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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계엄령과 총동원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18~60세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원칙적으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하다. 전쟁이 3년 6개월에 이른 지금, 우크라이나 당국이 동원 연령(25세)에 미달하는 18∼22세 남성들에게는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풀어주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26일 텔레그램을 통해 "정부는 출입국 절차를 개정해 18∼22세 남성이 계엄령 기간에 제약 없이 국경을 오갈 수 있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스비리덴코 총리는 "이번 조치가 발표 이튿날(27일)부터 해당 연령의 모든 시민에게 적용된다"면서 "현재 해외 체류자들도 자유로운 귀국과 재출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조치가 28일부터 발효했다. 이날 폴란드와의 국경에 있는 모든 검문소에는 18~22세 남성들이 해외로 출국하기 위해 몰린 영상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왔다.

스트라나.ua는 27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누가 해외로 출국할 수 있나?'(Кому открыли выезд за границу?) 코너에서 "정부가 18~22세 남성들의 출국 금지 조치를 풀었다"며 "공식 발표가 하루 늦어진 것은 연령대 조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고르 클리멘코 내무장관은 "청년들에게 더 많은 해외 유학 기회를 제공해 향후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국경 수비대는 "18~22세 청년들도 국경 통과시 군등록 서류가 필요하다"며 동원 가능 남성들에 대한 통제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동원 명령이 하달될 수 있도록 출국 희망자들의 인적 사항이 군사등록및 징병기관(우리 식으로는 병무청, 이하 징병사무소)에 올라가 있어야 출국을 허락한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주 22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국경을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짐작된다. 당시, 언론들은 청소년들의 해외여행 자유화가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병력 부족이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은 물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단체들은 올들어 부쩍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동원 연령을 현재의 25세에서 18세로 대폭 낮출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최전선의 병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을 이유로 든다. 이같은 상태에서 18~22세 남성들에게 해외 출국을 허락한 것은, 징집 당하기 전에 얼른 해외로 나가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전쟁이 3년 차로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는 동원 대상 남성들이 끊임없이 해외 탈출을 시도하고, 이들을 어떻게든 군대로 징집하려는 길거리 강제 동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주로 강을 건너 루마니아로, 산을 넘어 헝가리로 도피했던 우크라이나 남성들의 해외 탈출 루트가 최근에는 친(親)러시아의 벨라루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들에게는 그만큼 절박하다는 반증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올들어 벨라루스로 불법 탈출하려는 남성들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가 26일 발표했다. 지난 7월 말까지 벨라루스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된 18세~60세 남성은 911명. 2024년의 336건, 2023년 26건, 2022년 61건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났다.
게다가 18세 이상이라면 징집 대상 연령(25세)가 되기 전에 해외로 탈출하고, 18세 이하 중고생들도 일찌감치 해외 유학을 나선다는 보도도 현지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이 18~22세를 대상으로 해외여행 자유화를 취한 이유는 뭘까?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 측이 전쟁이 곧 끝날 것으로 본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진행 중인 평화협상이 타결되면 계엄령이 해제되고 미뤄진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로만 보면, 연임 가능성이 낮은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소위 젊은 층 '표밭 갈이'가 시급하다.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서둘러 해외여행을 자유화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18~22세 남성들에게는 해외 여행을 풀어주는 대신, 동원 대상자를 겨냥한 동원 체제는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는 것. 최근 불법 해외탈출에 대한 형사 처벌 법안이 공개된 것이 대표적이다. 스비리덴코 총리는 최근 이 법안을 최고라다(의회)에 제출했는데, 의회 내에서도 비판이 강해 표결을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동원 연령을 앞으로 25세에서 23세로 낮출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하지만 동원 연령 인하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후폭풍이 강할 수도 있다. 해외 출국 생각이 없었던 22세 이하 남성들마저 대거 해외로 엑서더스(대탈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또 18세 미만 학생들이 일찌감치 해외로 유학하는 사회 현상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도 있다. 최소한 대학을 졸업할 때(22세)까지는 국내에 머물도록 할 수 있는 유인책이다. 향후 2년간 현재의 동원 가능 인력만으로도 전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22세까지 해외 출국을 풀어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부패국(NABU)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됐을 때, 가두 시위에 나선 젊은 층을 겨냥해 향후 시위 위험이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NABU 시위 당시, 주요 참가자는 22세 미만 학생들이었다. 이들의 해외 출국을 풀어주면, 상당한 수가 국외로 나가고, 그럴 경우 시위에 참가할 인원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또다른 고민은 강제 동원에 대한 여론이다. 길거리 강제 동원을 막아서는 시민들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길거리 강제 동원의 후유증도 그만큼 심각하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최소 25명의 동원 대상자들이 징병사무소(우리의 병무청 격) 측에 끌려간 뒤 사망했다고 현지 매체 수스필네가 26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징병사무소 측은 전체 사망 사건 중 두 건만 구타가 사망 원인이었고, 나머지는 만성 질환이 악화되거나 자살로 사망했다고 반박했다.
사망자의 유족들은 그러나 당국의 이같은 해명을 믿지 않고 구타 등으로 사실상 살해당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얼마전 징병관에게 끌려갔던 젊은 훈련병이 사망했는데, 징병사무소 측은 그가 훈련소로 가는 도중 버스에서 뛰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젊은 훈련병의 유족은 그의 사망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