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현대차의 러시아 재진출, 중국 공장에서 카자흐 거쳐 현지로 가는 '우회 전략'?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바로가기기사저장

현대차·기아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해제를 더이상 기다리지 않고 중국과 카자흐스탄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러시아에 다시 진출하기로 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가제타루 등 러시아 언론은 26일 현대차는 중국 자회사를 통해 러시아에 자동차 키트(부품)를 공급할 예정이며, 부품은 카자흐스탄을 거쳐 운송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차의 이같은 계획은 대(對)러 제재를 위반하는 위험을 피하고, 러시아의 법적 절차도 준수할 수 있는 '우회 진출' 방안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설명했다. 

현대차의 러시아 대리점/사진출처:major-auto.ru
현대차의 러시아 대리점/사진출처:major-auto.ru

 

현지의 한 소식통은 가제타루에 “중국 시장에서 사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중국을 러시아로의 부품 공급을 위한 중간 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최근 몇년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120만 대 판매라는 최고 기록을 세운 현대차는 이듬해(2017년) 곧바로 80만 대 밑으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24만 7천 대로 급락했다.

반면, 러시아 시장에서 현대차는 201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하면서 승승장구했으나, 2022년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와 함께 러시아 시장을 떠나야 했다. 또 가동을 중단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2023년 말 러시아의 AGR(자동차)그룹으로 넘어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등 현대차 러시아 자산을 인수한 AGR그룹/홈페이지 캡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등 현대차 러시아 자산을 인수한 AGR그룹/홈페이지 캡처 

AGR그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 남아 있던 부품을 활용해 현대차가 아닌 자체 브랜드 '솔라리스'(Solaris)로 차량을 조립, 생산하고 있다. 생산 모델은 솔라리스 HC 크로스오버, 솔라리스 HS 및 KRS 세단, KRX 해치백이다. '솔라리스'는 원래 현대차 상트페테르공장에서 생산된 현지 맞춤형 베스트 셀러 모델이다. AGR그룹은 지난 3월 25일 '솔라리스' 브랜드(솔라리스, KRX 세단및 해치백)의 차량 출하가 3만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잘 알다시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가동 중단및 러시아 공식 판매가 중단되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기아는 '국민차' 반열에 오를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러시아 유럽자동차기업협회(AEB)에 따르면, 2021년 기아차는 러시아에서 20만 5,800대, 현대·제네시스는 17만 1,800대를 팔았다. 2020년의 판매량도 얼추 비슷했다.

현대차가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 똑같이 판매 부진에 고전하고 있지만, 원인은 완전히 다르다. 러시아에서는 차가 없어 못파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재고가 넘쳐날 정도로 차를 만들기보다는 그 부품을 러시아로 보내 조립, 판매하면 서로 '윈윈'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러시아 시장은 여전히 현대차·기아에게는 중요한 시장이다.

현대차를 생산하던 시절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모습/사진출처: 현대차 
현대차를 생산하던 시절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모습/사진출처: 현대차 

자동차 전문가이자 러시아 자동차 딜러 협회 전 회장인 올레그 모세예프는 가제타루에 "러시아에서 조립할 자동차 부품을 중국에서 카자흐스탄을 통해 가져오는 게 양쪽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제재가 해제되지 않았고, 조립용 부품의 공급 비용을 추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자동차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한국에서 받을 수 없는 만큼, 중국과 카자흐스탄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공급받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객관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은 서방의 대러 제재를 지지하지 않고,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이다. 통관 절차도 당연히 간소하다. 또 중국에세 생산된 부품이 카자흐스탄를 거쳐 러시아 내 조립 공장으로 들어가면, 비록 현대차 브랜드를 달고 있을지라도, 현대차 본사와 러시아 공장을 직접 연결하는 고리를 끊어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예상되는 어려움도 없지 않다. 카자흐스탄의 정치적 불확실성부터 안정적인 품질 유지 문제까지 곳곳에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 때보다 비용 부담이 늘어 자동차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 

현지 언론들은 중국→카자흐→러시아로 이어지는 현대차의 우회 진출 방안이 러시아 복귀를 위한 첫걸음으로 주목하면서도 아직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도 러시아 시장의 반응과 경쟁사, 특히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언론들은 내다봤다. 

가제타루는 AGR그룹 측에 현대차와의 접촉및 협력, 부품의 우회 공급 방안,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매각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러시아 법인 역시 답변하지 않았다.

러시아 특허청 격인 로스파텐트/사진출처:홈페이지
러시아 특허청 격인 로스파텐트/사진출처:홈페이지

◇여전히 높은 관심, 현대차의 러시아 재진출 

현대차의 러시아 재진출 여부는 현지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올해들어 꾸준히 러시아 로스파텐트(연방지식재산서비스, 특허청 격)에 상표권을 등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렌타루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월 현대(Hyundai) ix10, 현대 ix40, 현대 ix50 등 3개의 상표를, 기아는 '기아 마이 모빌리티'(Kia my mobility), '어 베터 웨이 투 고'(A better way to go), '그린 라이트'(Green light), '기아 에디션 플러스'(Kia edition plus) 등 새로운 상표 5건을 로스파텐트에 등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도 각각 최소 8건, 6건의 상표를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표권은 2034년까지 유효하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재진출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려야 재진출을 공식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 상트공장에선 지금!

그 사이에 AGR그룹에 넘긴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 공장에 납품하기 위한 부품 생산이 현지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의 공장에서도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메르산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라 코퍼레이션 루스'(한국 유라 코퍼레이션의 러시아 지사)가 레닌그라드주(州) 이바노보에서 자동차 부품 생산을 재개했다고 상트페테르부르크시를 둘러싸고 있는 레닌그라드주의 드미트리 얄로프 경제담당 부국장이 5월 26일 말했다. 그는 생산된 부품들이 AGR그룹으로 납품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라 코퍼레이션 루스는 2008년부터 이바노보 공장에서 자동차용 전기 배선 등을 생산해 왔는데, 2022년 3월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유라 코퍼레이션이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들/사진출처:홈페이지
유라 코퍼레이션이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들/사진출처:홈페이지

앞서 코메르산트는 AGR 자동차 공장(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올 1분기에는 8천700여대, 2분기에는 1만 2천여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AGR 자동차 공장은 또 중국 브랜드 재쿠(Jaecoo)의 생산량을 월 1천대로 늘렸다고 젤라보이 페테르부르크가 지난 4월 보도했다. 4월 기준으로 AGR 자동차 공장은 '솔라리스' 브랜드 차량을 월 2천~3천 대, 재쿠 모델을 월 1천대 생산한다는 것이다. 

◇꾸준한 중고차 인기, 현대 기아차 브랜드

현대차가 러시아에 신차 공급을 사실상 중단했지만, 중고차에 대한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 맞춤형 '솔라리스' 모델은 5월 한달 동안 중고차 광고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차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전문 매체 카엑스포 등 현지 언론은 지난 5일 아프토루(Avto.ru)의 집계를 인용, 지난 5월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중고차 광고는 2021년형 현대 '솔라리스' 였다고 전했다. 이 차량에 대한 광고가 게재되면 72시간 동안 가장 많은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2018년형 현대 투싼 크로스오버가 2위, 2019년형 기아 쏘울이 3위를 차지했다.
5월 한달간 가장 빨리 새 주인을 찾은 중고차 브랜드는 현대차, 기아, (러시아) 라다, 닛산, 도요타, 폭스바겐 순이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