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우크라, 쿠르스크주 점령에 러시아 후폭풍은 이제 시작? 전 주지사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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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2024년) 8월 6일 수미주(州) 접경 러시아 쿠르스크주를 기습했다. 허를 찔린 러시아는 허둥지둥했고,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59개 마을 주민 15만여명이 긴급 피란했다. 러시아군이 탈환작전을 완료했다고 선언한 지난 4월까지 8개월 보름간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군사 작전 측면에서만 보면 우크라이나에게는 대성공, 러시아에게는 치욕적인 쿠르스크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에 포로로 잡힌 러시아 방위군/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에 포로로 잡힌 러시아 방위군/영상 캡처

 

상식적으로 후과(後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주 주지사는 그해 12월 영토 방어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경질됐고, 이후 국경 지대의 대전차 방어 시설인 '용의 이빨' 구축 과정에서 10억 루블의 횡령 혐의로 지난 4월 구속됐다.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던 쿠르스크주 패배의 후폭풍은 최근 러시아 군부와 행정 분야에서 걸출한 두 인물의 죽음이라는 충격을 몰고 왔다. 2일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에 전사한 미하일 구드코프 러시아 해군 부사령관(소장)과 7일 자살한 로만 스타로보이트 전 교통장관(전 쿠르스크 주지사)다.

구드코프 부사령관은 러시아 해군 직제에서 제1 부사령관을 포함, 6명의 부사령관 중 한 명이다. 지난 3월 러시아 해병대와 해안 미사일및 포대를 총괄하는 부사령관직에 올랐다. 우리 식으로는 해병대 사령관.

그는 태평양함대 소속 제155해병여단을 이끌고 쿠르스크주 탈환작전에 참여했으며,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수미주 공략을 지휘하던 중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그는 야전본부에서 부관인 나리만 시할리예프 중령 등 일부 장교들과 함께 사망했다.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전사한 최고위급 군인사다.

전사한 구드코프 러시아 해군 부사령관/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전사한 구드코프 러시아 해군 부사령관/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푸틴 대통령이 6일 그에게 러시아 영웅 금성 훈장을 사후에 수여할 정도로 그의 전사를 안타까워했다. 생전에(2023년 10월) 이미 이 훈장을 받은 바 있는 그에게는 두번째 훈장.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 금성 훈장을 두번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의 피격을 놓고 최고위 지휘관의 위치가 우크라이나군에게 알려진 것은, 러시아군의 보안에 구멍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더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은 스타로보이트 전 장관의 자살이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그는 자택이 있는 모스크바주(모스크바 수도권이라는 뜻) 오딘초보의 한 공원에 주차된 차량에서 죽은 채 7일 발견됐다. 시신에서 총상 흔적이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자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망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사망 소식은 그가 교통부 장관에서 해임됐다는 발표(푸틴 대통령이 이날 오전 해임안 결제)가 나온 지 수 시간 후에 전해졌다.

지난해 5월 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그가 극히 이례적으로 1년 여만에 경질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위협)으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주요 도시 공항들이 사실상 마비된 '항공 대란'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됐다. 

러시아 항공 당국은 지난 5일과 6일 '외부 요인'(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의한 항공 운항 제한 조치로, 485편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1천900편이 지연됐으며 88편은 대체 공항으로 전환 조치됐다고 밝혔다. 특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요 공항들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큰 혼란을 겪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5, 6일 이틀간 공항 마비 사태로 항공사들이 약 200억 루블(약 3천50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교통부 장관의 해임이 (항공 대란과 같은) '신뢰 상실'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스타로보이트 장관의 해임은 그의 자살로 2018년 10월부터 약 6년간 쿠르스크 주지사를 지낸 이전 경력이 더 주목을 받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정치학자 예브게니 민첸코는 "공항 대란은 교통부 장관의 직접적인 책임 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며 "스타로보이트 장관은 쿠르스크주 방어시설 구축과 관련된 횡령 사건으로 이미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를 기습하기 두어달 전에 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해 모스크바로 갔다. 하지만, 쿠르스크주 방어 시설 구축에 관한 책임을 온전히 모면하기는 어려워보이는 게 사실이다. 

스타로보이드 전 교통부 장관/사진출처:텔레그램
스타로보이드 전 교통부 장관/사진출처:텔레그램

그는 지방 행정가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쿠르스크 주지사 시절인 2023년 가을, 뛰어난 지자체 업무 수행의 공로를 인정받아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부 장관으로부터 마카로프 권총을 부상으로 받았다. 공교롭게도 그는 이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한다.

갑작스런 죽음인 만큼 많은 설이 떠다닌다.
우선 사망 시점.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스타로보이트 전장관이 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설이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튿날(7일) 이미 죽은 그를 장관직에서 해고했다는 것이다. 스타로보이트 전장관은 또 죽기 전날 개인 경호원들에게 시신을 어디서 언제 수습해야 할지 알려주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시신이 발견된 곳도 그의 자동차인 테슬라 안이냐, 바깥이냐로 나뉜다. 일부 언론은 그가 오딘초보의 자택 근처 말레비치 공원에 주차된 테슬라 차량 근처 덤불 속에서 자살했다고 보도했다. 공식 발표는 테슬라 자동차 안이다. 

스타로보이트 전 장관의 테슬라 차량/캡처
스타로보이트 전 장관의 테슬라 차량/캡처

전문가들은 쿠르스크주 방어 시설 구축 횡령 사건에 연루된 것을 그의 자살 이유로 본다. 그가 해임되기 전, 한 소식통은 rbc에 "쿠르스크 횡령사건이 조만간 그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횡령 사건으로 구속된 시미르노프 전 주지사가 그의 재임 시절, 부지사를 맡았고, 방어 시설 건설도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rbc 소식통은 "그가 횡령에 연루된 혐의로 실제로 조사를 받았다"고도 했다.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스미르노프 전 주지사 등 횡령 사건 피고인들이 스타로보이트 전 주지사에 대해 증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그는 최대 20년 형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형사 처벌및 조사에 심적인 압박감을 느끼고 자살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의 자살로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주 기습 작전 성공에 대한 비밀은 묻힐 전망이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이 어떻게 그같은 군사적 성공을 거뒀고, 쿠르스크 방어망이 허무하게 무너졌는지 미심쩍다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성공은, 러시아 군사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6.24 군사반란을 일으킬 때와 유사한 불안감을 러시아 사회에 안겨주기도 했다. 그 배후에는 또 친(親)프리고진 인플루언서들이 있었다. 

하지만, 스타로보이트 전 장관의 자살로,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군사 작전에 얽힌 미스터리나 친프리고진 인플루언서들의 역할 등에 관한 진실은 영원히 묻히게 됐다. 

그의 후임으로는 노브고로드 전 주지사 출신의 안드레이 니키틴 차관이 발탁됐다. 지난 2월 차관에 발탁된 니키틴 장관 대행은 교통부에서 디지털 전환과 정보화, 자동화 등 부처 혁신 업무를 맡았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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