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9월 5일 국방부를 전쟁부로 명칭을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따라 미 국방부의 공식 홈페이지와 현지 소셜 미디어들도 변경된 부서 명칭, 즉 전쟁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내 일부 언론도 전쟁부(국방부)라고 쓴다.
하지만, 전쟁부가 기존의 국방부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백악관 페이스북
미군 역사에서, 미 군부는 원래 육군을 담당하는 전쟁부와 해군을 담당하는 해군부로 나눠져 있었다. 지휘 체계상, 전쟁부와 해군부 간의 통합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건 제2차 세계대전에서다. 전쟁이 끝난 뒤 트루먼 대통령은 통합에 따른 논란들을 정리하고 1947년 7월 통합 국방법안에 서명했다. 이때 등장한 조직은 국가군사기구(National Military Establishment). 하지만 명칭 사용의 불편함을 이유로 2년 뒤인 1949년 오늘날의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로 개명됐다. 그로부터 근 76년 만에 미국에서 전쟁부라는 명칭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전세계가 국방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굳이 전쟁부라는 옛 명칭을 고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다. 전세계가 ministry of foreign affairs라고 쓰는 외무부를 우리나라는 외교부라는 명칭을 고집한다. 원래는 우리도 외무부로 썼다. 지난 2008년 외교와 통상 부문을 통합해 외교통상부로 조직을 변경했는데, 이때 약자로 외교부라고 했다. 하지만 2013년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이 산업부로 넘어가면서(산업통상자원부로 개칭) 외교 부문만 남았는데, 부서 명칭은 바뀌지 않았다.
문제는 외교부를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ministry of foreign affairs(약자로는 mofa)로 쓴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 외교(diplomacy)와 대외정책(foreign policy)을 포괄하는 외무(foreign affairs)부란 명칭을 쓰자고 꾸준히 주장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 언론에서 사용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 조직및 직제 명칭도 제각각이어서 한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 최고 사령관은 대통령이다. 통칭 군통수권자라고 부른다.
소련 시절의 군 전통을 그대로 물려받은 두 나라는 공히 군 최고 (총)사령관 Верховный главнокомандующий Вооружённых сил 이란 표현을 쓴다.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한때 우크라이나에서 점령당한 쿠르스크주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사진출처:크렘린.ru
실질적으로 군을 총괄하는 1인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합동참모의장(약칭 합참의장)이다. 그 아래에 각군 참모총장이 있다. 합참의장을 가장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보직은 합동참모차장이다.
우리나라의 합참의장에 해당되는 러-우크라 보직은 총참모장이었다. Начальник Генерального штаба라고 쓴다. 참모총장으로 번역하는 것도 가능한데, 그렇게 되면 육·해·공군을 비롯한 각군의 참모총장의 느낌을 주니 안된다. 바이러시아(buyrussia21.com)가 굳이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 격)이라고 쓰는 이유다.
최근에야 알았는데, 우크라이나는 2020년 3월 군 직제 개편을 통해 총참모장 Начальник Генерального штаба 을 총사령관 Главнокомандующий Вооружёнными силами Украины 으로 명칭을 바꿨다. 국군통수권자를 뜻하는 대통령은 최고 총사령관Верховный главнокомандующий이다. 총사령관 Главнокомандующий 명칭 앞에 Верховный(최고)라는 단어가 하나 더 붙어 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군 참모부를 이끄는 수장은 참모총장 Глава Генерального штаба 이 됐다. 러시아어로 Начальник와 Глава의 뉘앙스(어감) 차이로 보면 된다. 우크라이나의 군총사령관은 현재 알렉산드르(올렉산드르) 시르스키가, 군참모총장은 안드레이(안드리) 그나토프가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주 공격 작전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합참의장 격)/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우크라이나군 참모부를 총괄하는 그나토프 참모총장/텔레그램 영상 캡처
러시아에서는 여전히 군 서열 1위가 우리의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 Начальник Генерального штаба Вооружённых сил이다. 개전 이후 서방 언론에 의해 여러 차례 실각한(?) 발레리 게라시모프가 2012년 11월 이후 13년째 장수하는 중이다.
그를 보좌하는 우리의 합참차장 격으로는 제1 차장을 제외하고 5개 부서의 장이 차장(차장은 총 6명)을 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새로 등장한 참모총장 Глава Генерального штаба 직위가 필요가 없는 조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러시아군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 격), 러시아군 총사령관(우리의 합참의장 격)이라고 쓰는 게 타당하다. 일부 독자들에게는 좀 헷갈리더라도 말이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