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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아침(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키이우)의 한 건물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던 국가보안국(SBU) 소속 이반 보로니치 대령이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러시아군 고위 인사들이 '사보타주'(비밀폭파 음모)에 의해 폭사하는 사건들을 주로 접하다가 우크라이나 인사가 당했다니, 좀 의아하다. 원래 암살과 같은 테러 행위는 약한 자(우크라이나)가 강한 자를 대상으로 자행하는 게릴라 작전의 일환이 아닌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SBU는 러시아의 유명 인사들을 상대로 많은 비밀 작전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NYT),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SBU는 CIA 등 미국 정보기관들의 도움을 얻어 크림반도 폭파 등 사보타주와 러시아 주요 인사 제거 작업을 벌였다. 주로 군 고위 지휘관과 전쟁 여론을 부추기는 민간인 인플루언스들이 대상이었다. 작년 12월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군 화생방전 방어사령관(소장)이, 올해 2월에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내전 발발 시, 러시아편을 든 아르메니아 출신의 무장단체 지도자 아르멘 사르키샨(46)이 폭사했다. 또 4월에는 러시아군 총참모부 야로슬라프 모스칼리크 작전 부국장(중장)의 차량이 폭발하면서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의 군사 작전을 부추긴 유명 철학자의 딸 보기나가 차량 폭발 사고로, 유명 인플루언스가 팬들만 만나는 도중 건네받은 선물이 폭발하면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 SBU는 이중 일부 사건을 자신들이 수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SBU의 활발한 움직임에 비하면 FSB 등 러시아 정보기관은 침묵을 지켰다고 봐야 한다. FSB의 작전 수행 능력이 SBU에 못미치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FSB는 영국 등 해외에서도 방사능 물질(2006년 리트비넨코 암살)로, 또 노비초크 독극물(스크리팔 FSB 대령 부녀 제거 시도)로 조국을 배신한 반역자들에 대한 제거 작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키릴 부다노프 군 정보총국(GUR) 국장을 겨냥한 러시아 측의 암살 시도를 사전에 적발했다는 지난해 5월 SBU의 발표는 프로파간다(선전전)의 냄새가 났다. 용의자들이 체포됐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보로니치 대령의 암살 사건은 어떨까? FSB가 움직인 것일까?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보로니치 대령은 10일 아침 건물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던 중 발라클라바(복면)를 쓴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괴한은 소음기가 장착된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을 들고 보로니치 대령에게 최대한 접근해 다섯 발을 쏜 뒤 도주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이 도착했을 때, 보로니치 대령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보로니치 대령은 SBU 산하 특수부대의 제16부에서 책임자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 발발 당시부터 러시아에 대한 투쟁에 적극 나섰으며, 러시아를 혼란에 빠뜨는 SBU 주도 특수작전의 한 축을 맡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정보 장교 출신인 로만 체르빈스키는 그의 신원을 확인하면서 "그가 죽인 자(러시아 정보 기관)에 의한 보복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SBU도 한 직원(보로니치 대령)이 암살당했다고 이날 확인했다.
스트라나.ua는 보로니치 대령이 FSB 측에 의해 살해당했고, 그가 실제로 러시아에서 '사보타주'를 조직한 게 확인된다면, 러시아 특수 기관이 우크라이나 후방에서 반(反)러 고위 인사 암살작전을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괴한이 FSB 소속 정보원이든, 고용된 킬러(암살자)든, 사전에 보로니치 대형의 동선을 확인하고 현장을 정찰한 것을 보면 '프로급'으로 추정된다. 사건 현장에서는 탄피가 발견되지 않았다. 소음기와 탄피 수집 장치가 부착된 권총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법 당국은 형법 348조(직무 중 법 집행관 살인)에 따라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이다. CCTV 를 통해 괴한의 접근 및 도주 경로를 조사하고, 쓰레기통과 주변을 뒤져 총기를 찾고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범인들의 신원은 어느 정도 특정된 것으로 보인다. 1991년생 나르민 굴리예바와 신원 미상의 공범이다. 우크라이나 수사 당국은 범인들이 무장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신원 확인시 안전 수칙을 준수할 것으로 당부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