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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하던 사태가 진짜 일어나는 것일까?
우크라이나 중서부 빈니차에서 체포된 병역 기피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주민 100여명이 로코모티브 경기장을 습격하는 사건이 1일(현지 시간) 밤 벌어졌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7월 22~24일) 측근들의 비리를 파고드는 국가반부패국(NABU, 러시아어로는 НАБУ, '나부'라고 읽는다)을 통제하기 위한 법안을 내놓았다가, 이에 저항하는 반대 시위에 밀려 법안을 철회했는데, 그 후유증으로 '전쟁 중 가두 시위 사태' 우려됐었다.

3년을 훌쩍 넘어선 오랜 전쟁과 계엄령 기간, 우크라이나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는 상상조차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면, '친러 스파이' 혹은 '반역자'로 찍혔기 때문이다. 적어도 전쟁 중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반부패 기관'을 지지하는 지난달의 전국적인 가두 시위로 이같은 고정관념은 깨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시 비상 정책에 대한 항의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는 불길한 전망이 제기됐다.
가장 큰 우려는 길거리 강제동원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폭발할 경우였다. 간혹 길거리 강제 동원을 거부하거나, 끌려가는 동원 대상자를 막아서는 일은 있었지만, 조직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1일 빈니차에서 벌어진 경기장 난입 사건은 달랐다. 길거리 강제동원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첫번째 사례였다. 자칫하면 전국적으로 번져나갈 우려도 적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매체는 2일 빈니차 사건을 계기로 강제 동원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레그넘 등 러시아 매체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일 우크라이나 빈니차에서 강제 동원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히 말하면 로코모티브 경기장에 집결한 동원 대상자 혹은 체포된 기피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빈니차 주민들이 경기장 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사및 징집사무소(통칭 군사사무소, 우리 식으로는 병무청)는 경찰을 불러 주민들의 난입을 막고, 서둘러 뒷문으로 동원 대상자들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빈니차 주민들은 경찰과 대치하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고함치며 우크라이나 국가를 불렀다. 경찰은 시위대에게 즉각 해산을 요구하면서 통금금지 위반으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여성을 포함해 몇몇 주도자를 검거했다.
빈니차 군사위원회는 "건강 검진을 위해 동원 대상자들을 로코모티브 경기장으로 데려갔다"고 주장했지만, 그들의 아내와 가족, 친인척들은 군사위원회가 강제로 끌고 갔다고 반박했다. 친인척들은 강제 동원한 사람들을 풀어줄 것으로 요구하다 경기장 문을 부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사사무소는 "주민들이 경기장 앞에 모여 공격적인 행태를 보였다"며 "그들은 경기장 불법 침입에 시 재산 피해, 공공질서의 위반 행위를 저질렀고, 경찰이 현장에서 질서및 치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빈니차 지역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는 2일 새벽 1시쯤 일부 해산했지만, 최소 새벽 4시까지 시위가 계속됐다. 인근 주민들이 시위대에게 차와 쿠기 등을 제공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한 주민들의 처리 방법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길거리 강제 동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러시아와 달리 큰 돈을 주고 신규 병력을 모집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는 계엄령과 총동원령으로 길거리에서 마구잡이로 대상자들을 잡아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1월 5일까지 계엄령과 동원령을 연장한 상태다.
개전 초기 자원입대 물결이 사라진 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해 5월 동원령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길거리에서 폭력을 사용해 동원하는 강제 동원 장면이 SNS에 널리 확산됐다.

당국의 폭력적 조치에 흥분한 테르노필 지역의 한 마을 주민들은 마을 입구를 봉쇄하고 군사위원회 직원들과 경찰의 출입을 막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길거리 강제 동원을 길거리에서 개를 때려잡는 것에 비유하면서 "동원령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말라죽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