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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크라이나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13일 이집트의 홍해 연안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서 이집트와 튀르키예(터키), 카타르 정상들과 '평화 정상회담'을 갖고 가자지구 휴전 협정에 서명했다. 이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앞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렘린을 여러 차례 방문한 자신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의 이름을 부르며, "러시아에 집중하자"고 했다.
'우크라이나 시간'의 키 워드는 토마호크다.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토마호크의 우크라이나 제공 여부가 앞으로 전쟁 종식에 관한 모든 이슈를 삼켜버릴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3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할까? 푸틴의 대응은?'(Даст ли Трамп 'Томагавки' и чем ответит Путин)이란 코너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말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속으로 전화통화를 가졌다"며 "러시아군의 공습에 대응하는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하지만, 핵심 의제는 토마호크 미사일이었다"고 전했다.

최전선에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군사 목표물을 직접 때릴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은 '전쟁의 판'을 바꿀 수 있는 무기로 서방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물론, 러시아 측은 독일산 레오파드 전차(탱크)와 다연장로켓발사시스템 하이마스(HIMARS),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F-16 전투기 등의 예를 들며, 토마호크로 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반박한다.
분명한 것은 토마호크의 제공 효과가 앞서 거론된 주요 무기들과는 현저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무기 체계의 '마지막 카드'로, 극적 효과를 노리는 것도 가공할 만한 파괴력 때문이다. 토마호크는 ‘전쟁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미국이 군사개입을 하거나 전쟁을 시작할 때, 해상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대거 발사해 적의 주요 목표물을 파괴하곤 했다. 2000년대 초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에서 그 파괴력을 입증한 바 있다.
토마호크의 사거리는 최대 약 2,500㎞. 우크라이나군이 모스크바 등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때릴 수 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핵심 사안은 토마호크 미사일의 제공을 둘러싸고 벌이는 미-러-우크라 3각 줄다리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전화통화 후 "토마호크의 제공 결정이 아직 미국에서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사일이 제공되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군사 목표물에 대해서만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우려하는 미국을 사전에 무마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약속이 러시아의 에너지 및 정유 시설, 혹은 크렘린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그것까지도 군사적 목표물이라고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토마호크 제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7일 워싱턴으로 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우크라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일 우크라이나 대표단으로 율리아 스비리텐코 총리와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안보회의(국가안보실 격) 서기(장관급, 사무총장)가 이미 미국으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과 총리, 안보실장이 미국으로 총출동하는 것을 보면, 이번 기회에 토마호크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토마호크를 우크라이나에 줄까 말까 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토마호크 제공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고, 전쟁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대화가 이뤄지면 그를 향해) '이봐,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토마호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거야'라고 말할 것"이라면서 "'진짜야, 진짜로 보낼 수 있어. 토마호크는 엄청난 무기고, 아주 공격적인 무기야'라고 할 것"이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토마호크 미사일의 제공은 내가 원하지 않는 새로운 긴장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했다. 여전히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고민중이라는 뜻이다. 좀 더 넓게 해석하면 토마호크 문제를 크렘린과의 협상에서 판을 흔드는 '카드'로 활용할 속내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두 차례 연속 통화도 러시아와의 협상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크렘린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최근 미 대통령 특사와의 대화를 통해 국내외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미국과 화해한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트럼프의 토마호크 위협은 공갈이며, 협상용"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이스라엘 군사 충돌을 해결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완전히 자신감에 차 있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그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번 가자지구 휴전 협정이 장기적인 평화로 이어진다면, 키예프(키이우)와 모스크바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믿고 있는 이는 위트코프 특사다. 위트코프 특사를 '뛰어난 협상가'라고 부르며 "그가 없었다면 세계는 제3차 세계대전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트코프 특사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는 그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5분에서 20분 정도 만날 것으로 보고 위트코프 특사를 러시아로 보냈는데,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은 무려 5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에게 '도대체 5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한 거냐'고 물었더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더라."
그후 알래스카에서 푸틴-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제공설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9월) 말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부터다. 그가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후 서방 언론에 여러가지 설이 나돌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공급하기로 "대체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해 변곡점을 맞았다. 하지만 단서를 달았다. 그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우크라이나가 왜 토마호크를 사용하려고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또 토마호크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중적이면서 다소 애매한 태도다.
성급한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에 적대적인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들은 "네덜란드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구매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판매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이 네덜란드에 토마호크 미사일 175기(21억9천만 달러)를 판매하기로 했다는 것은 지난 4월에 나온 이야기인데, 그때만 해도 토마호크의 우크라이나 제공설이 나오지도 않았었다.
더 그럴 듯한 보도는 지난 12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서 나왔다. 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수개월간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을 지원해 왔다고 전했다.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습 작전을 지난 여름부터 도왔다는 것이다.
FT의 이같은 보도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1일 보도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WSJ은 당시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군사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이 장거리 무기를 제공하면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 있는지' 물은 것으로 알려진 지난 7월 전화 통화 이후, 미국의 대우크라 지원이 강화됐다고 FT는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평화 중재 임무를 끝내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시도할 터인데, 그 시점이 궁금하다. 17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일까? 후일까? 푸틴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대응할까?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우크라이나가 토마호크 미사일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로 '전쟁 억지력' 혹은 '평화 유인책'을 들었다. "크렘린이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을 두려워하고 있으니, 토마호크야말로 푸틴 대통령의 양보를 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는 나오는 반응은 토마호크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쪽이다. 크렘린은 대놓고 토마호크가 전쟁의 양상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지만, 러시아군이 전 전선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토마호크 위협만으로는 푸틴 대통령의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관심은 오히려 크렘린이 토마호크 미사일의 제공을 계기로 유럽 대륙 전체의 긴장도를 최고도로 높일지 여부다. 특히 러시아의 매파(전쟁 강경파)는 그동안 토마호크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핵공격에 버금가는 중대한 사태로 보고 새로운 차원(핵무기)의 군사적 보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2일 "토마호크 미사일은 특별하며, 핵무기로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며 "토마호크 발사에는 미국 전문가들의 참여가 불가피하므로, 이 미사일을 키예프로 전달하는 것은 나쁜 결과(미국의 러시아 공격/편집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도 13일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공급하는 것은 모두에게,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토마호크 미사일이 핵탄두를 장착했는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든 상태에서 러시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바로 그것(핵무기)"이라고 자문자답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2일 발다이 국제 포럼에서 토마호크 질문에 "양국 관계에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의 긴장 고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겉으로 드러난 러시아 측의 반응만 보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토마호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은 미국의 핵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식이다. 실제로 그같은 우려 때문에 바이든 전 미 대통령은 토마호크의 T자도 꺼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선 바이든 전 대통령조차 꺼내지 않았던 토마호크 미사일의 제공 이슈를 트럼프 대통령이 꺼냈다는 건 일단 '딜'을 원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물론, 키예프에서는 지금까지 러시아의 모든 핵 위협은 허세이며,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이를 실행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1%의 가능성도 흘려버릴 수 없는 게 바로 핵전쟁이다. 2022년 초만 해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리라고는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의 회고록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조차 '러시아의 침공설'은 서방 투자자를 쫓아내고 우크라이나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1년 전으로 돌아가면, 미국 에이태큼스 미사일의 러시아 공격 문제가 터졌을 때, 크렘린의 위협 수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푸틴 대통령은 핵 독트린을 개정해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의 공격에도 핵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모스크바는 또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향해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 '오레슈니크'를 처음 발사했다.
스트라나.ua의 예상에 따르면 토마호크 미사일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은 1년 전보다 훨씬 더 강경할 수 있다. 토마호크는 에이태큼스보다 사거리가 훨씬 길어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정치 및 경제 중심지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미국전쟁연구소에 따르면 토마호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면 최대 2천 개의 러시아 군사 및 산업 시설이 타격권 내에 들어온다. 알라부가 경제특구에 있는 '제라늄 드론'의 생산 시설과 엥겔스에 있는 전략 폭격기 공군기지도 사정권 안에 든다. 사거리 1,600㎞의 토마호크가 제공되면 최소 1,655개의 러시아 군사 시설이, 2,500㎞의 토마호크에는 무려 1,945개 러시아 주요 시설이 토마호크의 타격 범위 내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곧바로 위험하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이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 결정을 내리더라도, 처음에는 몇 발 혹은 수십 발 제공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도 미국의 엄격한 타격 목표 통제를 받을 것이다. 미국은 크렘린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러시아 국경 지역의 목표물을 일단 때린 뒤 공격 거리를 늘리거나 미사일 제공 수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제공 및 운용 전략이다.
그 과정에서 모스크바도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향해 위협적인 발언과 행동을 계속할 게 분명하다. 오레슈니크 단거리 미사일 공격이나, 유사한 신형 무기를 선보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구입 비용도 적잖이 문제가 된다.
스트라나.ua는 13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토마호크 미사일의 구매 비용 조달 방법으로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우선 나토가 토마호크를 구매해 우크라이나로 넘기는 소위 'PURL 프로그램'을 통한 구매다. 또 직접 구매하는 방법(미-우크라 희토류 광물 협정에 의한 거래/편집자)과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PURL 프로그램 외에는 모두 사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고 그는 인정했다.
미국내 토마호크의 재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3일 트럼프 행정부가 재고 문제로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를 지원할 가능성이 작다고 예측했다. 이 통신은 “현재 미국이 보유 중인 토마호크는 미 해군과 다른 군사 용도로 배정되어 있다”며 이같이 밝히고 "단거리 무기를 대신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할까?
분명한 것은, 위기가 최고조로 끓어오를 때까지 양측이 설전을 벌일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위기가 터질 때까지 양측이 두고볼 것인지, 극적으로 타협할 것인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지금까지 워싱턴이 위기 상황을 핵전쟁 직전까지 몰고간 적은 거의 없다. 쿠바 위기도 타협으로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 문제로 미-러 갈등을 어느 선까지 끌어올릴지 궁금하다.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 수위를 적절한 선에서 관리할 수 있는 타협안을 찾는 게 아닐까 싶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