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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COVID 19) 팬데믹(대유행) 시절, 국내에 경쟁적 돌풍을 일으켰던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의 위탁생산 업체인 한국코러스가 끝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회생절차란 자력으로 생존할 수 없는 기업이 법원의 결정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한국코러스는 지난 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와 회사재산 보전 처분,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법원은 신청서를 검토한 뒤 회생절차 개시(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한다. 통상 신청 후 한 달 내외로 결정이 내려진다.
법정관리 결정이 내려지면, 기존 주주들과 경영진은 경영 일선에서 배제되고, 법원은 법정 관리인을 앞세워 기업을 운영하면서, 살리느냐(회생) 죽이느냐(청산)의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대체로 기업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살리는(회생) 게 회생법원의 방침이다.
한국코러스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현재 추진 중인 제천공장의 매각과 채권자들과의 채무 조정에 주력할 계획이다. 춘천과 음성, 제천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코러스는 계속된 영업 적자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작년부터 제천공장 영업양수도를 추진했으나, 결렬됐다. 이후 다른 업체들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5월 금융권에서 당좌거래가 정지되면서 한국코러스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지난 5년간 누적된 적자가 27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좌거래 정지란 통상 기업이 발행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발생하는 '부도'를 뜻한다.
한국코러스 측은 일부 언론에 "금융권과 채무 조정 절차를 진행해 왔으나, 일부 채권자들이 가압류나 압류 절차를 개시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며 "회생절차는 8월 초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위탁 생산 계약으로 제약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한국코러스가 나락으로 떨어진 건, 역시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당시 국내에서 스푸트니크V 생산에 직간접으로 연결된 기업은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이수앱지스와 큐라티스, 보령바이오파마, 제테마 등)과 휴온스 컨소시엄(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휴메딕스 등)에 속한 10여개 사였다. 이중 휴온스 컨소시엄은 전쟁 발발 후 3월 10일자로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휴온스 컨소시엄 측의 사업 중단은 러시아 정부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한 게 결정적이었다. 설사 백신의 생산 단계에 가더라도, 대러시아 제재로 수출 루트와 대금 수급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스푸트니크V의 시제품 생산을 개시한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은 러시아로부터 출하 시기 동의만 기다려왔는데, '전쟁 리스크'로 손절매하기에는 너무 발을 깊이 담궜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가 미국 등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는 점도 한국코러스 측에게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해 한국코러스는 1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잠식' 우려가 제기됐고, 이후 긴 전쟁과 코로나19 종식 등으로 닥쳐온 경영 위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