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바로가기기사저장
전쟁은 참혹하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전쟁범죄는 끔찍하다. 하지만 역사상 어느 전쟁이든 가장 큰 피해는 민간 부문에서 나온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전쟁범죄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규탄하는 이유일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우크라이나 독립조사위원회는 최근 보고서를 내 러시아 드론 조종사들이 최근 1년여간 정기적으로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 드론을 보내 민간인을 공격했으며, 이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10월) 27일 전한 내용이다.
이번 조사는 최전선과 맞닿아 있는 헤르손은 물론, 니콜라예프(미콜라이우), 드니프로페트로프 등 3개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러-우크라 양측이 대치 중인 드네프로 강을 따라 남쪽에서 북쪽으로 300㎞ 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통제지역이다. 특히 헤르손주(州)의 주도 헤르손시(市)는 2022년 2월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장악했다가 그해 가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밀려 드네프르 강을 건너 동쪽으로 퇴각한 곳이다. 드네프르 강을 사이에 두고 러-우크라군의 공방전이 심했다고 봐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1년 사이 이들 지역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강화했으며, 세 지역에서 민간인 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드론은 민간 가옥, 집합장소는 물론 학교, 물품 배급소 등을 공격하고, 국제 인도법에 따른 특별 보호 대상인 구급차·소방대 등도 공격 표적으로 삼았다고 했다.
러시아 드론이 불에 타고 있는 건물 위를 맴돌다가 화재 진압을 위해 도착한 소방관들에게 수류탄을 투척하는 일도 있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드론 공격으로 인해 헤르손시와 인근 지역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으며 이 중 일부는 도시를 떠나면서 러시아의 전술이 실제로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드론 공격으로 공포 분위기를 만들고 주민들을 헤르손에서 내쫓으려는 의도적인 공격의 패턴을 보였다"며 "이는 강제 이주라는 반인도적 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러시아의 한 군 관련 단체는 지난 5월 드론 영상을 공개하며 "이 도시는 점점 해체될 것"이라며 "추가 소식에 주목하라"라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같은 보고서가 나온 뒤 러시아 매체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흰 깃발을 들고 러시아군 쪽으로 걸어오거나, 길거리에서 성호를 긋고 있는 할머니를 공격하는 드론 영상이 잇따라 실리고 있다.
렌타루 등 러시아 언론은 4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길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성호를 긋던 한 여성을 드론으로 살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종군기자 알렉산드르 시모노프의 텔레그램 채널에 처음 게재됐다.
영상을 보면 성호를 긋는 한 여성 위로 드론이 맴돌고 있다. 드론이 접근하자, 놀란 여성이 머리를 어깨에 파묻으려 애쓰는 순간, 폭발음이 들린다. 시모노프 기자는 "이 영상은 하르코프 지역에서 촬영되었다"며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조작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상은 러시아군이 배치된 부대의 뒤쪽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 SNS인 VK와 일부 TV채널에는 쿠퍈스크로 진격 중인 러시아군 부대를 향해 흰색 깃발을 들고 걸어오던 민간인들을 향해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공격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이에 앞서 러시아측이 임명한 헤르손주 주지사 블라디미르 살도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게 빼앗긴 올레시키 마을의 중앙시장을 공습한 뒤, 생존한 민간인(우크라이나에게는 사실상 반역자 혹은 부역자/편집자)들을 학살하기 위해 드론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잔혹한 우크라이나의 실체를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전쟁 범죄의 기준을 누가 더 잔혹한가에 둘 게 아니라 누가 더 절제하고 있느냐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는 나올 텐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격을 절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전쟁을 보도하는 전쟁 저널리즘(우크라이나전 3년째, 전쟁 저널리즘 이진희 저)에도 적용된다.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보도는 전쟁 종식과 전쟁 범죄 예방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