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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결사저항해온 도네츠크주 전략요충지인 포크로프스크가 조만간 함락될 것 같다. 개전 초기 마리우폴을 시작으로 그동안 러시아군의 손에 떨어진 우크라이나 주요 요새(도시)들의 공방전을 보면, 현지 주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의 위기감 토로→러시아군의 전과 홍보→우크라이나군의 부인, 마지막(?) 반격 시도→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결사항전 촉구, 현지 방문→현지 전황에 대한 친(親)우크라이나 서방 언론의 우려가 쏟아진 뒤 얼마 후 함락됐다.
포크로프스크는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5일 포크로프스크의 도시 구석구석으로 침투해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또 해외 분석기관들이 공개한 전장 지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포위망을 불과 수㎞ 정도 남겨두고 있다.
일부 서방 외신은 포크로프스크 주둔 우크라이나군의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4일) 포크로프스크 전선에서 20㎞ 떨어진 부대를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헬기를 동원, 군정보총국(GUR) 산하 특수부대를 최전선에 투입하는 등 전세를 뒤집기 위해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현지 전황을 우려하는 서방 외신 보도는 국내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자주 인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주말을 앞둔 지난 7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전황'(Ситуация на фронте) 코너에서 "러시아군이 포크로프스크의 도시의 북서쪽, 북동쪽, 그리고 최북단 지점에 도달했다"는 독일 일간 빌트(Bild)의 군사 전문가 율리안 레프케(Julian Repke)의 정세 분석을 소개했다.
그의 전황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방어에 급급하고 있다. 그는 "포크로프스크나 그 주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단 한 건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일전에 나온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국기 게양은 러시아군이 장악한 적이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반격 작전의 성공과는 완전히 다른, 홍보 차원의 영상"이라고 썼다.
독일 공영방송 ZDF도 이날 "포크로프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조직적으로 후퇴하기에는 곧 너무 늦을 지도 모른다"며 "제25여단과 제37여단처럼 잘 훈련된 우크라이나 여단 중 일부는 포위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들은 상부의 철수 명령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후퇴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제155여단과 제92여단의 위치 또한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WP)는 5일 우크라이나는 포크로프스크를 지키거나, 국민의 생명을 지키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기로에 섰다고 분석했다.
WP는 "우크라이나군이 유리한 거점 지역으로 물러나는 것은 러시아군의 사기를 북돋우고, 예측 불허의 백악관에 키예프(키이우)가 모스크바의 공격을 저지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포크로프스크를 고수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군 병력과 장비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년 넘게 이 도시에 주둔해 온 우크라이나 차량화 소총 여단 소속 장교의 말을 인용, "포크로프스크 함락이 며칠, 길어야 2주 안에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장교는 르몽드에 러시아군이 도시를 포위 공격할 수 있도록 방치한 군 지휘부의 작전상 실패를 비판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는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은 "러시아가 병력과 드론 면에서 3대 1의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우리가 열 명의 적을 섬멸하면 곧바로 또 다른 적이 나타난다. 드론 전초 기지를 파괴하면, 다른 곳에 또 나타난다"고 혀를 내둘렀다.
서방 외신이 우려하는 것은 마지막 순간에 급하게 후퇴할 경우, 막대한 인명 피해와 군사 장비의 손실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와 아브데예프카(아우디우카),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점령지 등에서 급박하게 철수할 때 부대 내의 무질서와 혼란 등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학습효과를 갖고 있다.

ZDF는 이 점을 짚으며 "우크라이나 군 최고 지도부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국내 정치적 홍보를 생명보다 우선시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GUR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산하 특수부대의 전격 전선 투입과 최전선에 간 키릴 부다노프 GUR 수장의 영상은 언론 보여주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 서열 2위이자 군참모부를 총괄하는 안드레이 그나토프 참모총장총장은 7일 조만간 포크로프스크에 대한 (최종)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결정은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군 사령부에서 내릴 것"이라며 "결정 시기와 내용, 공개 시점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 사이에는 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정보를 자제해달라고 그는 요구했다. 정치권과 언론. 인플루언스 등의 전황 분석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포크로프스크-미르노그라드 전선에서의 무조건 철군 요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군 최고 지휘부의 딜렘마는 포크로프스크의 사수냐, 철수냐의 선택이 너무 어렵다는 데 있다. 이 도시가 지닌 전략적 중요성과 경제성, 대외적인 상징성 때문이다.
우선 우크라이나군이 이 곳을 빼앗기면 포크로프스크 북쪽의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 남쪽의 드루즈키프카와 코스티안티노프카 등 4개 도시를 잇는 이른바 '요새 벨트'가 처음으로 뚫리게 된다.

물론 포크로프스크가 함락된다고 해서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나머지 지역을 쉽게 장악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다른 도시 하나를 점령하기 위해 1년 가까이 사투를 벌여야 할 수도 있다.
WP는 러시아군이 포크로프스크를 장악하면, 상대적으로 방어가 취약한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州)와 자포로제(자포리자)주(州)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이 주공격 방향을 그쪽으로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군이 포크로프스크 남쪽의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州)와 자포로제(자포리자 州)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공세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발발 이후 지난 10년간 주요 전장이 되었던 적이 없던 지역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요새화가 상대적으로 덜 된 편이다. 러시아군이 그만큼 쉽게 돌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마리야나 베주글라야 의원은 전날(6일)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군 지휘부를 비판했는데, 그 요지가 바로 러시아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작전에 속았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포크로프스크 북쪽의 도브로필리아를 공격하는 척 하면서 우크라이나 수비군을 그쪽으로 끌어들인 뒤, 포크로프스크를 쳤고, 포크로프스크로 수비대가 집결하자, 바로 남쪽의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와 자포로제주 깊숙히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군사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군 지휘부로서는 당장 화급한 불길을 막기 위해 군이동을 지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러시아군의 전략에 허둥지둥하면서 끌려다녔다는 비판이다.
러시아군의 이같은 전술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협상을 대비한 협상 카드의 하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와 자포로제주의 상당한 영토가 러시아군의 손으로 넘어간다면, 도네츠크주 전체 지역의 장악 여부와 상관없이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에서 현저하게 밀린다는 인상을 주게 되고, 결과적으로 '평화·영토와 영토의 교환 방식'(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신, 평화협정과 돈바스외 지역의 땅을 돌려받는 방식/편집자)을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을 잃게 된다. 푸틴 대통령이 평화협상에 소극적이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의혹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푸틴-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알래스카에서 만나 비밀리에 합의한 내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포크로프스크 사수의 필요성에 대해 "러시아는 포크로프스크를 통해 전장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며 "러시아 측은 '어차피 우리는 돈바스를 점령할 것이니, 시간이 필요하다'고 (미국 측에) 요구하고, 그 뒤에 합의(휴전)할 것'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포크로프스크 점령 후 러시아군의 진격은 도네츠크주 나머지 지역과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자포로제 중 어디로 향할까?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언론인 출신으로 우크라이나 군 장교인 스타니슬라프 부냐토프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내 우크라이나군 주요 요새를 우회해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와 자포로지아주 교차 지점을 거쳐 자포로제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주글라야 의회 의원은 즉각 이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남부 지역에는 방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며, 군 지도부조차 없다"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남부 오데사 지역을 직접 통제 하에 두기 위해 최근 오데사 시장을 축출한 뒤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군사행정부 수장인 리삭을 그 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그녀는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에서는 군사 방어 에 대한 결정을 내릴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방어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중요하고 위험한 지역이 자포로제와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라고 스트라나.ua는 주장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전선이 이 지역에서 북쪽과 서쪽으로 멀어질수록, 러시아 본토에서 크림반도로 통하는 육상 통로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더욱 안전해진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포기할 수 없는 땅인데, 지금까지는 육상 통로가 극도로 취약했다.
또 러시아가 드네프르 강과 자포로제로 돌파구를 마련할 경우, 드네프르 강을 건너 서안(西岸) 지역에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러시아가 러시아계 주민들이 많이 사는 돈바스 지역을 내놓으라는 요구 때문에 도네츠크주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전략적으로는 이 지역이 러시아에게는 이점이 별로 없다. 이 지역을 러시아측에 넘긴다고 해도 우크라이나군의 가장 중요한 병참로는 단절되지 않는다. 수도 키예프로의 진격로도 험난하다.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를 지나면 바로 바르빈코베 주변의 강력한 우크라이나군 요새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군이 자포로제와 드네프르 강 서안 지역을 확보하면, 우크라이나군 병참 루트는 사실상 차단되고, 우크라이나 중부 지역으로 곧바로 통하는 길로 올라서게 된다.
나아가 러시아군이 드네프르강 서안에 군 요새를 건설하면 서쪽의 크리비리흐를 위협하면서 남쪽의 오데사에서 크리비리흐, 드네프로로 이어지는 흑해 물류망을 통제할 수도 있다. 자칫하면 우크라이나는 바다가 없는 내륙 도시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솔직히 러시아군이 드네프로시(市)와 자포로제시 5~10km 이내로 접근한다면, 두 도시의 일상 생활과 경제 활동은 사실상 마비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모스크바는 겉으로는 도네츠크주 통제권을 요구하면서 군사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더 위협적인 드네프르강과 자포로제강으로 짓쳐들어갈 수도 있다.
러시아군의 포크로프스크 포위 주장이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지난 10월 말쯤이다.
스트라나.ua는 10월 27일 '포크로프스크는 포위되었나요?'(Окружен ли Покровск)라고 물으며 전날(26일)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포크로프스크 포위 주장을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당연히(?) 러시아군의 포위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포크로프스크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후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반(反)젤렌스키 성향의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는 "10월 말 현재, 포크로프스크와 미르노그라드는 적(러시아)의 드론에 포위당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은 매일 러시아군에 의해 실제로 포위당할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러시아쪽 주장에 섰다.
현지 지휘관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우크라이나 돌격부대 신임 부대장인 발렌틴 만코는 10월 27일 SNS에 최전선 군사 지도를 게시하면서 러시아군의 점령지역이 전황 분석 사이트 '딥 스테이트'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선에서는 최대 9km까지 차이가 났다.
현지 주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이에 반발하자, 만코는 더 큰 고해상도의 지도를 공개하면서 "정말 자세히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선을 공개한다"고 반박했다.
그의 전선 (작전) 지도 공개는 "맞다" "틀리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면서 '스캔들'로 비화했다. 조만간 진위가 가려질 것이다.
서방 외신이 포크로프스크 전황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것은 그보다 한 달 가량 앞선 9월 중순께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 스카이 뉴스 TV가 9월 18일 영국 킹스 칼리지 국방학부의 전문가인 마리나 미론의 말을 인용해 "포크로프스크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드론을 이용해 '킬링 존(죽음의 지대)'를 만들어 우크라이나의 보급망을 차단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론은 "러시아군은 정면 공격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도시를 포위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고기 분쇄기'로 불린 바흐무트 공격과는 달리 러시아군은 느리지만, 손실이 적은 '변화된 공격 작전'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포크로프스크 공략에서 정면 공격보다 5~10명 규모의 소규모 보병 부대가 드론의 엄호 아래 방어망을 돌파하는 '게릴라식 침투 작전'을 펼쳤다. 이같은 전략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 체계를 뒤흔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포크로프스크 내부로 진입한 것은 그로부터 두달 전인 7월 말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7월 31일 "우크라이나가 포크로프스크를 잃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며 러시아군의 진격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반박했다.
이 신문은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낮고 전망을 우울하다"며 "드론의 끊임없는 위협으로 죽음의 함정으로 변했다"는 한 병사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포크로프스크 함락은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의 문제"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7월 31일 대 국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의 소규모 집단이 포크로프스크로 침입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포크로프스크시 당국이 주민들 대피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금부터 무려 1년 3개월여 전인 지난해(2024년) 8월 중순이다. 전선이 도시로 가까워지자 포크로프스크 당국은 8월 19일 주민들에게 신속한 대피를 요구했고, 오후 3시부터 이튿날 11시까지 긴 통금을 선포했다. 포크로프스크의 은행들은 다음달(9월) 2일부터 폐쇄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주 기습 공격으로 러시아군의 포크로프스크 공세는 지지부진했고, 새해(2025년) 들어서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다시 포크로프스크의 전황과 중요성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