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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우리의 국가 안보실 격) 서기(실장 격, 장관급)가 17일 푸틴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 받고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지난 4일에 이어 약 2주 만에 평양을 또 찾은 것이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와 가제타루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쇼이구 서기는 빈번한 방북에 대해 "1년 전 시작한 양국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의 이행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안보 문제 논의가 이번 방북의 주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북한이 공병대와 건설 인력 총 6천명을 파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을 방문해 북한과 맺은 북러조약 체결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북러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 공병대의 파견 결정까지 끌어냈으니, 전쟁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로서는 흡족할 만하다. 반대로 북한으로서는 이웃나라 전쟁으로 무기도 팔아 먹고, 인력 송출로 외화까지 벌어들이니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월남 파병을 통해 부족한 외화를 벌어들인 우리나라의 1960년대를 떠오르게 한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한국은 5만 명의 병력(누계 총 30만 명)을 베트남에 파병해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 간 56만 3,387건의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
쇼이구 서기는 또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위원회 비서국 비서와도 회담했다.
주목할 것은 쇼이구 서기가 국제 정세에 관한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구두로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대목이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북한이 관심을 보였을 경우, 쇼이구 서기가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은 격화하는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관해 간접적으로 '정상급 대화'를 나눠다는 뜻이다. 쇼이구 서기가 보름 만에 다시 수천㎞를 날아간 이유를 북러 조약 1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긴밀화하기 위한 것으로만 보기에는 미심쩍은 이유다.

이란은 오랜 기간 북한의 핵및 미사일 개발 과정에 도움을 준 국가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도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샤헤드 드론과 탄도 미사일을 공급받은 것으로 서방 언론은 보도했다. 모두가 사실이라면, 러시아와 북한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이란을 도울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중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다음날(14일) 화물기 한 대가 중국을 이륙했고, 그 다음 날, 두 번째 화물기가 중국 해안 도시에서 날아올렸다고 보도했다. 16일에는 세번째 화물기가 상하이를 떠났다.
비행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화물기들은 중국 북부를 지나 서쪽으로 비행한 다음, 카자흐스탄을 지나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이란 쪽으로 접근하면서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당초 비행 일정에는 룩셈부르크가 최종 목적지로 명시되어 있었지만, 유럽 상공에 전혀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륙한 보잉 747 화물기는 일반적으로 군사 장비와 무기를 운반하는 데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6일 "중국의 이란 지원이 중동 전쟁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이 이란에 미사일을 공급하고,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도운다면, 전쟁은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미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공 미사일의 부족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서방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란은 2023년 8월 24일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회의에서 새 회원국(현재 총 10개국)으로 확정됐다. 브릭스를 주도하는 러시아와 중국은 새 회원국 이란이 이스라엘과 그 서방 동맹국들에게 무참히 얻어맞는 '아이'처럼 보이는 사태를 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18일 이란-이스라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통화하면서 전운(戰雲)에 휩싸인 중동 정세에 관해 집중 논의했다. 발표는 즉각 휴전을 촉구한 것으로 나오지만, '플랜B'(미국의 이란 폭격)에 관해 어떤 논의를 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