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5년 전 대선 정적들을 석방한 까닭? 미 대통령 특사 만났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적으로 러시아 편을 든 이웃국가 벨라루스는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당했다. 러시아와 거의 같은 나라로 취급을 받는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외신(서방 언론)의 관심이 사라진 틈을 타 올해 1월 26일 대선을 치러 86.8%의 득표율로 7선에 성공했다. 한때 대선 불출마 비슷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묻혔다.

그로부터 4년 5개월 전인 2020년 8월에 실시된 대선의 양상은 완전히 달랐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오랜 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신종 코로나(COVID 19)에 대한 기상천외한 대처법에 놀란 벨라루스인들은 정권 교체를 부르짖는 야권 후보들에게 환호했고, 급기야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서 켜켜이 쌓인 불만을 터뜨렸다.



민스크 도로를 가득 메운 시위대(위)와 남편의 대타로 대선 후보로 나선 스베틀라나 티호노프스카야/TV영상, 페북 캡처
이 과정에서 벨라루스 민주화의 미래이자 상징으로 주목받은 인물은 티호노프스키 부부(남편 세르게이, 아내 스베틀라나)다. 2019년 당국의 부정부패, 비리를 폭로하는 유튜브 채널 'Страна для жизни'(삶을 위한 나라)를 열어 '벨라루스판 나발니'로 자리매김한 세르게이 티호노프스키가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당국에 체포되고 대선 후보 등록이 좌절되자, 아내인 스베틀라나가 대타로 나섰다. 야권은 스베틀라나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했고, 그녀는 단박에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맞서는 강력한 '야권 카드'가 됐다. 

더욱이 대선 결과(공식 발표로는 티호노프스카야는 10%, 루카셴코는 80% 득표)가 발표되자, 그녀는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앞장섰고, 수십만 명을 거리로 이끌어냈다. 2020년 8월의 벨라루스 민주화 시위는 그렇게 시작됐고, 그 열기는 1980년 서울의 봄에 못지 않았다.

하지만, 총검을 앞세운 당국의 강경 진압에 길거리 시위대는 뿔뿔이 흩어지고, 스베틀라나는 남편을 감옥에 남겨둔 채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그렇게 헤어진 세르게이, 스베틀라나 부부가 21일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특사의 요청에 따라 세르게이 티호노프스키 등 수감자 14명을 전격 석방한 것이다.


감격스런 티호노프스키 부부의 포옹/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켈로그 특사를 수행한 존 콜은 21일 SNS에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벨라루스에서 14명의 수감자가 석방됐다"며 석방 순간을 자세히 밝혔다.

"수감자 14명을 태운 밴이 어느 한적한 시골 길에 멈춰섰다. 문을 열었더니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여러분은 이제 자유의 몸이다'라고 말했더니, 몇몇이 (영어를) 알아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들은 끌려올 때만 해도 어디로 가는지, 또 어쩌면 더 끔찍한 곳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차에 올랐으니깐. 하지만 그들은 석방되는 것을 알고 정말 기뻐했다."

스베틀라나는 빌뉴스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남편을 포함해 석방된 사람들에게 "아직 그 곳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갇혀 있다"며 루카셴코 대통령과의 싸움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벨라루스의 이날 정치범 석방은 전적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와 관계 정상화를 꾀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보를 보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차원에서 '선의'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 사이에 다리를 놓은 이는 켈로그 특사다.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켈로그 특사는 20일 이례적으로 벨라루스를 방문, 루카셴코 대통령과 6시간 이상 만났다. 두 사람은 서방의 대(對)벨라루스 제재,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위기, 벨라루스와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켈로그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범 석방 요청을 전달했고,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켈로그 미 특사를 맞이하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영상 캡처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변인은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루카셴코 대통령이 14명을 사면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변인은 "미국인 1명을 포함해 일본인 2명, 폴란드인 3명, 라트비아인 2명 등과 극단주의 및 테러 활동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벨라루스인들"이라며 "세르게이 티호노프스키의 석방은 가족의 재결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풀려난 티호노프스키(46)는 지난 2006년 스베틀라나와 결혼해 두 자녀 코르네이(15)와 아그니야(10)를 두고 있다. 그는 대선 이듬해(2021년) 대규모 폭동 조직, 사회적 불화 조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업무 방해, 공공질서 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교도소 행정에 저항한 혐의로 1년 6개월형이 추가됐다.

아내인 스베틀라나는 2023년 궐석재판에서 국가 권력 탈취 음모, 극단주의 단체 조직, 가두 시위 촉구 등의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부부는 앞으로도 리투아니아에서 반정부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사형을 선고받은 독일인 리코 크리거를 지난해 7월 사면하고, 석방한 바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출처 : 바이러시아(https://www.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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