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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영화팬들도 들어보지 못한 '모스크바국제영화주간'(московская международная неделя кино 2025) 행사가 오스카상을 4회 수상한 미국 유명 영화 감독 우디 앨런(89)의 화상 참석으로 시끄럽다. 27일 막을 내린 이 행사에 우디 앨런 감독은 24일 '세계 영화의 전설' 코너에 러시아 영화감독 표도르 본다르추크와의 화상 대담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그의 참석에 발끈해 그와 관련된 공연을 줄줄이 취소하는 등 강경대응했다.

라이프닷루 등 러시아 매체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키예프(키이우)의 영시어터 극장은 26일 우디 앨런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연극 <리버사이드 드라이브> 공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체르니코프(체르니우치) 뮤지컬 드라마 극장은 그의 뮤지컬 <여름밤의 코미디>의 31일 공연을, 리보프(리비우) 국립극장은 <브로드웨이를 넘어서> 공연을 각각 취소했다.
우크라이나 문화계가 발끈한 것은 앨런 감독의 이름 값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본다르추크 감독과의 온라인 대담에서 러시아 영화를 칭찬하며, 러시아 방문 초청을 받아들였다. 특히 그는 "러시아에서 영화 제작 제안을 받는다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돌아보며 시나리오를 어떻게 짤지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즉각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앨런 감독의 모스크바국제영화주간 참여는 수치스러운 일이고, 러시아 전범들에게 살해당하거나 다친 우크라이나 영화인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푸틴 (대통령) 지지자들과 그의 대변자들이 주최한 영화제에 참여함으로써, 앨런 감독은 러시아가 11년 동안(2014년~2025년) 우크라이나에서 매일같이 저지른 만행을 고의로 외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와 대담한 본다르추크 감독은 전쟁영화 '스탈린그라드'를 연출했으며, 러시아 영화계에서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성향의 웹사이트 '피스 메이커'(러시아어로는 Миротворец)도 앨런 감독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러-우크라 전쟁 중 러시아의 선전에 의도적으로 참여했다'는 혐의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그러나 앨런 감독도 25일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며 끔찍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예술적 대화를 단절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앨런(본명: 앨런 스튜어트 코닉스버그) 감독은 그동안 많은 화제를 불러온 세계적인 인물이다. 오스카상 4회 수상 감독에다 시나리오·희곡·단편소설 작가이고, 재즈 클라리넷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여배우 미아 패로와 동거했을 때 입양했던 딸이 어린 시절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폭로하는(미투) 바람에 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앨런 감독은 성추행을 부인했고, 수사당국의 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그는 미국 영화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해 지난 2023년 발표한 영화 '쿠 드 샹스'는 프랑스 자본으로 제작됐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를 찾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안젤리나 졸리는 2022년 5월 리비우를 찾았고, 그해 11월 숀 펜이 키예프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용기의 거리'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