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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특수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한동안 '우크라이나의 입' 역할을 맡았던 알렉세이(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전 대통령실 고문은 러-우크라 양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러시아의 제재는 그렇다고 치고, 우크라이나로부터는 왜? 대통령실에서 밀려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부터다. 권력자의 속성은 시·공간을 막론하고 늘 그런가 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3년 가을,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을 테러 활동을 공개적으로 선동하고 러시아군에 대한 가짜 뉴스를 유포한 혐의로 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종국에는 국제 수배자 명단에 올렸다. 그는 2023년 9월 8일 러시아 연방의 수배자 명단에, 같은 해 11월 13일에는 국제 수배자 명단에 오른 범죄자가 됐다. 이듬해(2024년) 초에는 모스크바 바스만니 법원이 그에 대한 궐석 재판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국가국방안보위원회(우리 식으로는 국가안보실)도 반(反)젤렌스키로 돌아선 그를 지난 5월 제재 명단에 올렸다.

러-우크라 양쪽에서 미움을 산 그는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러시아 유명 블로거이자 TV 진행자인 크세니아 소브차크가 최근 그와 인터뷰를 가질 만큼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다. 소브차크는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대부 격인 아나톨리 소브차크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딸로, 푸틴 정권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인플루언스다.
두 사람이 만났으니 어떤 내용을 묻고 답했는지 러-우크라 양국 국민이 궁금해했다. 그 내용은 소브차크의 유튜브(구독자 396만명) 텔레그램(구독자 160만명) 계정인 '주목: 소브차크'를 통해 알려졌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는 11일 새벽 5시 현재 유튜브 계정에서 조회수 506만회를 넘어섰다.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은 이 인터뷰에서 2022년 3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우크라 평화협상의 우크라이 대표단으로 활약하면서 보고 들은 뒷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스탄불 평화협상에서 합의된 평화협정(초안)이 이미 가서명되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4월 9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스탄불 평화협정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당시 러-우크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를 바랐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협상에서 집요하게 정상회담을 요구했고, 이에 러시아 측은 합의 후 가서명한 평화협정(초안)을 두 정상의 최종 담판에 맡기자고 했다. 평화협정(초안)은 가서명됐으나,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측은 끝내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 과정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을 이끈 집권여당 '국민의 종' 데이비드(다비드) 아라하미아 대표에 의해 이미 공개된 바 있다. 아레스토비치 전 대표의 발언도 아라하미아 대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키예프(키이우)를 방문해 '계속 싸우자'고 제안한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단 회의를 열었다. 12명의 협상단 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와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는 늘 참석했다. 그 회의에서 나는 아라하미아 대표, 전직 외교관 알렉산드르 찰리와 함께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철수하는 것에 반대했다. 나는 위계질서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반대 의견을 냈지만, 아라하미아 대표는 대놓고 반대했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는 회의에서 다른 누구보다도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이었다."
"아라하미아 대표의 논리는 대략 이런 식이었다. 우리가 확실히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이런 일이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걸까? 아니면 다른 대안을 시도해볼까?"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은 우크라이나가 이스탄불 협상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요인은 키예프 인근 부차시의 (민간인 학살) 충격과 이에 복수하려는 욕망이고,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군이 키예프와 북부 지역 방어에 성공했다는 전과다. 우리(우크라이나군)는 남부 지역(마리우폴, 멜리토폴, 자포로제 등)에서는 방어에 실패했지만, 키예프, 체르니코프(체르니히우), 수미, 하르코프(하르키우)에서는 성공했다. 우리는 그 곳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상당한 피해를 입혀 군사적으로 적(러시아군)을 무찌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여기에(세번째 요인으로) 바이든 전 미 대통령과 과 존슨 전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일부를 격파하고 더 유리한 협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상당한 군사 기술 및 외교적 지원을 약속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장기전에 휘말리고 싶어하지는 않았으나, 서방 진영의 군사 지원으로 2022년 9월 22일까지는 러시아군을 무찌르고, 많은 것을 얻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은 '대통령이라면, 만약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어떤 전략을 취할까'라는 질문에 "전쟁을 끝내기 위해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와 자포로제주, 헤르손 주 등 4개 지역과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넘겨주되 법적으로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자와 러시아 정교회(UOC)의 권리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내가 당신에게 간다'는 원칙에 따라 즉시 모스크바로 가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첫째, 우리는 흑해 함대의 분할과 가스관 갈등 등 (소련이 해체된) 1991년 이후 문제가 된 모든 분야에서 러-우크라 관계를 평가해 어떤 요인들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검토할 것이다. 둘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정치적 안보적) 위협이 되지 않도록 우크라이나의 국내 및 외교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이다. 임기 동안 그 정책을 보장하고 정책의 연속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다.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이 세 나라는 서로 죽여서는 안 된다."
그는 나아가 현재의 러-우크라 사태(우크라이나 전쟁)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는 2024년 6월 (푸틴 대통령이 주장한) 러시아의 핵심 요구, 즉 크림반도와 4개 지역, 그리고 러시아어 사용 주민과 정교회의 권리 보장을 약속할 것이다.(중략). 나는 크림반도와 4개 지역을 포기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후 서독과 동독과 같은 조건으로 포기하는 것이다. (국경 획정) 조약이 아닌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이다."
"평화협정은 기술적으로 양국이 병력을 철수하고 접촉선 주변의 상황을 동결(휴전)하는 것이다. 그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벨라루스 국민을 단결시키는 상징적인 행사를 열고자 한다. 푸틴 대통령과 함께 전쟁에서 전사한 사람들을 위한 합동 기도회를 여는 것이다. 나는 (전사한) 러시아 군인들에게 헌화할 것이며, 러시아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과 소브차크는 지난 9월 영국 런던에서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는 모습이 포착됐다. 두 사람은 이때부터 관계를 형성해 2시간짜리 인터뷰 영상을 찍는 데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은 지난 5월 이후 중단한 우크라이나군 지원을 위한 모금 활동을 재개한다고 최근 밝혔다. 18만 5천 흐리브냐를 모금해 우크라이나군 제158여단 A5002부대 산하 무인 항공 시스템 대대를 위한 야전용 이동식 정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모금을 중단하고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기부금을 받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 제158여단은 "아레스토비치 전 고문의 모금은 가짜뉴스이며, 더 이상 협력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는데, 이후 이를 인정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