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러시아군의 포크로프스크 진격, 함락 직전 우크라 도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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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州)의 방어 요충지이자 요새인 포크로프스크가 함락 직전으로 몰렸다고 한다. 러-우크라군 양측의 주장은 서로 다르지만, 포크로프스크의 80%가 이미 러시아군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현지 소식은 사태의 긴박성을 알려주고 있다.

러시아군이 그동안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핵심 도시들을 하나씩 점령할 때마다 그 도시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은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 나왔다. 

도시 외곽으로 진입하는 러시아군. 드론 공격을 가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영상/텔레그램 캡처
도시 외곽으로 진입하는 러시아군. 드론 공격을 가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영상/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최전선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군인 드미트리 뎀쉰은 지난달(10월)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러시아군이 압박해 오면서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우크라이나 도시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했다.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선과의 거리에 따라 도시가 일정한 패턴을 갖고 변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우선 최전선이 도시에서 50~70㎞ 떨어진 경우다. 후방에 배치된 부대가 도시로 진입하면서 도시 생활은 흥청거리기 시작한다. 도시 내 상업 활동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돈이 굴러다닌다.

뎀쉰은 "이 시기가 도시 경제의 호황기"라며 "대도시인 하르코프(하르키우)를 빼고, 최전선 주변의 중소 도시들이 이렇게 많은 돈을 만져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소위 '전시 호황'을 겨냥해 도시에는 철물점과 자동차 부품점, 주유소, 식료품점, 카페, 피자집, 초밥집, 미용실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그래도 대형 유통업체가 없다면, 모든 상품의 가격은 거의 동시에 오른다. 이 호황은 전선이 35~40㎞ 떨어진 곳에 이를 때까지 지속된다.

이후는 2단계로, 전선이 35~40㎞로 접근했을 때다. 도시로 진입했던 후방 부대가 뒤쪽으로 물러나고, 직접 전투에 임하는 부대만 남았다.

뎀쉰은 "자영업자들이 하나 둘씩 부대와 함께 도시를 떠나지만, 시장 자체는 유지된다"며 "모든 분야가 이때야 말로 돈을 챙길 때라고 여긴다"고 썼다. 러시아군의 공습이 잦아지면서 도시 주변 지대(주로 산림, 산업지대)가 폐허로 변하기 시작한다. 일상 생활을 유지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필요한 생필품을 실어나르는 트럭이 일주일에 몇 번씩 들어온다. 

그는 "도심을 겨냥한 공습도 가끔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단계에서는 지차체 단위의 비리, 부정부패도 급격히 증가한다. 도로 표지판을 새로 설치하고, 화단을 만들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낡은 학교를 수리하는 데 예산이 막 쓰인다. 누군가는 그 돈의 일부를 챙길 것이다. 누구일까?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위험지역을 떠나는 우크라이나 가족/사진출처:우크라 경찰 당국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위험지역을 떠나는 우크라이나 가족/사진출처:우크라 경찰 당국 

시간이 지나면 전선은 도시에서 15~20㎞로 가까워진다. 도시는 이미 위험한 곳으로 변했고, 러시아군의 공격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도로에는 러시아군의 FPV(개인 조종이 가능한) 드론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거의 모든 주민들이 떠나고, 수백 명의 연금 수급자나 대기자, 갈 곳이 없는 사람들만 남는다"며 "군 기지의 규모도 줄어들고, 문명의 이기들도 사라진다"고 썼다. 

도시까지 5~10㎞가 남으면 막바지 단계로 넘어간다. 
뎀쉰은 "도시는 이제 러시아군의 카브(KAB, 활공폭탄)와 다연장로켓포(MLRS), 미사일, 각종 포격으로 점차 파괴된다"며 "남은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나 경찰의 도움으로 대피한다"고 설명했다. 

파괴된 포크로프스크/사진출처:우크라군 정보총국 GUR
파괴된 포크로프스크/사진출처:우크라군 정보총국 GUR
건물 안에서 사격하는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건물 안에서 사격하는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러시아군이 도시에 진입하고 시가전에 돌입하면, 그들의 은신처를 파괴하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자폭 시간'이 시작된다. 러시아군이 은신처로 사용할 수 있는 주택과 창고, 헛간, 지하실 등을 우크라이나군이 모조리 파괴할 차례다. "도시에서는 밀고 밀리는 시가전이 치열해지는데, 그럴 수록 도시는 더욱 폐허로 변한다"고 덤쉰은 적었다. 

끝내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이 뚫리고, 도시가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들어가면 공격과 방어가 서로 바뀌게 된다. 

그는 "러시아군이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도시에서 추가 진격을 위한 거점을 구축하는데, 이를 파괴하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이 시작된다"며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도시를 더욱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은 함락된 도시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도시는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서 비교적 안전한 지대가 됐다. 하지만 이미 거주에 적합한 주택도 없고, 도로 등 기반 시설도 거의 파괴됐으며, 물도, 전기도, 가스도 더이상 공급되지 않는다.

뎀쉰은 "도시에 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철을 모으는 일"이라면서 "하지만 고철 덩어리가 갑자기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 즈음 우크라이나군의 한 병사(아이디는 무치노이)는 "포크로프스크의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우리(우크라이나군)는 도시의 여러 구역에 대한 통제력을 점차 잃고 있다"고 썼다. 포크로프스크는 현재 함락 직전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주민들은 거의 떠나고 도시 기반시설들은 이미 폐허가 됐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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