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반러 입장으로 돌아선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행보'를 보는 의미 있는 시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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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연설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이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쓴 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뉴욕 행보'가 폭탄을 터뜨린 듯 긴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미 CNN 스콧 제닝스와의 인터뷰(스콧 제닝스 쇼)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실망했다"며 "전쟁이 2주 안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는데, 뉴욕 행보가 '매주 중요한 결정'의 연장선 상에 있는지 주목된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동네 놀이터에서 벌어진 아이들의 싸움으로 비유한 그가, 이제는 어느 편을 들기로 했는지 마음을 정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출처:미 백악관 페이스북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출처:미 백악관 페이스북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4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 전환'(Разворот Трампа над Украиной)이라는 코너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23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모스크바를 향해 매우 가혹한 듯한 글을 올렸다"며 그의 글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요약하면, '러시아가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고 현재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강해져 (빼앗긴) 영토를 되찾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나.ua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게 마지막 승리를 거둘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의지를 표명했다"고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뉴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토(NATO) 동맹국들에게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도록 오케이 사인을 보냈고,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헝가리에 압력을 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정도 발언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실망한 나머지 등을 돌렸다고 해석할 만하다.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젤렌스키-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젤렌스키-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이같은 해석에서 굳이 흠을 잡자면, 전제조건을 달거나 실체가 모호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이다. 또 그동안의 말 뒤집기에 대한 우려다. 

그는 트루스 소셜에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전역을 탈환하고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썼다. "우리(미국)는 나토에 무기를 계속 공급할 것이며, 나토가 원하는 대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목에서 스트라나.ua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하겠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니,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나토가 워싱턴에서 무기를 구매한 뒤 키이우로 이전하는 현재의 방식으로 전쟁을 계속하도록 돕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무상으로 우크라이나에게 각종 무기를 제공했던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이다.

미국이 무상으로 무기를 제공할 때에도 영토 탈환에 허덕였던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돈으로 사들인 무기로 러시아에 반격을 가해봤자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다. 나토 회원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한 국방 예산을 야금야금 챙겨 그간의 대(對)우크라 무상 지원으로 빈 주머니를 채우려는 미국의 속셈에 지나지 않는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한 유럽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의 마지막에 "모두(러, 우크라, 유럽/편집자) 행운을 빌어요!"라고 쓴 데 대해 "나는 관여하지 않을 테니, 알아서들 잘 하세요"라는 말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토의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의 격추를 용인하면서도 그 사건으로 정세가 급격히 악화할 경우 미국이 지원에 나설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해갔다. 앞서 영공 침범 논란을 촉발한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대거 월경(越境)을 "실수였을 수 있다"고 평가한 그였다. 나토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시켰는데, 그것은 러시아의 실수였다고 그가 발을 빼면, 그 책임은 궁극적으로 누가 져야 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산 석유를 계속 구매하는 중국과 인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후원자"라고 비난했다. 나아가 "나토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가 미국의 대(對)러 제재를 강화하는 핵심"이라며 헝가리 등 일부 회원국을 향해 러시아산 석유 구매의 전면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에너지원의 미국 종속을 수용하라는 압력인데,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를 포기하라는 것은 나토(혹은 EU) 일부 회원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헝가리의 경우,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러시아산 석유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러 제재에 전제조건을 단 미국은 유럽의 대러 제재 강화 촉구에 응할 의사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뒤 악수를 나누는 푸틴-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뒤 악수를 나누는 푸틴-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의 핵심으로 거론한 전후 안보 보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시기상조"라며 "협상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일방적인 안보 보장 약속이 아니라, 협상에서 딜(거래)을 하겠다는 그간의 흐름(평화와 영토의 교환/편집자)과 달라진 것은 없다. 유엔 총회에 쏠린 전세계적 관심을 의식해 우크라이나와 나토·유럽 동맹국들에게 립서비스를 한 게 아닐까 의심하게 만든다.

결정적인 발언은 또 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 여부를 묻자 "한 달 안에는 답할 것"이라고 시간적 말미를 뒀다. 즐겨 사용해온 2주 내도 아니고, 한 달이다. "푸틴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표현을 자주 한 그가 왜? 궁금하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러-우크라-유럽 등 전쟁의 직간접 당사자들에게 던진 신호를 무시할 수는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는 외부의 신호에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논평했고, 러시아 측의 반응도 대단히 조심스럽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대화 후 나온 것으로, 러시아의 입장과 상반되는 견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 관계에서 '불편한 요소'를 제거하는 작업을 가속하기를 원하며, 미-러 양국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양국의 관계 개선 노력이 거의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특수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 달성외에는 아직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방을 향해 독설을 마다하지 않았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러시아 편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크렘린/사진출처:metrorus.ru
크렘린/사진출처:metrorus.ru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스트라나.ua의 진단은 흥미롭다. 

이 매체는 이번 기회에 러시아에게 전략적 패배를 안겨야 한다는 매파(서방의 전쟁 강경파)가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이후 처한 입장및 대응 전략과 이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를 각각 세 가지를 분류했다. 매파의 입장은 △(알래스카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하는 것을 막고 △나아가 러시아를 더욱 경제적으로 압박해 푸틴 대통령에게 양보를 얻어내거나 △아니면 군사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러시아 항구를 봉쇄하며 모스크바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의 길(평화안)로 끌어들이거나 ▽알래스카 합의를 파기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받아들이도록 제재를 가하거나▽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제3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제3의 길은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를 포기하는 수순이다. 굿이나 보고 떡(무기 판매에 따른 이득/편집자)이나 먹자는 태도다. 

스트라나.ua는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행보를 보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쪽으로 기운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중간 지점으로 돌려세우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주장한 '전쟁의 조속한 종식'이라는 의제에서 사실상 발을 빼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젤렌스키-유럽 정상들에게는 성공적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압력에 반 억지로 즉각적인 휴전에 동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 가능성을 언급했으니, 휴전에 목을 매는 게 아니라 전쟁에 매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게 과연 우크라-유럽의 전략적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도, 러시아에 대한 압박도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라면 평가가 달라진다. '전쟁을 멈출 수 없다고? 그럼 계속해, 우린 무기를 팔아 돈이나 벌테니'라는 마음가짐이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유럽) 중 누군가가 우리(미국)에게 전쟁을 멈춰 세워달라고 요청할 때까지 기다릴게'라는 계획이라면, 우크라이나가 거꾸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는 군사및 경제적으로 러시아에 당할 수가 없고, 미국이 발을 뺀 상태에서 유럽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에는 경제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방 유력 언론의 해석도 비슷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4일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며 "유럽에 대(對)우크라 지원 책임을 넘긴 것은 미국이 발을 빼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로 전했다. 야로슬라프 젤레즈냐크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의원은 FT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새로운 게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되물으면서 "전혀 없다. 앞으로 (미국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행보에 대한 FT의 반응. 우크라이나는 트럼프의 따뜻한 발언에도 거의 희망을 갖지 못했다는 제목이 달려 있다/FT웹페이지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행보에 대한 FT의 반응. 우크라이나는 트럼프의 따뜻한 발언에도 거의 희망을 갖지 못했다는 제목이 달려 있다/FT웹페이지 캡처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180도 방향을 바꿨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불가능한 요구(영토 양보)에서 또 다른 불가능한 요구(전쟁 승리)로 옮겨갔을 뿐"이라며 "두 가지 선택지 모두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하거나,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만들어줄 쉬운 해결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전황과 심각한 병력 부족, 영토 손실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고위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놓고 어리둥절하고 있다"며 "그가 이 분쟁에서 손을 떼려는 것으로 의심한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유럽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으며, 이 문제는 유럽의 문제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언뜻 보기에는 놀라운 반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나쁜 소식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지원을 약속하거나,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대신, 모든 것을 유럽과 나토에 넘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쟁의 판도를 바꿀 만한 변화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평가에 트럼프 대통령의 말 바꾸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전에는 그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게는 카드가 없다"며 "10배, 15배나 큰 러시아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푸틴 대통령에게 가혹한 제재를 가하기로 하고 최후통첩을 내렸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선언하고,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협상의 돌파구와 전쟁의 임박한 종식을 선언했다. 그가 "러시아는 종이호랑이여서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를 해방할 수 있다"고 한 말이 또 언제 뒤집어질지 모른다. 러시아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180도 달라진 발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그를 설득할 것"이라는 반응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들이 알려진 뒤 뉴욕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 뒤 푸틴 대통령을 계속 신뢰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예상되는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 군용기의 나토 영공 침범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개입을 점점 더 요구할 것이고, 러시아 군용기가 나토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고 러시아가 이에 보복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상황은 진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또 한 달 사이에 우크라이나 전황이 어느 한 쪽으로 유리하게 바뀐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앞으로 더 강력한 공세를 펼칠 게 분명하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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