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러, 우크라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지역 예비군을 동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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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국가는 가용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온갖 꾀를 짜낸다. 우크라이나처럼 전시 총동원령을 내리는 게 최상의 방법이지만,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러시아가 전쟁 첫해(2022년 9월) 부족한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분동원령을 내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후 러시아는 큰 돈을 안겨주는 '계약 군인제' 로 필요 병력을 수급하고 있지만, 징병에 관한 법률을 계속 보완, 추가하는 방식으로 가용 인력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누구든지 군대로 데려가고자 하면, 거부하지 못하도록 법 체계를 꼼꼼하게 2중, 3중으로 그물망을 쳐두기 위해서다. 물론 전쟁 전과는 엄청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 IT 기술의 진보, 기존 법 체계의 유명무실화 등의 이유도 있다.

행정 문서에 서명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행정 문서에 서명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 에너지 등 주요 인프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 예비군 징집에 관한 법률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에너지와 교통, 물류, 공공시설 등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지역 내에서 예비군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지역 예비군제'라고 할 만하다. 

이 법안에 따르면 동원된 예비군(지역 예비군)은 지역 내 훈련소로 가 훈련을 받은 뒤, 방공 부대에 배치돼 주요 시설 파괴를 위해 날아오는 우크라이나 드론 격추에 나선다. 이 법안은 "러시아 연방군 동원예비군에 복무하는 시민은 러시아 연방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중요 시설 및 기타 필수 인프라의 보호를 보장하기 위해 특별 훈련 캠프로 파견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이미 이와 비슷한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이론적으로는 러시아가 앞으로 수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드론 방어에 나설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불타는 러시아 정유 시설/사진출처:델피 라트비아 러시아 사이트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불타는 러시아 정유 시설/사진출처:델피 라트비아 러시아 사이트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정유 시설을 감싼 그물말/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정유 시설을 감싼 그물말/텔레그램 영상 캡처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드론 방어에는 사실 정교한 방공 시스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날아오는 저속 드론을 중기관총이나 원시적인 대공포로도 격추할 수 있다. 실제로 느리게 비행하는 드론은 예비군들에게도 격추하기 어려운 목표물이 아니다.

지역 예비군을 동원하면, 또 적(우크라이나)의 드론으로부터 인프라를 보호할 책임이 분명해진다. 주요 인프라를 겨냥한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할 책임 지역이 명확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넓은 지역을 총괄하는 방공부대에 드론 격추 책임이 있는지, 지역 방어부대에 책임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이 법안은 지역 예비군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했다. 전쟁 첫해의 부분 동원령처럼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모든 러시아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국방부와 예비군 동원 계약을 체결한 사람들만 대상이 된다. 러시아군 총참모부(우리 식으로는 합참)는 "예비군과 (전쟁에 참여하는) 계약군, 동원및 징집 군인들과 헷갈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는 동원에 대한 잠재된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예비군의 활용은 동원령이나 전시에 한해 허용됐다. 이 법안의 채택으로 예비군이 평상시에도 주요 방어 임무에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집될 (지역) 예비군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역 예비군'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지난달(10월) 중순부터였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조직동원국 소속 블라디미르 침랸스키 중장이 지난달 22일 “예비군을 배치해 드론 공격으로부터 에너지, 운송, 정유 시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띄웠고, 국가두마(하원)는 지난달 말 정부로부터 넘어온 이 법안을 채택했다. 장거리 드론을 이용한 우크라이나 측의 주요 인프라 공격이 잦아지자,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원래는 '바그너 그룹'과 같은 군사 기업 설립도 고민했지만, 제2의 프리고진 군사반란 가능성을 고려해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징병 군인들/사진출처: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
러시아 징병 군인들/사진출처: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징집과 소환에 관한 새로운 법안에도 서명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징집 기간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중 내내 이뤄지며, 파견 시기및 근무지는 기존과 동일하다. 또 전자 소환장을 받은 뒤 '군 모병 사무소'(우리의 병무청 격)에 신고하는 기간을 20일에서 30일로 늘렸다. 이 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러시아는 원래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병역의무 대상자에게 통보하고, 징집했는데, 통보 시기를 연중 가능하도록 확대한 것이다. 징집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매년 4월 1일~7월 15일, 10월 1일~12월 31일 두 차례 이뤄진다. 

연중 징병제 법안을 발의한 하원 국방위원회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위원장은 "징병 제도가 최신 기술 변화에 맞춰 업데이트되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군 모병 사무소의 업무량을 연중 고르게 배분하고, 징집 대상자들에게도 편의성이 증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현재 18세~30세 남성들에게는 병역 의무가 부여된 '징병제'(徵兵制)를 채택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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