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우크라, 러시아에 3차 협상을 갖자고 제안-논의할 게 남았나? 그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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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갑자기 러시아와 이스탄불에서 3차 직접 협상을 하자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연설(동영상)에서 "루스템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회의(NSDC, 우리 식으로는 청와대 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장관급)가 내주 러시아측에 회담(3차 협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6월) 2일 이스탄불에서 2차 협상이 끝난 지 한 달 20일여 만에 다시 러-우크라 대표단이 마주앉을 공산이 커졌다.

이스탄불 2차 협상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대표단/러시아 매체 rbc 영상 캡처
이스탄불 2차 협상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대표단/러시아 매체 rbc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0일 "키예프(키이우)와 모스크바 간에는 포로 교환과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의 해결은 이미 끝나 (더 이상) 협상의 접점이 없고, 현재로선 평화 협정의 체결 가능성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제안했다"며 "전쟁 중에 나온 기이한 현상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은 러-우크라 양국이 휴전(종전) 조건에 관한 각서(이하 평화 각서)를 주고 받았던 2차 협상이 마지막 만남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6월 말로 예상됐던 3차 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달을 넘긴 지도 20일 가까이 됐다. 

주목할 것은, 그 와중에도 러시아는 꾸준히 "회담 준비가 돼 있다"며 "키예프가 협상 (과정)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4일 러시아를 향해 휴전에 이르기까지 50일간 말미를 준 '중대 발표'를 하기 전에도, 러시아는 '협상 준비 완료'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고, 또 지속적인 협상 의지를 미국 측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달랐다.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은 러시아 측의 메시지를 "평화 의지를 가장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속이려는 얄팍한 시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협상의 격을 '정상급'으로 높이자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최근까지도 "키예프는 현재의 방식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정상급 회담'의 개최 요건을 분명히 제시하며 응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달(6월) 18일 이스탄불 2차 협상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 전사자 시신 교환 등 인도주의적 조치의 이행 과정을 설명하며 "양국 협상단이 3차 협상 일정을 잡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측의 정상급 회담 제안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어떤 사람과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만 가능하고, 합의서 서명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니라) 합법적인 우크라이나 최고 지도자(대선 후 차기 대통령, 혹은 대통령 임기 만료시 대행을 맡는 의회 의장/편집자)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그는 "러시아와의 협상을 우크라이나 측에서 누가 주도하든 상관없고, 누구든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정상간 만남은 (어떤 협상이든) 마지막 단계에서 가능한데, 이스탄불 협상은 아직 그 단계에 오지 않았다"며 불가(不可)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양측은 2차 협상에서 '평화 각서'를 주고받았을 뿐,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 각서'에 담긴 영토 문제는 정상급 직접 회동에서만 논의가 가능하고, 현재 협상팀은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권한을 위임받은 협상 대표단을 통해 모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의 두 번째 조건은 더 까다롭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로 임기가 만료됐고, 우크라이나 헌법에 따라 최고 권한은 최고라다(의회)로 넘어갔다는 게 러시아 측 주장이다. 한때 우크라이나 일부 야당도 이같은 논리로 젤렌스키 대통령 측과 '헌법 논쟁'을 벌인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2022년 3월 러-우크라 합의안이 우크라이나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기됐다며, 합의안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출처:rbc 영상 캡처
푸틴 대통령이 2022년 3월 러-우크라 합의안이 우크라이나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기됐다며, 합의안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출처:rbc 영상 캡처

푸틴 대통령은 "최종 합의에 대한 서명은 반드시 합법적인 당국자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음 사람(차기 정권)이 모든 합의서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나.ua는 크렘린은 최종 합의안에 서명하려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통해 재선되거나, 루슬란 스테판추크 의회 의장을 보내 서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합법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여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한 '평화 각서'에는 휴전 협정 체결의 조건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의 계엄령 해제와 대선 실시가 명시돼 있다. 평화 협정 체결은 그 이후다. 

누가 봐도 뻔히 서로 평행선을 긋고 있는 상태에서 우크라이나가 3차 협상에 나선 이유는 한가지 뿐이다. 미국의 압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발표' 이후,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특사가 키예프를 방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등 고위 인사와 회동하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제작 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발표'에서 준 50일간의 말미는, 러-우크라 양국이 협상을 마무리할 시간이라는 점을 우크라이나 측에 인식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특사/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특사/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현지 전문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의 뻔한 결과를 예상하더라도, 모스크바가 키예프를 '평화 과정을 방해했다'고 비난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계속 이스탄불로 대표단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중대 발표'를 내놓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미-우크라 양국 정상의 관계가 지난 2월의 미 백악관 충돌 이후, 완전히 회복됐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심기가 언제 어떻게 또 바뀔 지 알 수 없다. 우크라이나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하는 흉내라도 내 예상치 못한 상황의 발생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는 게 스트라나.ua의 분석이다. 

게오르기 티키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스크바와의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그 효과성을 믿기 때문이 아니라,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의 목표를 포로교환과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의 해결로 규정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비난은 여러 계층과 여러 나라, 심지어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3차 협상에서 논의할 주제가 있다면 전쟁 중 발생한 '고아'(우크라이나에서는 '납치 아동'이라고 부른다/편집자) 문제다. 러시아 인권감시 센터는 지난 달 19일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으면서 송환을 요구하는 고아 명단을 우크라이나 측에 넘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명확하지는 않으나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기습 공격 당시 (우크라이나 측으로) 대피한 아이들일 가능성이 있다. 또  러시아 (점령) 지역으로 이주한 부모의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몇년간 (러시아) 점령지에서 러시아로 끌려간 아이들의 귀환을 요구해 왔다. '고아'가 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측은 그동안 주기적으로, 또 소규모로 우크라이나로 돌려보냈다. 부모나 아이 보호자(조부모 혹은 친인척)이 확인될 경우, 러시아 측이 아이들을 돌려보낸다고 우크라이나 당국도 인정했다. 

전쟁 와중에 생긴 고아 문제는 포로교환에 못지 않게 인도주의적 조치가 필요한 분야다. 다른 분야에서 타결 가능성이 없다면 고아 문제가 러-우크라 이스탄불 3차 협상의 핵심 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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