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미국과 중국 주도의 굵직한 정상급 행사 끝나-향후 우크라 평화 협상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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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알래스카, 워싱턴)과 중국(텐진, 베이징)에서 열린 굵직굵직한 정상급 외교 행사가 끝났다. 이 자리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자인 러-우크라 양국을 제외하고도, 종전(終戰)의 핵심 키를 잡은 미국과 유럽, 중국, 북한, 인도 등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내 언론이 주로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을 쏟는 사이, 러-우크라 언론 등은 정상급 외교 행사가 우크라이나전 종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다양한 전망을 내놨다. 한마디로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이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릴지는 아직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사진을 보여주는 모습/러시아 매체 rbc 영상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사진을 보여주는 모습/러시아 매체 rbc 영상 캡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사진출처:크렘린.ru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사진출처:크렘린.ru 

늘 불편한 건,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기자의 질문 방향에 따라 답변의 톤이 조금씩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편집자)에 따라 어제의 전망(분석)이 오늘 180도로 바뀌고, 내일 또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다. 
또 하나, 평화 협상을 위한 정지작업이 미국과 유럽, 러시아에서 느리지만 꾸준히 계속되고 있는데, 공습과 지상 공격의 끈을 늦추지 않는 러시아의 의도에 대한 일방적인 잣대다.

미국은 대(對)러 추가 제재를 거론하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이를 부추긴다. 러시아는 외교적 해결 궤도에서 이탈할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인다. 전쟁과 평화 사이를 줄타기하며, 상대의 다음 수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어느 순간, 판이 한 쪽으로 확 쏠릴 수도 있다. 예측불허 상황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이미 3년 6개월을 훌쩍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끝날 때까지 계속될 터인데, 판이 조금씩 바뀔 때마다 계속 일희일비(一喜一悲)만 할 것인가?

방법은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외부 요인들에 대해 뚜렷하고 분명한 잣대를 갖고, 전쟁과 평화(협상) 사이를 요동치는 파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 관전(觀戰)법이라고 하자. 

우크라이나전 관전법에서 가장 큰 뼈대는 누가 더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라는 점이다.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불타는 우크라이나 정부 청사/사진출처:우크라 비상사태부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불타는 우크라이나 정부 청사/사진출처:우크라 비상사태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6일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오래 버틸지, 경쟁하는 시간 싸움"이라고 현 상황을 정리했다. 이 말을 러-우크라·서방 간 대치 상태에 대입하면, 러시아는 결사저항하는 우크라이나군을 무너뜨리기 위해 공습및 지상전을 강화하고,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아직 단단해 보이는 러시아 경제를 어떡게든 허물어뜨리기 위해 추가 제재안을 만지작거리는 형국이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과 EU가 러시아 석유를 사는 나라들에 대한 2차 관세를 부과하면, 러시아 경제는 완전히 붕괴할 것이고, 그것이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對)러 2차 관세 협박에 중국과 인도 등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면, 러시아는 외화 수입이 끊어져 전쟁을 계속할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요 국가들과의 관세협상 와중에 이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하지만 EU는 회원국간의 이해 관계가 달라 선뜻 미국의 2차 관세 부과에 동참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 시간을 놓칠 러시아 지도부가 아니다.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8월 15일)과 중국 텐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베이징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8월 31일~9월 3일)으로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을 비웠지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 결과, '승자의 조건'으로 전쟁 끝내고 싶어하는 푸틴 대통령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전망했다.
이 신문은 "모스크바의 주요 군사적 목표는 영토를 점령하는 것보다 우크라이나 군사력을 고갈시켜 키예프(키이우)가 항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푸틴 대통령이 베팅(내기)에서 이길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최소 1년 반에서 2년은 더 전쟁을 이어갈 수 있는 경제 상황이지만, 우크라이나 군사력은 2~3년 사이에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러시아군의 진격이 느리긴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전선에서 잃은 병력을 충원하기가 앞으로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또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키예프의 행정부 청사를 6일 밤(7일 새벽) 폭격했다.
미 뉴욕 타임스(NYT)는 러시아의 공격이 우크라이나 최고 경계 태세의 방공 구역을 뚫었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청사에 대한 방공 시스템은 그 어느 곳보다 강력하다. 인근에는 최고 라다(의회)와 젤렌스키 대통령 관저도 있다.

러시아는 그 동안 자의든 타의든 우크라이나 정부 청사를 공격하지 않았다. 미군의 이라크 공격 시, 후세인 대통령궁이 피격당한 것과 비교하더라도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러시아는 또 2023년 5월 크렘린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았지만, 보복 공격을 자제했다. 하지만, 크렘린은 이제 원한다면 언제든지 키예프 정부 청사나 의회, 대통령 관저를 이스칸데르 순항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6일 밤 분명히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측으로서는 러시아군의 공세에 항복하기보다는 서방의 도움을 얻어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타결하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느낌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초부터 바이든 전 정권의 일방적인 대(對)우크라 지지 노선에서 이탈했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간 쯤에 서 있는 모습이다. 궁극적으로 그가 누구의 편으로 더 기울까가 향후 관전의 주요한 잣대다. 

알래스카 정상회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작별의 악수를 나누는 푸틴-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알래스카 정상회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작별의 악수를 나누는 푸틴-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영토(우크라이나 점령지 양보)와 평화(전쟁 종식및 우크라 안보 보장)의 교환' 원칙에 합의하고 큰 틀의 평화안(러시아의 돈바스 점령 인정, 하르코프 수미주에서 러시아군 철수, 그외 지역에서 휴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편집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 틀의 합의를 바탕으로 구체안 마련을 러-우크라 양국에 맡겼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 그대로 러-우크라·유럽은 디테일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중이다. 20여일이 흘러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잡힌 결과물은 사실상 없다. 러-우크라 정상회담이든, 유럽으로부터 양보를 받고자 하는 대(對)우크라 안보 보장의 기본 설계든,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안이든, 어느 하나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내지 못했다. 

이 세 가지 주제로 기자들의 질문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이 쏠리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향해 불만을 표시하고 간헐적으로 대(對)러 추가 제재 발언을 흘린다. 그가 유럽을 향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든가, '대러 에너지 제재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관세 전쟁을 불사하겠다'며 강한 톤을 유지하는 것은, '무조건 우크라이나 지지', '전후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 파견' 등 안보 보장 부문에서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는 유럽에 대한 항의 표시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편으로 생각하는 유럽이 종전의 조건인 키예프의 영토 양보를 방해하고, 대러 추가 제재 도입만 강력히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15배 이상이나 큰 상대(러시아)를 이길 수 없다든가, 영토 양보는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측의 양보를 겨냥한 압박이라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사진 출처:페북@WhiteHouse
트럼프 대통령/사진 출처:페북@WhiteHouse

트럼프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러-우크라-유럽이 협상 디테일에서 통 크게 한두 개씩 양보해서 평화 협상을 마무리하는 일이다. 이 목표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러-우크라-유럽을 향해 좌충우돌(左衝右突) 발언을 계속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전쟁 종식 목표 달성을 위해 현실적으로 누구를 압박하는 게 가장 손쉬울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미 언론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되지 않을까"라고 우려한다. 

전쟁 종식의 관건은 역시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하고 전황을 계속 유리하게 이끌고 있는 러시아 측의 양보 여부다. 전쟁 발발 한 달(2022년 3월)만에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정의 초안에 합의했던 러시아도 더 늦기 전에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도 따지고 보면 크렘린의 양보가 주된 요인이다. 알래스카 딜(거래)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6월 발표한 전쟁 종식안(우크라이나의 4개주 철군)에서 2개주(자포로제와 헤르손주)를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자포로제(자포리자)와 헤르손주에서는 현 전선에서 휴전(동결)하는 안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보 보장 분야에서 통 크게 양보한 것으로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는 주장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후 안보 보장 조치에 유럽 중심의 '의지의 연합' 측이 일정 수준 개입하는 안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평화협정 체결의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2022년 3월의 평화 협정 초안 합의후 폐기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에게 평화 협상에서 논의될 영토 양보와 안보 보장을 국민투표로 확정할 것을 제안했다. 양보를 전제로 한 합의에 대한 신뢰를 보여달라는 뜻인데, 우크라이나는 이를 거부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의 대안은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대로 러-우크라 정상회담에서 일괄 타결하자는 주장이다. 정상회담은 대부분의 쟁점을 사전에 합의한 상태에서 열리는 게 통상의 외교 관례다. 그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만나자"는 우크라이나 측을 향해 푸틴 대통령이 "그렇다면 모든 안전을 보장할테니,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스크바로 오라"고 역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략자의 웃기는 발상" "정상회담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맞받았지만, 미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이 요구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스크바에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무리 우기고 발버둥쳐도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다.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이다. 70여년 전 한국전쟁의 휴전 회담을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결말을 유추할 수도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휴전 회담 내내 미국에게 북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유엔은 한국민의 통일 열망을 무시했고 휴전 합의에는 무려 2년 가까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전쟁(1950년~1953년) 시나리오든, 핀란드의 겨울 전쟁(1939년 11월~1940년 3월) 시나리오든, 어떤 방식으로 끝나든 상관없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2의 이승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가 러시아의 숨통을 조이고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미국을 향해 추가 제재를 아무리 우겨도, 트럼프 대통령은 들어주는 척하면서 자신의 평화 구상을 그대로 밀고 나가지 않을까 싶다. '들어주는 척'은 알래스카 정상회담의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이다. 미세 조정이야 언제든지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러-우크라 양국 간의 타협선도 그 언저리에서 이뤄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협상의 궤도 위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다. 노벨 평화상을 노린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상 열차의 탈선을 원하지 않을 터. 러시아는 군사력으로, 또 외교력으로 노회하게 '승자의 법칙'을 달성하고자 과감한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두 강대국의 '밀당' 속에 우크라이나는 후원자들(미국과 유럽)의 눈치를 살피며 양보의 마지막 선을 가늠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약육강식의 국제 질서다. 역사적으로도 이 법칙을 바꾼 약소국의 수장은 없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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