS)가 여론 조사를 인용, 10일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절반이 넘는 국민(52%)이 영토를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영토는 모스크바가 헌법에 러시아 땅으로 규정한 점령지 4곳(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주)를 뜻한다.
 
문제는 여론의 변화 추이다. 영토의 양보에 대한 지지는 2022년 가을 8%(반대 87%)에 불과했으나, 2023년 12월 이후 꾸준히 늘어나 이제는 거의 40%에 육박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또 지난 2월 여론조사에서 영토 문제보다는 물가 상승에 더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고, 3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2%가 헌법에 우크라이나의 중립과 비동맹, 비핵화를 명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평화 각서'에 일체 반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러시아측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단서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협상 대표단 단장(수석 대표)의 언론 인터뷰다. 

지금부터 3년 여전인 2022년 3월 협상에 이어 이번 협상에서도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메딘스키 단장은 9일 러시아투데이(RT)와 인터뷰에서 이스탄불 2차 협상에서 제시한 러시아의 요구는 3년 전보다 더욱 가혹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2022년 3월 말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정 초안에 합의한 뒤 이를 발표하는 메딘스키 단장(왼쪽)과 러시아 대표/러시아 TV 채널 영상 캡처
2022년 3월 말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정 초안에 합의한 뒤 이를 발표하는 메딘스키 단장(왼쪽)과 러시아 대표/러시아 TV 채널 영상 캡처

3년 전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및 외국 군사 기지 제공 금지, 러시아 정교회(UOC)와 러시아어 사용자의 권리 인정, 돈바스 지역 결정 유예및 크림반도의 외교적 해결 등이 주를 이뤘으나,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4개주 양도에 서방의 대러 제재 해제까지 요구 조건이 더 많고 구체적이다. 

메딘스키 단장은 또 "2022년 봄,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와 바이든 미 행정부가 러시아와 평화 협정 체결을 반대했다"고 유감을 표시하면서 유연한 협상가였던 다비드 아라하미이 당시 우크라이나 대표단 단장(우크라이나 집권 여당 '인민의 종' 대표)의 발언을 소개했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당신에겐 상사가 한 명(대통령)이지만, 난 쉽게 말해 상사가 세 명(대통령, 미국과 영국)이다."

그는 "키예프가 당시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면, 전쟁 초반에 평화 조약을 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양국은 2022년 4월까지 우크라이나의 중립화와 병력 및 군사 장비 수 제한 등을 담은 협정 초안에 이미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다비드 아라하미아 전 단장도 1년 6개월 전인 지난 2023년 11월 여성 언론인 모이세추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중립국 지위에 동의했다면, 전쟁은 2022년 봄에 끝날 수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 즈음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키예프를 방문했는데, 이후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그의 이같은 입장은 그 이후에도 유지됐다. 

2023년 11월 우크라이나 여성 언론인과 인터뷰하는 아라하미아/영상 캡처 
2023년 11월 우크라이나 여성 언론인과 인터뷰하는 아라하미아/영상 캡처 

하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2022년 봄 평화 협정의 서명 거부에 대한 '아라하미아'식 해석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당시에도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키예프는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추가 협상(3차 협상)을 거부하지는 않고 있다. 달라진 것은 미 행정부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트럼프 지도부는 바이든 전 정부와 달리 러시아와 협상을 계속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메딘스키 단장의 발언에서 주목할 대목은 두 가지다.
그는 "완전한 평화 협정 없이 적대 행위가 동결된다면, 앞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핵전쟁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논리에서다. 
"섣부른 휴전으로 이 지역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오랜 분쟁 지역이었던 나고르노-카라바흐가 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분쟁 지역으로 변할 것이다. 휴전 후 시간이 흐르면 우크라이나는 다시 나토와 함께 이 지역을 되찾으려 할 것이고, 이는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우크라이나는 패배할 것이고, 그 결과는 지금의 협상 조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3년 전보다 더 가혹해진 러시아측 이번 요구 조건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에게 남은 선택은 미국이 대(對)러 제재를 강화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6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를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최근호에서 미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 중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러-우크라 협상 중재에서 발을 빼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우크라 양국이 자신의 중재 방안을 수락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뒤 협상 철수를 선언한다는 것. 이 경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군사 정보는 제공하되 무기 공급은 끊을 것으로 이 잡지는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군사 지원을 받아 러시아와 전쟁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도 했다. 이는 전쟁의 장기화로 가는 길이다. 앞으로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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