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대러 강경파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 왜?

대러 강경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로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위기 타개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의 통화는 2022년 9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의 크렘린과 프랑스의 엘리제궁은 1일 푸틴-마크롱 대통령이 "전화로 2시간 이상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양국의 발표를 보면 두 정상은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는 공동의 인식을 보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서로 맞서는 주장을 편 것으로 판단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상황(전쟁)은 서방 국가들 정책의 직접적 결과"라며 "서방 국가들이 수년간 러시아의 안보 이익을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에 반러시아 거점을 만들며,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러시아계) 주민들의 권리 침해를 용인하고, 현 키예프(키이우) 정권에 다양한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적대 행위를 이어가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포괄적이고 장기적이어야 하며,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새로운 영토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며 기본의 접근 방식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프랑스의 변함없는 지지를 강조하면서 "양측이 가능한 한 빨리 휴전 협정을 체결하고, 분쟁의 지속 가능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은 "두 정상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고, 핵 비확산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는 현실을 강조한 뒤,  이란의 평화적 핵 개발(이용)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존중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포함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의무를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두 정상은 이란 핵 프로그램 위기와 중동의 다른 갈등이 정치적, 외교적 수단을 통해서만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추가 조율을 위해 계속 접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트라나.ua는 "러-프랑스 정상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이란 전쟁을 실질적으로 논의한 대화의 성격에 모스크바는 주목했다"고 평가했다. AFP 통신 등 서방 외신들도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계속 접촉할 의지를 갖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또 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2022년 2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초기만 해도,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10여 차례 통화하는 바람에 우크라이나 등 서방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2023년 들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 지지로 돌아섰고, 2024년 초에는 지상군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크렘린은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참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후 러시아와의 직접 대화에 대해 계속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올라프 숄츠 당시 독일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약 2년 만에 통화했을 때,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는 '시기 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그는 "대화는 상황과 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도 "유럽연합(EU)측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고 거리를 뒀다.
이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5월 "마크롱 대통령의 전화를 아무도 막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 전쟁) 개시 전 모스크바서 만난 푸틴-마크롱 대통령. 코로나19 여파로 멀쩍이 뛰어 앉아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은 2022년 2월 7일 모스크바에서 마지막으로 열렸다. 러-우크라 관계가 혼돈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유럽의 안보 문제가 당시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됐다.

러-우크라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력에 밀려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두차례 협상을 가졌지만, 진전을 확답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와 대화에 나선 것은 이란의 핵 문제 때문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에 부정적인 그는 이란 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는 이란을 움직일 수 있는 러시아의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두 정상의 전화 통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들은 오히려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관계가 최근 자국 거주 상대국 주민들의 대량 체포로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프랑스-아제르바이잔 관계도 이미 최악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아제르바이잔) 바쿠가 아프리카의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에서 소요를 조장했다고 비난하고, 아제르바이잔은 프랑스군이 현지에서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고 반박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점점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전쟁의 양상도 러시아를 향해 닫힌 마크롱 대통령의 마음을 열게 했을 수도 있다.
하칸 피단 터키 외무장관은 1일 유럽의 주요 지도자들이 처음에는 우크라이나 휴전을 원치 않았으나, 이제는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면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또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 30일 가을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황이 더욱 악화될 것을 유럽 지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 후 곧바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를 '패스'하는 게 아니라, 이란 핵문제를 주로 논의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게 다였을까?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출처 : 바이러시아(https://www.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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