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26회 세계지식포럼(WKF)에 참석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드미트리 쿨레바 전 외무장관이 출국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스캔들에 휩쓸린 것으로 알려졌다. WKF2025의 대주제는 'New Odyssey: Navigating the Great Transition(대전환기를 항해하는 인류의 새 도전)’으로, 쿨레바 전 장관은 포럼 이틀째인 10일 오후 5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테마로 연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가 까딱하면 우크라이나 당국의 출국 금지 조치에 걸려 포럼에 참석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쿨레바 전 우크라 외무장관/사진출처:페이스북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ierre dela Sera)는 8일 "쿨레바 전 장관은 현재 폴란드 크라쿠프에 머물고 있다"며 "그가 밤중에 도망치듯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가 '밤중에 도둑이 달아나듯 나라를 떠나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며 "그의 공식적인 출국 사유는 한국에서 열리는 포럼(세계지식포럼) 참가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가 쿨레바 전 장관과 같은 전직 외교관들의 해외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그의 출국이 급박하게, 또 잡음을 일으킨 것으로 해석된다"고 이 신문은 썼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쿨레바 전 장관은 출국 금지 조치를 알고, 급히 출국을 서둘러 조치가 시행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가까스로 떠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우리(전직 외교관들)가 해외로 나가 정부 방침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번 조치는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의 해외 출국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의 적용을 받는 외교관은 약 20명 정도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9일 전직 대사의 해외 여행이 금지하는 행정명령 1089호를 발령했다. 이 행정명령은 비상사태 혹은 계엄령이 선포되는 경우, 국경 통과 권리에 대한 규칙은 특명전권대사나 그 임무를 마친 사람(전직 대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명령은 장관을 지낸 쿨레바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가 급하게 출국한 것은, 해외 도피일 가능성도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짚었다.
쿨레바 전 장관은 "정기적으로 해외로 나가야 수입이 생긴다"며 "나는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를 대체로 옹호하는 편이지만, 소련식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권력의 핵심부는 우리가 해외에 나가면 으레 국가에 대한 음모를 꾸미는 요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반부패청(NABU) 등 반부패기관 2곳을 장악하려는 젤렌스키 정부의 시도를 내가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에, 당국은 나를 표적으로 삼고 해외 출국을 막으려고 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의 목소리 외에 다른 목소리를 막으려는 시도는 심각한 문제이며, 그럴 권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쿨레바 전 장관의 언론 담당은 "장관의 말이 정확하게 통역되지 않았다"고 우크라이나 인터넷 TV 채널 '흐로마츠케'(Hromadske)에 밝혔다. 언론 담당은 "장관은 한국에서 열리는 포럼 참석을 위해 폴란드로 갔으며, 오는 20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이같은 보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권력 독점이 심화하고 있다는 서방 외신의 비판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쿨레바 전 장관은 2020년~2024년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연소 외무장관직을 수행했다. 전쟁이라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우크라이나 외교를 이끌어 국제 사회에서는 민주주의·자유·회복력의 상징으로 꼽혔다.
세계지식포럼 측에 따르면 쿨레바 전 장관은 현재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벨퍼 과학 및 국제 관계 센터) 선임 연구원이자 프랑스 시앙스포의 교수로 활동 중이다. 또 ′현실을 둘러싼 전쟁: 가짜와 진실, 커뮤니티의 세계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우크라이나 언론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사생활 때문으로 보인다.
스트라나.ua는 지난 4월 쿨레바 전 장관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출판업자 스베틀라나 파벨레츠카야가 키예프의 고급 아파트를 28만 달러에 구입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불륜 관계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21년께로 외무장관 시절이다. 그는 1년 넘게 파벨레츠카야와 불륜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아내인 예브게니아 (쿨레바) 키예프(키이우) 시의회 의원과 이혼했다. 정부 고위 인사의 도덕성에 흠이 잡힐 만한 스캔들이다.
언론에 새로 산 집을 소개하는 쿨레바 전 장관의 사실혼 아내 파벨레츠카야/현지 매체 영상 캡처
쿨레바 전 장관과 사실혼 관계인 페벨레츠카야/사진출처:인스타@paveletskaya_svitlana
게다가 파벨레츠카야는 지난 2월 'NJOY'라는 성인용품 가게를 열었다. 그녀는 "전쟁 중에 성인용품 가게를 열었다"는 비난에 "지난 9년간 출판, 대행사, IT 등 다양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왔다"며 "NJOY는 나의 네 번째 사업"이라고 강변했지만, 비판적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섹스는 삶의 일부이며, 정신 건강의 일부이고, 우리 민족의 재탄생의 일부"라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몫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