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젤렌스키 대통령의 '뉴욕 행보' 평가-전쟁 지속? 대선 준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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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엔 총회에 갔다온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서방 외신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뉴욕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장거리 미사일 토마호크 제공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주로 다루고, 우크라이나 언론은 그의 대선 출마 포기 발언(악시오스 인터뷰)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뉴욕 방문을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행보가 달라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거리 최대 300㎞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의 추가 지원과 사거리 최대 2,500㎞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요청했으나, 확약을 받지는 못했다고 26일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미국산 장거리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 제한을 해제할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사진출처:위키피디아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사진출처:위키피디아

 

미국의 에이태큼스 미사일/사진출처:록히드 마틴 
미국의 에이태큼스 미사일/사진출처:록히드 마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들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면 장거리 미사일로 본토 깊숙한 곳의 핵심 거점들을 타격해 사회적 혼란과 민심 이반을 부추기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2023년 5월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모스크바의 크렘린을 겨냥했지만, 기껏해야 지붕을 손상시키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렘린과 같은 핵심 타격 거점을 장거리 미사일로 때리려면 3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토마호크와 같은 현대식 장거리 미사일과 △목표를 정확하게 겨냥할 수 있는 군사 좌표 정보 △미국의 공격 승인이다. 우크라이나에게는 이중 어느 하나도 얻어내기가 버겁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에도 에이태큼스와 같은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서, 러시아 본토 타격에는 미국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WSJ은 군사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에 미국의 장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데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에게는 타격에 필요한 장거리 미사일이 급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뉴욕 회동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거듭 요청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설사 실전에 도입하지 않더라도,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러시아에게는 위협적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에 '강대(對)강' 대치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예프(키이우) 대표단은 조만간 워싱턴으로 가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WSJ은 또 키예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작전에 필요한 정보도 요청했다고 전했다. 군사 정보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관할 영역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이 공격하기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다. 첫 반응은 부정적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는 키예프가 미국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무기 목록에 토마호크 미사일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토마호크 미사일 요청을 처음 보도한 영국 텔레그래프/웹페이지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의 토마호크 미사일 요청을 처음 보도한 영국 텔레그래프/웹페이지 캡처

토마호크의 제공설을 제일 먼저 제기한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결론도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석상에서 "고려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후 인터뷰에서 "(토마호크 제공) 요청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불확실한 것으로 전망했다. 

미-우크라 정상회담 이튿날(24일), WSJ은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자국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로 타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유럽 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입장 변화(러시아는 종이호랑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 가능 발언/편집자)를 가능한 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대(對)우크라이나 장거미 미사일 검토 과정에서 불거진 찬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개월 전에도 미국의 토마호코 제공설이 불거진 바 있다.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 7월 칼럼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소개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거리 무기를 제공한다면,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공격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 백악관은 이 보도를 공식적으로 부인했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악시오스와 가진 인터뷰(26일 내용 공개)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확인했다. 

그렇다면 토마호크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제공이 앞으로는 가능할까?
스트라나.ua는 26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가 주어질까?' (Дадут ли Украине 'Томагавки')라는 코너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를 약속했다고 말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토마호크는 미국 외에는 영국에서 유일하게 운용 중이고, 호주와 네덜란드, 일본이 구매 계획을 밝힌 '귀한 무기'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적극적으로 해외에 판매하는 무기도 아니다. 

토마호크는 또 미-소(러)간에 체결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러시아어로는 Договор о ликвидации ракет средней и меньшей дальности, ДРСМД, 1987년 체결)의 적용을 받는 중거리 순항 미사일로, 최대 5,000㎞까지 타격할 수 있다. 미-러 양국이 INF에서 탈퇴했지만, 여전히 핵 공격의 주요 수단 중 하나다. 러시아는 지난해 핵 독트린을 개정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날아온 미사일 공격이더라도, 해당 미사일을 제공한 국가의 러시아 공격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당시 미국산 ATACMS 미사일의 공격에 대비한 한 것이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ATACMS의 사용을 러시아 점령 우크라이나 영토(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 4개주/편집자)로 제한했다가 퇴임을 앞두고 이를 풀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제한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ATACMS보다 사거리가 훨씬 긴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용(또는 사용 위협)한다면, 모스크바는 이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공격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보복 조치가 이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술 핵 공격이나 신형 오레슈니크 미사일이 나토(NATO) 목표물 공격이다. 그 결과는 제3차 대전을 촉발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 안보를 위협할 게 뻔하다.

스트라나.ua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최근 며칠 동안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지만,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으로 촉발될 미-러 간 직접 충돌을 원하는 게 아니다"며 "키예프에 대한 지원 부담을 유럽으로 전가하고,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을 압박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떼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으로 전쟁에 직접 개입할 리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내놓은 대선 출마 포기 발언에 대한 논의가 더 뜨겁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악시오스 인터뷰는 26일 전체 내용이 공개됐다/웹페이지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의 악시오스 인터뷰는 26일 전체 내용이 공개됐다/웹페이지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난 후 대통령직을 사임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대선에) 나가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변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이 발언에 대한 우크라이나 현지 반응은 두 가지다. 발레리 찰리 전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차관) 등 일부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2019년 대선 당시,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선거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일각에서는 서방 의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국내외의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발언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빙자해 독재 체제를 구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최근 그의 모든 행동이 전쟁 승리 혹은 국가 방어 차원의 필요가 아니라 향후 선거에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홍보 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자신이 연루된 부패및 비리를 파헤치려는 반부패기관을 공격하고, 언론 등 반대 세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내년 예산안에서 국방보다는 사회 복지 프로그램에 막대한 자금을 배정하는 등 선거를 겨냥한 듯한 정책을 펴고 있다. 18~22세 남성들에 대한 여행 자유화 조치도 같은 맥락에서 분석되기도 한다.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선 불출마 발언이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밝힌 게 아니라 "출마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의 진의를 의심하게 하는 것은 말 바꾸기다. 그는 인터뷰에서 휴전이 이뤄지면 즉시 선거를 실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그동안 휴전 자체가 계엄령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선거 금지 조치의 해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선거 실시 조건에 대한 말을 바꿨다는 뜻인데, 이는 대통령실이 차기 선거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거 봐, 재선 준비 중이야"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선거 관련 발언이 우크린포름 등 국영 매체와 1+1 TV 채널 등 친(親)대통령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전파되는 것도 의심을 살 만하다.

정치학자 졸로타레프는 스트라나.ua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뉴욕 방문에 만족할 것"이라며 "앞으로 반부패 기관과의 대결을 통해 모든 권력을 대통령으로 집중시키고, 반대하는 야당과 언론을 통제하는 등 국내 현안 해결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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