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협박, 폭격, 휴전.. 트럼프식 해법 우크라이나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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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기습적인 이란 테헤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12일 만에 휴전으로 끝났다. 제 3자의 눈에는 '이상한 전쟁'으로 보이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약속 대련(對鍊)'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짜고 치는 고돌이'는 아니더라도 대중의 인기를 끌기 위해 '각본이 있는' 미국의 프로레슬링(WWE)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WWE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레슬링 경기)가 아니다.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장면/영상 캡처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장면/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4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중동의 휴전'(Перемирие на Ближнем Востоке)이라는 코너에서 "이란은 23일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벙커 버스터 폭탄' 투하에 보복하는 조치로 카타르에 있는 미 공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명백히 '각본에 있는' 공격이었다"고 평가했다. 먼저, 여러 언론이 이란의 보복 공격을 정확히 보도했고, 트럼프 미 대통령도 나중에 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매체는 "이란이 사전에 (상대에게) 공격 장소와 시간을 알려줬고, 미국은 (덕분에) 모든 미사일을 격추(한 발은 사막에 추락)했으며,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며 "공격 직후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제 끝났으며 휴전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보복 공격"이었다고 지적했다. 공격 대상국인 카타르가 이스라엘-이란-미국 3자 간의 협상 중재국이었다고 하니 '각본' 이야기가 안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24시간 내 휴전 약속후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졌고, 공식적인 휴전 발효(한국시간 24일 오후 1시)이후에도 서로 공격이 오가고, '휴전 위반' 비난전이 일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를 감지하고 격추한 뒤 전투기를 띄워 이란을 보복 공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해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기이한(?) 일까지 생겼다. 미사일을 발사한 이란에 대해서는 "실수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수도 있다"고 감쌌다.

이란의 카타르 미공군기지 보복 공격시, 기지가 거의 비어 있었다는 미 뉴욕 타임스 보도/캡처
이란의 카타르 미공군기지 보복 공격시, 기지가 거의 비어 있었다는 미 뉴욕 타임스 보도/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비록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했지만, 더 이상 확전을 원치않는다는 확실한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서로 주먹을 휘두른 3자(이스라엘 이란 미국)는 제각각 전쟁 승리를 주장하고 있으니, 더 이상 충돌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이스라엘과 미국은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고, 미사일 발사대 등 군사 기지와 군수산업체에 상당한 피해를 안겼다. 군사적으로 승리를 주장하기에 충분한 전과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해야 핵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을 달성했고, 아야톨라 호메이니 신정(神政)정권의 붕괴를 호언장담한 이스라엘의 공격 목표를 좌절시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 휴전이 당분간 깨지지 않는다면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룩한 첫번째 가시적인 성과로 두고두고 자랑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번 휴전이 미국이 의도한 대로 굴러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란이 미국과의 핵협상에 복귀하더라도 테헤란이 미국의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하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한다. 그같은 뜻을 밝힌 적도 없다. 계속해서 평화적인 핵개발 의사를 천명하고 있다.

또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심적인 핵시설을 겨냥한 미국의 이번 폭격으로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을 잃었는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실질적인 피해 상황은 시간이 지나야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및 생산 능력을 잃지 않았다면, 휴전 기간을 이용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완료할 수도 있다. 또 방공 시스템과 미사일 발사 프로그램을 복구할 수도 있다. 휴전은 이런 측면에서 이란에게 시기적으로 더 유리한 지도 모른다.

결과는 휴전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미국이 테헤란과 핵 협상에 성공하면 이스라엘-미국의 승리로, 협상이 파행으로 끝나면 '12일간의 전쟁'으로 받은 피해와 전쟁 체력을 회복한 이란의 판정승으로 여겨지고, 또 무력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에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신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처음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작전 초기 이스라엘군의 놀라운 성공에 감명을 받고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동시에 1주일간의 무차별 폭격에도 이란의 아야톨라 정권이 무너지기는커녕 정국을 통제하고 이스라엘을 향해 정기적인 반격을 가하는 걸 확인했다. 장기전으로 가면 이스라엘이 지쳐 나가 떨어질 게 자명했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개입할 소지도 높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이란 체제 붕괴에 '올인' 작전을 펴느나, 상황을 주도해 전쟁을 최대한 빨리 종식시키느냐의 갈림길이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같은 미국내 '네오콘'(전쟁 강경파, 매파)들은 첫번째 선택을 강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두번째 길을 택했다. 상당수 측근들이 건의한 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전쟁에 '올인'하면 국내에서 엄청난 경제적,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고, 또 급격히 악화될 게 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 미 워싱턴 포스트(WP)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 미 워싱턴 포스트(WP) 캡처 

스트라나.ua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번째의 길을 선택하면서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한 뒤 파괴를 선언하고 빠른 휴전을 택하는 시나리오를 짠 것으로 봤다. 그 중간에는 카타르가 있었다. 이란의 카타르 미군 기지 타격을 용인하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란과의 '간접 협상'을 통해 군사 작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각본(?)은 일단 멋지게 끝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은 '평화의 사절' 역할은 우크라이나 전선이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을 끝낸 수법을 또 사용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중동 전쟁에서는 주도권을 쥔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란에 대해서는 '무차별 폭격 카드'를 흔들어 동요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키예프(키이우)에 압력을 가해 전면 휴전에 동의하도록 설득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아직 무조건적인 휴전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이란처럼 '폭격 카드'를 꺼내들 수는 없다. 그것은 바로 '핵전쟁'으로 가는 길이다. 미국의 네오콘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對)러'강경 카드' 사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로서는 쉽지 않는 선택이다. 모스크바가 정한 휴전 조건을 모두 들어줄 수도 없으니 딜렘마다.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출처:백악관 페이스북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출처:백악관 페이스북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위기를 최단시간에 끝낸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할 여유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이란 핵 협상에서 러시아가 일정한 역할을 할 경우, 모스크바와 각을 세우기 힘들다는 점도 무시하기 힘들다.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식을 이끌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채찍'보다는 '당근'을 내밀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현재로서는 타당하다.

우크라이나에게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난 게 '행운'이다. 하지만 순전히 군사적인 측면에서, 12일간의 전쟁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큰 피해를 안겼다. 미국이 앞으로 이스라엘과 중동내 군사기지의 방공망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돈을 내고 무기를 산다고 해도, 우크라이나에 방공시스템 등 군사 장비를 제공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향후 선택은 중동의 포화가 조기에 그쳤지만,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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