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폴란드 공연장에서 우크라 네오나치 깃발 등장-사건이 점점 더 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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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반(反)러시아 성향의 벨라루스 래퍼 막스 코르시의 폴란드 공연장에 등장한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 깃발'이 일회성 스캔들의 수준을 넘어 양국 관계의 경색을 우려해야 할 수준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네오나치 깃발이 상징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세력(UPA, 러시아어로는 Украинская повстанческая армия, 우크라이나 반군이라는 뜻)과 그들이 저지른 '1943년 볼린 대학살'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UPA는 나치독일에 협력한 것으로 알려져 최대 피해국인 폴란드에서는 UPA 추종자들을 네오나치로 본다.

폴란드의 공연장에 등장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UPA 깃발/영상 캡처
폴란드의 공연장에 등장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UPA 깃발/영상 캡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UPA 깃발/사진출처: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UPA 깃발/사진출처:위키피디아

막스 코르시의 공연은 지난 9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나로도비 경기장에서 6만여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공연 시작 전, 관중석에서 아래 위로 흑색과 적색이 절반씩 칠해진 옛 UPA의 깃발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든 관중들이 소란을 피웠고, 이를 말리는 보안요원들과 충돌했다.

이 장면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폴란드 언론(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3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코르시 콘서트 스캔들'(Скандал с концертом Коржа) 코너에서 "폴란드 야당인 민족주의 정당 '법과정의당'(PiS,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는 폴란드에서 대통령은 PiS 소속이다/편집자)의 다리우시 마테츠키 의원은 소란을 벌인 우크라이나인들을 나치즘과 공산주의, 파시즘 또는 다른 전체주의 체제의 선전을 금지하고 있는 국내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마테츠키 의원은 엑스(X)에 "너희(소란을 일으킨 우크라이나인들/편집자)는 과거 어린이들을 살해(볼린 사건/편집자)한 학살자의 깃발을 폴란드에서 흔들면서 조국을 지킬 능력은 없느냐"고 반문하며 "폴란드에서 나가라"라고 적기도 했다.

파베우 야브원스키 전 외무차관도 "폴란드에 사는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군 복무로 조국을 지킬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비판의 결정판은 지난 6일 취임한 카롤 나브로츠키 신임 폴란드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13일 UPA 세력을 "살인자, 변태들"이라고 부르면서 의회(Sejm)에 "공공장소에서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상징물 공개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상징물은 폴란드 공공장소에서 용납될 수 없으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추방해야 한다"며 "그들은 10만여명이 희생된 '볼린 학살 사건'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볼린 사건을 '학살'로 인정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퇴임한 안제이 두다 전 폴란드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UPA 미화 행위를 비판하며, 그들을 전범 세력이라고 불렀다.

나브로츠키 신임 폴란드 대통령/사진출처:페북@Nawrocki25
나브로츠키 신임 폴란드 대통령/사진출처:페북@Nawrocki25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12일 콘서트에서 발생한 도발적인 사건으로 우크라이나인 57명과 벨라루스인 6명 등 총 63명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체포된 사람들은 130여명으로 알려졌다. 

투스크 총리가 이번 사건을 보는 시각은 여야 '진영 논리' 그대로 대통령과는 전혀 다르다. 그는 "이번 사건이 키예프(키이우)와 바르샤바를 갈라놓으려는 외국 요원(러시아 정보요원)들과 바보들이 꾸민 시나리오의 일부"라며 러시아 측을 직격했다. 

의아한 것은 바실 보드나르 주폴란드 우크라이나 대사의 반응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매체 RMF24에 "우크라이나인들이 왜 러시아어로 공연하는 폴란드 콘서트장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러한 행위가 양국 관계를 위협하고 러시아 측에 이용될 것"이라고 참가자들을 탓했다.

폴란드 공연장에 UPA깃발과 함께 등장한 우크라이나 국기/영상 캡처 
폴란드 공연장에 UPA깃발과 함께 등장한 우크라이나 국기/영상 캡처 

스트라나.ua는 "보드나르 대사가 우크라이나에서 널리 사용되는 UPA 깃발을 게양했다는 이유로 추방된 자국민을 옹호하기는커녕 비난했다"며 "주폴란드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이 사전에 UPA 깃발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매체는 "코르시는 우크라이나에서 인기가 높은 가수이고,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한 바 있어 그의 바르샤바 공연에 우크라이나인들이 몰려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널리 사용되는 UPA 깃발을 공연장으로 갖고 가 흔드는 것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니다"고도 했다.

어떻게 보면 일회성 사건에 불과한 콘서트 스캔들이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양상이다.

역사적인 앙금 외에 또다른 이유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폴란드의 여야 대립을 꼽을 수 있다. 폴란드 의회에서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발언을 두고 여야간에 격렬한 언쟁이 벌어졌다. 집권 여당인 시민연합당 소속 클라우디아 야키라 의원이 연설 중 우크라이나의 전쟁 승리를 상징하는 표현인 '우크라이나에게 영광을'이라고 말하자, 우익 연합당 소속의 로만 프리츠 의원은 즉각 '나치용 슬로건'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2023년 총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내준 PiS는 폴란드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과거 역사를 놓고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과 계속 충돌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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