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어지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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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트럼프 대통령 실망감 표출→대(對)우크라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 시사 →미-우크라 정상회담 발표→푸틴-트럼프 대통령 전화통화, 부다페스트 정상회담 발표→미-우크라 정상회담→미-러 외무장관 접촉, 우크라-유럽 정상 접촉→뤼터 나토 사무총장 워싱턴 방문→미-러 부다페스트 정상회담 취소, 미 대(對)러 제재  발표

어지럽다. 3년 8개월을 갓 지난(2022년 2월 22일 개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협상 무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6.25전쟁(한국전쟁)의 휴전 회담이 무려 2년을 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러-우크라-유럽의 전쟁 종식 목표가 서로 다르다 보니 종잡을 수 없는 이같은 흐름이 당연할 수도 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보면 언젠가 절충안이 나올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해법은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을 장악하고, 나머지 점령 지역에서 철군하는 안이다. 그러나 돈바스 지역을 넘겨주는 게 항복하는 것보다 싫은 우크라이나가 완강하게 저항하고, 양패구상(兩敗俱傷·서로 싸우다가 양쪽 모두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패하여 상처를 입는다는 뜻)을 원하는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거들고 있는 상태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나 홀로' 중재 의지는 타협에 근접할수록 꺾일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 오른쪽은 밴스 부통령/캡처
지난 7월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 오른쪽은 밴스 부통령/캡처

 

이같은 관점에서 이 어지러운 판을 한번 정리해보자.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3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향 전환' (Новый разворот Трампа) 이란 코너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부다페스트에서 갖기로 했던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당분간 취소했다"며 "동시에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러시아에 대한 첫 번째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일부 지역은 23일) 갑작스럽게 워싱턴을 방문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옳지 않다고 생각해 푸틴 대통령과의 부다페스트 회담을 취소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꼭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회담을 가질 준비가 되어 있지만, 미국은 '그가 (원하는) 모든 것(돈바스 확보/편집자)을 얻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러시아 측의 양보를 기대했다. 이어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한데,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돈바스 양보에 동의하지 않아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푸틴-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푸틴-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블룸버그 통신은 "뤼터 사무총장이 최전선에서의 즉각 휴전을 비롯한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준비한 12개 항목의 평화안을 갖고 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고 전했다. 유럽 정상들은 이에 앞서 2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 행위 즉각 중단 제안을 지지했는데, 뤼터 사무총장이 유럽의 평화안을 워싱턴에 소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은 원래 푸틴 대통령의 조건을 받아들여주기로 한 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 19일 협상에 정통한 두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1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도네츠크주(루간스크주는 이미 완전히 장악/편집자)에 대한 러시아의 완전한 통제권을 인정받는 조건으로, 자포로제(자포리자)와 헤르손주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는 양보안(?)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진행된 이스탄불 고위급 회담 2차 회의에서 러시아가 제시한 평화각서(평화안) 내용에서 상당히 양보한 안이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와 자포로제, 헤르손주(州) 철수 △(양측 합의에 따라)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일정거리까지 우크라이나의 철군 △ 우크라이나 군대의 재배치 금지 △서방의 대(對)우크라 군사 지원 중단 △제3국 군대(평화유지군 성격)의 우크라이나 배치 금지 등 10개 항목을 제안했다. 

부다페스트 미-러 정상회담이 삐긋한 것은 러시아가 미국 측에 보낸 비공식 외교 각서(문서)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는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간 접촉이 이뤄지기 직전, 외교 각서를 미국에 보내 16일 두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비오 장관은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과의 전화 접촉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현 위치에서의 전투 중단(최전선에서의 휴전/편집자)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뒤 사전 준비를 위한 외무장관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미-러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이 물 건너 갔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최종적으로 이를 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동시에 휴전을 압박하기 위한 대러 제재 카드를 뽑아들었다. 회담의 무산 발표를 하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러시아의 양보를 기대한 조치로 보인다. 대러 제재는 아예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는 순간, 해제하기로 되어 있다.

압박 과정도 흥미롭다.
우선, 미국이 영국의 스톰 섀도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공격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1일(일부 지역은 22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했지만, 그의 발언 문맥을 보면 미국의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들(우크라이나군)은 유럽산 미사일이나 다른 곳에서 생산된 미사일을 사용하고, 우리(미국) 미사일은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 미사일을 통제할 뿐, 그들이 하는 일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스톰 섀도 장거리 미사일도 최종적으로 미국의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 외신들의 보도다. 이 미사일에는 미국산 부품이 포함되어 있고, 미 국방부 위성으로 유도되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압박으로 해석할 만하다.

스톰 섀도 미사일을 장착한 나토군 전투기/사진출처:위키피디아
스톰 섀도 미사일을 장착한 나토군 전투기/사진출처:위키피디아

더욱 주목해야 할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처음으로 대(對)러 제재 조치를 부과했다는 것이다. 이 제재는 러시아 최대 석유 회사인 루코일과 로스네프트, 그리고 수십개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한다. 또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모든 제3국 기업(금융권 포함)들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전날(22일)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 조치 등을 포함한 19차 대러 제재 패키지에 합의한 데 뒤이어 나온 조치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즉각 러시아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인도와 중국이 제재 시행 방식이 명확해질 때까지 구매 규모를 줄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론, 인도와 중국의 정책 방향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재를 진짜 주목하는 이유는 바이든 전 대통령도 시행을 막판에 포기했던 조치라는 점이다. 곧바로 국제 유가가 뛰고(이번 제재 발표 후 브렌드유는 5% 급등/편집자), 미국의 물가를 자극하는 후폭풍을 뒤따르기 때문이다.

또 제재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데, 모스크바는 그 사이에 제재를 우회할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블룸버그 통신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표 이후 유가가 5% 가량 급상승했는데, 러시아의 수출 물량 손실은 궁극적으로 가격 인상으로 일정 부분 상쇄돼 제재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전 대통령도 이같은 이유들을 들어 막판에 제재 조치를 포기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루코일의 석유 수출인프라/사진출처:루코일
루코일의 석유 수출인프라/사진출처:루코일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위험 부담을 안고, 제재 조치를 강행했을까?
우선, 기대 효과다. 제재가 완전히 이행되기 전에 모스크바가 휴전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르면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면, 이 제재는 즉시 해제된다. 휴전과 제재를 연계시켜 놓은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내주로 다가온 경주 APEC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뭔가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 전에 러시아에 협상의 고리를 걸어놓은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지 않도록 설득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응하면, 푸틴 대통령은 휴전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중국의 선택이 중요하다. 아직은 여전히 러시아편이라고 봐야 한다.
궈자쿵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중국은 국제법에 근거하지 않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 일방적 제재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며 "대화와 협상만이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며, 강압과 압박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교적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석유 부문 제재를 규탄했다고 보는 게 맞다. 

서방 외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해 '제재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문가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변심 때문이다. 

스트라나.ua는 23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여름이후 러-우크라 사이에서 갈짓자(之字) 걸음을 해왔다"며 앞으로 또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의 과거 행적이 바로 그렇다. 
이 매체에 따르면 푸틴-트럼프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모스크바와 중국 등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들에게 강력한 제재(2차 관세 부과/편집자)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은 미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요청을 거부했고, 갑작스레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푸틴 대통령과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협상의 결과를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들어 처음으로 알래스카에서 만난 푸틴-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들어 처음으로 알래스카에서 만난 푸틴-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외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휴전 조건을 제시했다.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 관할하에 두고, 휴전이 아닌 평화 조약을 체결하자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전반적으로 동의했다는 게 일부 외신의 주장이었다. 당연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양보에 대한 러시아와의 합의를 확인한 적은 없다. 휴전보다는 평화 조약 추진에 동의하고, 이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최근 최전선에서의 휴전이 '앵커리지 합의 내용과 모순된다"고 발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은 즉각 알래스카 협의 내용을 단호히 거부했다. 서방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항복하고, 그의 하수인이 되었다"는 조롱성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동시에 미 공화당 내 석유, 가스, 군수 산업 로비단체로 구성된 '매파'(전쟁 강경파)는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섰다. 대러 강경(제재) 조치를 통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유럽 시장에서 몰아내고, 나토(유럽)의 자금으로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판매하기 위한 의도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한 달여만에 입장을 바꿨다.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고, '종이 호랑이'인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러 제재도 거론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토마호크 미사일의 확보를 기대하며 워싱턴으로 향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그리고 다시 입장을 바꿨다. 그는 평화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이나 대러 제재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17알 젤렌스키 대통령와의 백악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거의 모든 군사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 협의에 관한 미 백악관 SNS 포스팅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 협의에 관한 미 백악관 SNS 포스팅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6일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약속을 하지 않았으며, 알래스카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이 인도될 경우,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위협을 빠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상반된 보도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WP)가 대표적이다. WP는 푸틴 대통령이 영토 협상에서 돈바스의 비점령 지역과 자포로제·헤르손의 점령 지역을 맞교환하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정상회담 후의 언론 보도를 볼 때 WP의 취재가 더 신뢰도가 높아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부다페스트 정상회담 발표 이후 주변 상황은 또 (언론에게) 익숙한 시나리오대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한 후, 유럽을 통해 회담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부정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속였고, 트럼프가 다시 항복했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불과 며칠 후,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말을 바꿔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모스크바가 키예프(키이우)의 주장대로 최전선에서의 휴전에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석유 부문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입장 변화는 180도 유턴하는 게 아니라, 45도 정도만 돌아섰다는 게 스트라나.ua의 평가다. 그가 취한 조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이 지금까지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는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도 제공하지 않고, 러시아산 에너지의 구매국(주로 중국과 인도, 글로벌 사우스/편집자)에 대한 2차 관세 부과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의 석유 기업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에 대한 직접 제재는, 전세계를 향한 2차 관세 부과 조치보다 러시아에게는 덜 고통스러운 것으로 분석된다.  

(WSJ이 보도한) 스톰 섀도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허가했다고 하더라도,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강하고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과는 다르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주로 러시아 접경 지역에 제한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 앞으로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전날(22일) 핵 전력 발사 훈련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핵 전쟁의 위험 수위를 가파르게 끌어올릴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선택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 다시 한발 물러서거나, 아니면 핵전쟁 발발의 위험을 감수하고 대(對)러 강공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의 압박 조치에도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을 최대로 자극하지 않도록 절제된 반응은 보이고 있다.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제재 조치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한 양자 대화와 우크라이나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제재 자체가 완전히 역효과를 낳는 신호"라고 비판하면서도, "러시아에 특별한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23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언제나 대화를 지지하며, 협상은 늘 대립, 분쟁, 전쟁을 하는 것보다 좋다"며 미국과 계속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루코일과 로스네프트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에는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려는 시도"라고 인정하면서도 "러시아 경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토마호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할 경우, "굳이 충격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매우 심각하고 압도적인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의 이 같은 위협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브뤼셀 기자회견을 겨냥한 것으로 판단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의 협상 교착 상태에도 불구하고 키예프(키이우)가 유럽으로부터 토마호크 미사일을 곧 도입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장면/사진출처:nationalsecurityjournal.org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장면/사진출처:nationalsecurityjournal.org

미국에 가장 적대적인 반응은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부다페스트 정상회담 취소,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요구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이든의 전쟁'에서 '트럼프의 전쟁'으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의회 등의 압박을 받았다고 우기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완전히 (전쟁에) '미친' 유럽과 동맹을 맺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더 이상 불필요한 협상 없이 다양한 무기로 반데라(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편집자)의 은신처를 모두 공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면도 부각시켰다. 

러시아의 대형 석유회사 둘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 조치로 러시아가 최전선 휴전에 응하는 등 물러설 것으로 전망하는 서방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미 외교관계위원회 전문가 토마스 그레이엄은 "백악관이 이번 조치가 푸틴 대통령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며 "제재 효과가 느리게 나타나고, 크렘린은 제재를 우회하는 데 능숙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르면 두 러시아 석유 업체와의 은행 거래는 앞으로 한달 뒤 전면 금지되고, 러시아 석유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인 인도도 위안화로 결제하니, 앞으로 미국의 금융기관과 직접 엮일 일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제재 명령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도 정유사 고위 인사들은 '미국의 이번 제재 조치로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계속하기 어려워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석유 전문 분석 회사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인도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 비중은 36%가 넘는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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