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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끝난 브릭스(BRICS) 정상회의는 회원국 수가 11개국으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불참으로 그 위상이 오히려 퇴색됐다는 평가다. 같은 논리로 10, 11일 로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복구 회의'(Ukraine Recovery Conference, URC2025, 이하 복구 회의)와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불참했으니, 그 의미가 반감되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같은 각박한 평가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재건 회의 참석자들이 초대된 만찬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키예프(키이우)에 대한 유럽 대륙의 경제 지원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쓴 이탈리아 일간지 란티디플로마티코(L'AntiDiplomatico)의 보도가 눈에 띄는 정도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對)우크라 홀대로 우크라이나 지원의 짐을 거의 홀로 짊어지게 된 유럽 국가들이 로마에서 다시 똘똘 뭉쳤을까?
rbc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10, 11일 이틀간 열린 로마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은 우선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복구 회의'는 로마에서 기업과 인적 자원, 지역 문제, 유럽연합(EU) 가입 등 네 가지 세션으로 진행됐다. 2022년(스위스 루가노), 2023년(런던), 2024년(베를린)에 이어 4번째 모임이었다. 당초 2017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개혁 회의'가 전쟁 발발 후 복구 회의로 형태를 바꾼 것이다.

◇우크라이나 복구를 위한 '로마 회의'의 성과는?
이번 로마 회의의 성과는 초기 자본금 2억2천만 유로의 특별 기금(Ukraine Recovery Fund) 조성 합의다. 주최국인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유럽투자은행(EIB)이 이 기금을 내년(2026년)까지 5억 유로로 늘리기로 했다.
EU를 대표하는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가 우크라이나 복구 사업의 지원을 위해 국제 금융기관들과 약 23억 8천만 유로 상당의 투자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18억 유로는 대출 보증 형태로, 5억 8천만 유로는 무상원조 형태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계획이다. EU는 앞으로 규모를 최대 100억 유로로 키울 작정이다.
또 네덜란드가 우크라이나 피해 복구를 위해 3억 유로를 내놓기로 하는 등 EU 국가들도 개별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솔직히 말해, 이번 회의에서 나온 우크라이나 복구 지원금 23억, 5억, 3억 유로와 같은 금액은 실제 필요 자금과 비교하면 '껌값'에 지나지 않는다. 회의에 참석한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앞으로 14년 동안 우크라이나의 재건및 현대화에 필요한 재원은 1조 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두 개의 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서방 측에 의해 동결된 러시아 해외 자산과 러시아 원자재 수출에 대한 특별세 부과로 5,4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또 유럽의 민간 투자로 4,6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피해 규모의 추산에서부터 우크라이나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를 약 5천억 유로로 추산한다"며 슈미갈 총리의 1조 달러 주장을 부인했다. "러시아가 피해 보상을 하기 전까지, 러시아 자산의 동결을 해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측 2개의 기금 조성 아이디어는 공허해진 느낌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를 위한 민간 투자 부문을 맡은 미국의 대형 투자업체(자산 운용 회사) 블랙록이 로마 회의 전날, 복구 프로그램 참여를 포기했다. 블랙록주도의 민간 투자 유치는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마셜 플랜'의 핵심으로 여겨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에게는 충격적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지난 2023년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 후,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투자 전략 수립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블랙록은 포기 이유를 키예프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우크라 정책을 들었다.
블랙록이 우크라 복구를 위한 투자 유치를 중단했다는 사실은 지난 6일 미 블룸버그 통신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블랙록은 당초 독일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주요국 기관 투자자들의 초기 지원으로 수십억 달러의 유치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기관 투자자들과의 협상을 일부 중단했다는 것이다. 당초 블랙록의 민간 투자 유치 목표는 최소 150억 달러였다. 프랑스 업체가 블랙록의 역할을 이어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의 참여가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미국이 복구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특사는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새로운 '마셜 플랜'을 주도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광물 자원 거래(미-우크라 광물 협정)로 조성된 '특별 기금'으로 우크라이나 복구 지원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2026년, 2027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 문제도 논의됐다. 슈미갈 총리는 내년 예산 편성에서 19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키예프는 올해 피해 복구 사업에 할당된 자금 지원을 절반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유럽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는?
로마에서는 '복구 회의'와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지닌 유럽 30개국으로 구성된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가 열렸다. '의지의 연합'은 우크라 지원 체제에서 미국이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의 주도로 결성된 국가 연합체. 켈로그 미 대통령 특사와 대러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리처드 블루멘탈(민주당) 미 상원의원이 이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정상회의의 성과는 우크라이나의 휴전 감시를 위한 '평화유지군'(정식 명칭은 우크라이나 다국적군, Multinational Force Ukraine) 파견의 윤곽을 잡은 것.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스타머 영국 총리는 비록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지만, 런던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프랑스와 영국의 우크라이나 파견군 규모를 5만 명으로 늘릴 수 있다"는 합의 사항을 공개했다. 또 '의지의 연합' 작전 본부(사령관은 중장급)를 일단 파리에 두되, 12개월 후에는 런던으로 이전, 순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키예프에도 지부(사령관은 소장급)가 설립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휴전 직후 몇 시간 이내에 바로 작전을 시작할 수 있도록 평화 유지군의 운영 계획을 마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평화 유지군에게는 우크라이나 지상군의 역량을 키우고, 우크라이나 영공및 해상 안보를 지원한다는 역할도 부여됐다. 이를 위해 '의지의 연합'은 훈련 교관들과 군수 물자 공급및 병참 전문 요원들을 우크라이나로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될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관건은 우크라이나로 파견될 평화 유지군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 약속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지난 4월 미국이 '의지의 연합'에 정보 및 물류(병참) 지원을 약속했다고 보도했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WP)는 10일 "(미국의) 구체적인 약속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회의에 참석한 그레이엄과 블루멘탈 미 상원의원들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의지의 연합'은 로마 정상회의 후 공동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추가 평화 협상(3차 이스탄불 협상)을 지지한다"며 "우리는 전투가 계속되는 동안 우크라이나에 군사 및 재정 지원을 우선적으로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또 (나토가 2024년 약속한 대로) 올해 최소 400억 유로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휴전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휴전이 발효하면 평화 유지군을 파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동참 여부는?
미국도 이전과 달리 '의지의 연합'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분위기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로마 정상회의가 열린 10일 우크라이나에 대해 3억 달러 상당의 새로운 군사 지원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나토(NATO)에 무기를 공급하고 나토가 대금을 지불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것"이라며 대(對)우크라 '3각 군사 지원 방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지난 4월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기 판매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인지 여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우크라이나와 의지의 연합/편집자)는 미국 측에 구매할 무기 리스트를 제시했다"며 그 규모를 500억 달러 정도로 추산한 바 있다.
미국이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에 승인한 38억 6천만 달러 규모의 지원안에 포함된 것들이다. 그것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이나 제동을 걸었다. 그는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입씨름을 벌인 뒤(3월 초) 무기와 군사 정보 제공을 중단했고, 이달 초에는 무기의 국내 비축량 부족을 이유로 무기 선적이 멈췄다. 모두 약 1주일 후에 풀렸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이후 기존 입장에 변화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8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 "우리는 더 많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11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실망했다. 월요일(14일) 중대한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14일 발표가 대러시아 양자 관계, 대우크라 군사 지원, 러-우크라 평화(휴전) 협상, '의지의 연합'과의 협력 등 모든 분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변수는 그 즈음(10일, 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 회의에서 성사된 미-러 외무장관 회동이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 후 "러시아가 새로운 (분쟁) 해결책을 제시했으며, 이를 워싱턴으로 보고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이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러 강경발언을 협상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있다. 미국의 뉴스 사이트 세마포(Semafor)는 유럽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 변화를 협상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11일 전했다. 소식통들은 세마포에 "트럼프 대통령이 러-우크라 양측에 '양보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유럽 동맹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 국무장관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워싱턴은 모스크바와의 접촉을 계속할 것"이라며 "서로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의 대(對)미국 호소 전략은 성공할까?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조율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메르츠 독일 총리는 로마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유럽인)와 미국은 유사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함께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의 호소는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의 조속한 키예프 제공 결정을 겨냥한 게 분명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방공 문제를 논의했고, 패트리어트 미사일 2대의 제공을 승인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불만스러워했다.
메르츠 총리는 또 로마 회의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 방위 분야의 양국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에서 장거리 무기를 공동 생산하는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장거리 무기 체제를 7월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는 독일연방군 크리스티안 프로이딩 장군의 12일 발언도 같은 흐름에서 이해 가능하다.
미국의 대우크라 군사 지원안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로마에서 켈로그 미 대통령 특사와 만난 뒤 "미국 무기의 구매, 방공 역량 강화, (무기의) 공동 생산 및 우크라이나 현지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석유및 우라늄 구매국에 대한 2차 제재 등 새로운 반러 제재를 그레이엄, 블루멘탈 미 상원의원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대러 2차 제재 안을 공동 발의한 당사자들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스타머 영국 총리가 빠진 상태에서 로마회의에서 분투한 메르츠 총리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1일 "러시아와의 모든 면에서 대립을 강력히 옹호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하며 "모스크바가 추가 조치를 계획할 때 이 점을 고려하겠다"고 경고를 날렸다.

휴전 이후를 겨냥한 '의지의 연합' 움직임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의 외교적 타결 여지는 크게 줄어든 느낌이다.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의 내용이 러시아의 휴전 조건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그같은 합의안을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다.
러-우크라 직접 협상 가능성도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모스크바와 키예프는 5월 16일과 6월 2일 이스탄불에서 두 차례의 직접 대면 회의를 가졌다. 특히 2차 협상에서는 양국이 평화 제안이 담긴 각서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3차 협상은 아직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11일 "러시아는 3차 협상 일정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2차 협상에서 합의된 인도주의적 조치(포로및 시신 교환 등)가 모두 완료될 때까지 3차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실무적인 3차 협상 대신에 "전쟁을 종식시키는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상급 회담이 필요하며, 미-러-우크라 3국 정상회담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계속 내놓고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