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시아 중대 발표? 겨우 그 정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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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뱀을 용으로 표현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말솜씨로 미루어 그의 대(對)러시아 중대성명 예고에 같이 흥분하기 보다는 그냥 지켜보는 게 맞았다는 느낌이다.
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일찍이(9일)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스타일(말투)을 지적하면서 러시아는 차분하게 대응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뿐만 아니라 공격용 무기를 제공하는 것과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다. 지난 3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망감을 표출하고, 화난 얼굴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월요일(14일) 중대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할 때만 해도 두개의 옵션 중 하나는 채택할 것으로 많은 언론들이 내다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트럼프 특유의 말 폭탄(구두탄, 口頭彈)에 지나지 않았다. 

대러시아 압박 조치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과 뤼터 나토 사무총장 회동 모습/캡처 
대러시아 압박 조치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과 뤼터 나토 사무총장 회동 모습/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4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중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Заявление Трампа) 코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기 전, 동결된 러시아 자산 압류와 러시아와의 교역 국가(중국과 인도 겨냥/편집자)에 대한 500% 관세 부과, 공격용 장거리 미사일 공급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으나, 막상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다지 과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 주식 시장마저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미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NATO)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취재진에 "나토와 오늘 (군사장비 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며 "나토가 비용을 부담하며, 우리는 최상급 무기를 생산해 나토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의 첫 번째 판매 분은 약 100억 달러(약 13조8천억원)어치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 발표는 3가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대충 3가지로 요약된다. △나토 자금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러시아와 러시아 교역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50일간 연기 △외교적인 방법을 통한 종전 의지 재확인이다. 

이중 러-우크라에게 가장 중요한 대목은 러시아에 대한 (2차) 관세 부과(제재)를 50일 연기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거듭 불만을 표시하며 "50일 이내(8월 말)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매우 엄중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네 번이나 합의에 근접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며 "이제는 모스크바가 협상에 더욱 진지하게 임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0일간 유예하는 것은 모스크바가 키예프(키이우)와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찌보면 '최후통첩'이다. 

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러시아 rbc 영상 캡처
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러시아 rbc 영상 캡처

그는 "50일내 휴전에 응하지 않으면,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이 제안한 러시아와의 교역국에 대한 관세 500% 부과(2차 제재) 법안 통과를 굳이 기다리지 않고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500% 관세 부과안은 발표될 때부터 현실성이 너무 낮아 협박용이라는 관측이 나온 게 사실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고..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 대륙을 겨냥해 "우리는 무기를 생산할 것이지만, 그 비용을 지불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유럽)"이라고 강조했다. 나토가 미국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로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은 새로운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구상해온 것으로, 나토 회원국 국방비의 GDP 대비 5% 인상과 맞물려 있다. 그는 "한 달 전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그들이 방위비를 GDP 대비 2%에서 5%로 인상한 덕분에 이 방법이 가능해졌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 시스템(이하 패트리어트 방공망)이 도착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17개의 패트리어트 방공망을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그중 일부는 며칠 안에 인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 발언은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패트리어트 방공망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만약, '17대'가 패트리어트 방공망을 운영하는 포대 개념이라면 엄청난 규모다. 현재 독일은 6개 포대, 이스라엘은 3개 포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6~7개 포대를 운용중이다. 이를 발사대 개념으로 해석한다면 2, 3개 포대에 불과하다. 나토 표준에 따르면 포대는 최대 6개의 미사일 발사대(전투 상황에서는 최대 10대)를 사용한다. 8~9개의 발사대를 갖춘 2개의 포대, 또는 5~6개의 발사대를 갖춘 3개의 포대를 생각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7대'라는 숫자와 대충 맞아떨어진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사진출처:캡처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사진출처:캡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방공망 3대를 제공했다"며 "우리에게도 6대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키예프로 이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결코 호전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부르지 않고, '강인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은 클린턴, 부시, 오바마, 바이든 (대통령) 등 많은 사람을 속였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다"며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고,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전쟁은 바이든(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전쟁이지, 공화당이나 트럼프의 전쟁이 아니다"고도 했다. 관세 부과 경고에 대해서는 "나는 무역을 많은 일에 사용한다"며 "(관세는) 전쟁을 해결하는데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 미국은 패트리어트 방공망 외에도 단거리 미사일, 곡사포 포탄,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등을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밀리터리 워치 매거진(Military Watch Magazine)은 개조 여부에 따라 최대 1,800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장거리공대지순항미사일 '재즘'(JASSM)을 보낼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50일간의 제재 유예는 전략적 접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협상 기간 50일을 보장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전장과 전 세계는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악시오스는 전날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60일 안에 합병된 4개 지역 모두의 국경에 도달하기 위한 대규모 공세를 개시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이같은 전화 통화 내용을 직접 밝혔다는 것.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화 이후 푸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자신의 구상을 실행할 시간을 확보해준 셈이다. 이후 성공과 실패를 따져가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전략을 바꿔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마리야나 베주글라야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장악할 시간을 50일 더 주었다"며 "푸틴에게는 백지수표를 준 격인데, 드네프르 강이든 산업도시 크라마토르스크든, 구미에 당기는 건 뭐든지 챙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러-우크라 갈등이 격화될 경우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전쟁을 끝내고 싶을 뿐"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강력한 유럽이 생긴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좋은 일"이라고 원칙적으로 답변했다. 

미국 언론에 비하면 유럽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발표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푸틴 대통령을 핵심 협상 파트너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평화의 주요 장애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향해 강경 발언을 했다고 해서 키예프에 유리한 방향으로 크게 선회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또 패트리어트 방공망은 기껏해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방어용 무기일 뿐, 전쟁의 전반적인 판은 바꾸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역정에서 중대 발표로 이어진 과정이 트럼프와 푸틴, 두 정상 간의 어떤 합의에 따른 것일까? 그같은 음모론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명백한 결론을 아직 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지적이다.

이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국가(나토)들은 푸틴 대통령의 목표 달성을 막고 협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등 상당한 양의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번 미국과의 협정과 관련, "우크라이나가 방공 시스템뿐 아니라 미사일, 탄약 등 대규모 군사 장비를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나토로부터 받은 공격용 무기로 모스크바 등 러시아 주요 도시를 때릴 수 있다.

하지만, 서방 진영으로서는 그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는 최근 실전배치한 '오레슈니크' 탄도 미사일 등으로 보복 공격을 감행하거나 핵 무기 사용도 검토할 수 있다. 자칫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로 한 휴전이 아니라 전쟁이 격화하는 비상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바이든 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등 공격용 무기의 제공이나 공격 대상을 제한한 것도 이때문이다.

러시아측의 반응은 즉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는 13일 "미국의 대러 압력은 실패할 운명이며, 당사국들은 건설적인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 간의 건설적인 대화는 실패로 끝난 압력 시도보다 더 효과적"이라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잘못된 접근 방식은 실패로 끝났으며,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평등한 대화와 상호 존중, 현실주의, 그리고 경제 협력은 세계 안보와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기반"이라고 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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