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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바스(도네크츠주와 루간스크주)의 자주권 인정과 크림반도의 지위 15년간 논의 (2022년 3월 러-우크라 평화협정 초안)
#2
최전선에서의 휴전과 크림반도 러시아 양도(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 제안, 푸틴 대통령 수락설)
#3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군, 수미주 및 하르코프주 주둔 러시아군 철수와 헤르손, 자포로제주 전투 중단(8월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크렘린 합의설)
시간이 흐를수록 우크라이나에게는 점점 더 불리해진 '평화와 영토의 교환' 방안이다. 전체적인 전황이 불리하니 우크라이나는 영토 협상에서 양보할 수 밖에 없고, 제3자(미국)가 보기에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딜(거래)로 여기게 된다.
#1안과 #2안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간섭으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3안은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푸틴-트럼프 대통령의 담판으로 1차 결판이 날 전망이다. 담판 과정에서 일부 수정이나 대(對)우크라이나 안보 보증 등 대체및 보완 제안이 나올 수 있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정상회담에 앞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미-러 정상이 알래스카 담판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2차, 3차 협상을 이어가더라도, 집권 1기의 트럼프 대통령-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핵 협상에서 보듯이 최종적으로는 결렬될 수도 있다. 설사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더라도,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자신들을 배제(패싱)한 상태에서 합의된 평화안을 완강히 거부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까지는 변수도 많고 험난하다는 뜻이다.
◇미-러 정상의 협상 의지
주목할 것은 푸틴-트럼프 양 정상의 타결 의지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더 끄는 것이 미-러-우크라-유럽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9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자주 인터뷰한 사이먼 슈스터 기자)과의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평화를 원하며 타협할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미국 측에 전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가 미국의 휴전 압박을 거부하면서 우크라이나 공습을 계속하고 있지만, 협상에서는 언제든지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도 미국 측에 알렸다는 것이다. 미-러 정상회담 개최 의사도 꾸준히 전파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겠다는 자신의 대선 공약을 지키고,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을 향해 질러놓은 '최후통첩', '2차관세 부과' 협박을 거둬드릴 명분이 필요하다.

시기적으로도 나쁘지 않다.
3년 6개월에 걸친 전쟁으로 지칠대로 지친 우크라이나의 사회 분위기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키이우) 시장은 미-러 알래스카 담판을 앞두고 10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영토 양보에) 결단을 내릴 것'을 주문할 정도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7일 발표한 지난달(7월)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응답자 69%는 '가능한 한 빨리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2022년, 2023년 협상 지지가 각각 22%, 27%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물론, 영토 양보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키예프(키이우)국제사회학 연구소(KIIS)의 6월 발표에 따르면, 평화를 위해 영토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응답은 38%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응답자 과반 이상(52%)이 반대했다. 하지만 이 비율도 2022년 가을에는 87%에 달했으나, 이제는 50%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평화 협상이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 이 비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크라-유럽의 반발 무마가 관건?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유럽의 '패싱'(배제) 우려를 어떻게 무마하느냐다. 푸틴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그들의 요구를 일부 관철시킬 수도 있고, 일단 합의한 뒤 거꾸로 우크라-유럽 설득에 나설 수도 있다. 지난 5월을 되돌아 보면, 둘 다 쉽지 않는 과정이다.
유럽은 일단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설'에 지극히 부정적이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핀란드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9일 "의미 있는 협상은 (현 전선에서의) 휴전이나 적대 행위의 축소라는 맥락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우크라이나의 참여 없이 결정될 수 없으며, 국경을 무력으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는 성명을 정상들 명의로 발표했다. EU는 이어 11일 화상으로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주문 내용을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지지에 힘을 얻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일 자국의 참여가 없는 합의는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영토 양보는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크렘린(푸틴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 간 협상)과 합의의 틀 안에서 평화 협상을 밀어붙이느냐, 중단하느냐 선택해야 할 운명이다. 지난 5월 러시아 측과 거의 합의에 이른 '평화안'(당시 '미국식 평화안'으로 불렸다/편집자)이 유럽의 간섭으로 사실상 무산되고, 이후 협상 조건이 더 나빠진 데 대한 '학습 효과'도 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0일 미-러 협상에 관해 알려진 주요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모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의 요구에 응해 현전선에서의 휴전을 다시 제기할 경우,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고, 휴전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정상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크렘린과의 합의를 고집할 경우, 남는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이다. 미국의 군사 원조가 완전히 중단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합의안을 거부하든가, 러시아군의 추가 철수나 서방의 지원 강화, 신속한 EU 가입 등의 카드와 맞바꿀 수 있다.
스트라나.ua는 알래스카 정상회담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트럼프-젤렌스키 두 정상의 선택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적인 늬앙스는 '게임 끝'으로 보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 러-우크라 입지 역전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러 최후통첩 발령으로 궁지로 몰렸던 푸틴 대통령과 협상 우위의 기대를 품었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처지가 왜 갑자기 뒤바뀌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된 시나리오는 아니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러-우크라 양국에 현전선에서의 휴전을 계속 강요했다. 압박을 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지 못해 휴전에 동의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선(先)협상 후(後)휴전'을 요구하며 거부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뜻대로 이스탄불에서 러-우크라 직접 협상이 3차례나 계속됐다.
하지만 평화를 향한 양국의 이견은 좀체 좁혀지지 않았고, 참다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 주요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 기회를 틈 타 "러시아가 8월 8일까지 휴전을 응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에 100% 관세를 추가로(2차 관세) 부과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문제는 최후통첩의 기한이 채 만료되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는 점이다. 러시아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는 미국의 2차 관세 부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원유 구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또 미국에 당장 급한 것은 서방 주요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이지,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주요 개발국)와의 '관세 전쟁'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의 크렘린 방문을 고리로 러시아와 다시 '통 큰 거래'를 하기로 한 이유다. 거래는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미-러 정상들 간에 이뤄진다.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후 주장해온 휴전 혹은 종전 조건을 일부 거둬들었다.
러시아 측의 양보안에 대해서는 언론 별로 조금씩 다르다. 대체로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와 자포로제(자포리자),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 대한 러시아 지배권 인정에서 돈바스 지역만 원하는 것으로 물러섰다고 한다. 그 방법으로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주 기습 공격한 뒤, 점령 지역을 돈바스와 바꾸려는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수미주와 하르코프주의 러시아군 점령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의 마지막 땅(루간스크주는 거의 러시아 측에 넘어왔고, 도네츠크주 서부 지역 일부가 우크라이나 통제 하에 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군정본부도 최근 인근의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로 옮겼다/편집자주)과 맞바꾸는 거래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미-러 영토 교환 합의 초안은
이같은 합의안 초안은 9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을 시작으로 주요 외신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주요 정상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영토 교환의 범위를 놓고 오해가 빚어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도네츠크주(루간스크주는 거의 점령했기 때문에 돈바스 지역/편집자)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얻는 대가로, 자포로제와 헤르손 남부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는데, 이후 협상 당사자인 위트코프 특사가 이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위트코프 특사는 이튿날(9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철수와 (다른 지역에서는) 현전선에서의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바로잡았다. 수미주와 하르코프주 점령 러시아군의 철수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시차 관계로 일부 지역은 10일) 구소련의 앙숙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평화 선언' 서명식에서 "러-우크라에 서로 영토를 양보하는 조건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안을 제안했다"며 "어떤 영토는 돌아오고, 어떤 영토는 자리를 바꿀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간의 협상처럼, 앞으로 몇 주 안에 백악관에서 푸틴-젤렌스키 대통령과 3자 평화 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뭔가(평화협정)에 서명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라나.ua 에 따르면 이같은 합의안은 우크라이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도네츠크주 서부 지역은 지정학적으로나, 기존의 방어시설 혹은 경제산업 측면에서 러시아로부터 넘겨받을 수미와 하르코프주의 땅과는 크기나 중요도에서 비교할 수가 없다.
영토 문제를 제외한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및 중립화, 대(對)러 제재 해제 등은 어떻게 해결할지 알려진 것은 없다. 하지만 영토 문제만 놓고도 우크라이나에게는 최악, 러시아에게는 최고의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선택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응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지 하루 뒤인 9일 처음 나왔다. 그는 이 합의안을 거부하는 연설에서 영토 변경에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하는 헌법 규정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계엄령 하에서 선거를 치를 수가 없어 지난 5월 공식 임기가 끝난 뒤에도 대통령직을 이어가고 있는데, 국민투표를 한다면, 당연히 대선도 같이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그가 연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선거를 치르는 순간, 권력을 내놓아야만 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합의안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스트라나.ua는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정상회담에 너무 많은 것을 걸었고, 협상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주변 여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이미 중국과 인도, UAE, 구소련권 국가 정상들에게 전화해 합의 내용을 전달한 상태다.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결렬되더라도,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고 책임을 피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거부하고, 우크라-유럽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푸틴 대통령에게 압박할 카드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그가 거의 마지막으로 꺼낸 '최후통첩' 카드는 이미 무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은 두 가지다. 우선, 미국의 무기및 군사 정보 제공 중단을 각오하고 합의안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럽의 지원을 받아 전쟁을 계속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니면, 합의안 수락을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과 EU로부터 안보 보장, 무기 공급, EU 가입 가속화 등을 추가로 받아내는 방법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주 철수에는 영토 변경과 같은 국민투표가 필요하지 않다. 군 최고 사령부의 명령이면 충분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리시찬스크, 아브데예프카(아브디우카), 우글레다르 등 여러 도시에서 군 철수 명령이 여러 차례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SNS인 '트루스 소셜'에 미-러 정상회담을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다고 쓴 뒤 회담 장소 선정에 얽힌 비화가 미 워싱턴 포스트(WP)에 의해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적용되지 않는 미국을 선택했다는 것. 미국은 체포영장을 발부한 ICC 검사에게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보좌관은 "양국의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알래스카가 회담 장소로 선정됐지만, 아주 상징적"이라며 "다음 정상회담은 러시아 영토에서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는 제정러시아가 미국에게 판 땅이고, 협상을 방해할 우크라-유럽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다. 또 러시아는 차기 장상회담을 러시아 땅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정상회담이 양국을 오가며 열리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