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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9개월째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현대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인기(드론)의 효능이다. 전차(탱크)를 앞세워 적진을 돌파하는 제2차 세계대전 형 공격 작전은 값싸고 효율적인 드론의 등장으로 옛날 일이 됐고, 후방에서 적진을 향해 포격을 가하는 자주포 등 포대도 자주 위치를 옮겨야 했다. 포탄을 매단 드론(자폭 드론)이 전차 부대를 향해, 또 포대를 향해 날아가 자폭하니 공격을 가하는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당연히 드론을 막기 위한 안티(반·反)드론 수법도 날로 진화하는 중이다. 우스꽝스럽게 전차에 드론을 막는 그물망을 달고, 에너지 인프라 등 주요 시설을 그물망으로 감싸는 게 대표적이다. 날아오는 드론을 격추하는 드론 방어 전문 예비군 부대도 생겨났다. 드론은 미사일보다는 느리게, 또 육안으로 날아오는 모습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군에서 전역한 지 세월이 좀 흐른 예비군들도 비교적 간단한 화기로 격추가 가능하다.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최근 드론 잡는 지역 예비군 동원령에 서명했다. 최소한 수천 명의 예비군들이 주요 국가 기간 시설에 대한 드론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격하는 입장에서 보면 가장 위협적인 게 드론으로 형성된 '방어 장벽' 혹은 '킬(링) 존'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하는 전투기를 격추하기 위해 상공에 탄막을 형성(일정 공간을 향한 집중사격, 통상 탄막사격/편집자)하듯이, 적의 공격 루트에 드론을 이용한 '방어벽' 혹은 '킬 존'을 만든 것이다. 지정한 특정 공간에 적이나 전차(등 군사장비)가 들어오면 곧바로 FPV드론(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의 드론.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면서 조종하는 드론/편집자)을 띄워 보이는 족족 파괴하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지금까지 러시아군의 공세를 효율적으로 방어한 데는 이같은 '드론 장벽'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같은 방어 전략도 시간이 흐르면 상대방의 새로운 공격 작전에 깨지기 마련이다. 최근 함락 직전에 몰린 도네츠크주(州) 포크로프스크 공방전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장벽이 러시아군의 새로운 공격 전술에 의해 무너진 첫 번째 전투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3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전황' 코너에서 "러시아가 최근 상당한 전과를 올린 포크로프스크와 쿠퍈스크, 굴리아이폴레 등의 전투 양상을 보면, 우크라이나의 핵심 방어 전략 중 하나인 '드론 장벽'과 '킬 존'의 효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방어 시스템'을 무너뜨릴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가 포위된 우크라이나의 요새(도시)를 외부 지원 부대와 갈라놓기 위해 '킬 존'을 거꾸로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론 운영자(조종사)들을 추적하는 '루비콘 부대'를 주요 전선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주요 전술적 우위(드론 장벽) 중 하나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루비콘 부대는 첨단 전자전 기술과 자체적으로 개발한 '헌터(사냥) 드론' 함대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FPV 드론 요원들이 드론을 발사하기 전에 탐지, 추적, 제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예 드론 부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정거리(드론 운용 작전 범위)를 최전선에서 최대 10㎞까지 넓혀 우크라이나의 공급망을 집중 타격한다. 후방에서 전방 부대로 군사 물품을 보급하는 우크라이나의 중형 쿼드콥터(드론)과 지상 로봇, 차량 등을 파괴한 것이다. 특히 루비콘 부대의 정찰대는 지하실이나 숲속에 숨어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원들을 추적한 뒤 직접 제거하거나, 좌표를 전투기에 견네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한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디지털 전장에 무서운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루비콘 부대의 등장으로 우리(우크라이나) 드론 운영자들이 매우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는 거의 2년 동안 공격해 오는 러시아군을 무수히 격파해 왔지만, 이제는 거꾸로 사냥을 당하는 입장에 처했다는 것이다.
미 필라델피아에 있는 외교정책연구소의 롭 리 연구원은 "러시아 루비콘 부대에는 현재 약 5,000명이 소속돼 있으며, 보충 자원 자체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그는 "루비콘 부대는 공격 작전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무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드론 요원들을 양성하는 러시아 드론 전략의 종합 전술 센터"라고 설명했다.

러-우크라 양 진영에서 드론을 전장에 무수히 투입하다보니, 양측 모두 적 드론을 탐지하고 무력화하기 위해 대형 '재머'(전자파 교란 장치/편집자)와 전자 감시 장비를 사용한다. 문제는 재머 자체가 독특한 전자 신호를 생성한다는 것. 위치가 쉽게 노출되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셈이다. 또 해킹과 방향 탐지 시스템을 이용해 적의 송신기 위치도 파악이 가능하다.
드론 발사 시스템의 파악 능력은 소위 '드론 전쟁'에서 제공권에 비교된다. 러시아는 루비콘 부대의 끊임없이 진화를 통해 '드론 전쟁'에서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다(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런던에 있는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전자전 전문가 톰 휘팅턴은 "고양이와 쥐의 게임과 같다"고 말했다.
루비콘 부대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지난 8월 쯤이다.
스트라나.ua는 지난 8월 "루비콘 부대가 전장의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드론 전문가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우거진 숲속에 전술 레이더, 즉 360도 감시 레이더(Енот-СД, Enot-SD)와 지향성 도플러 레이더(Волна와 Репейник, Volna와 Burdock 등)를 최전선에 배치한 뒤 전자전 시스템과 결합해 우크라이나 드론에 대한 대응 능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첨단 레이더 네트워크와 전자전(SW) 시스템, 전자 방해 공격(ECM) 능력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우크라이나 드론의 발사 시점을 감지한다는 것이다. 정찰과 전자전, 드론 운영자가 단일 알고리즘 내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드론 전문가는 텔레그램에 "러시아는 가능한 모든 고도에 SIGINT(Signal Intelligence·신호정보의 약자, 통신 신호나 전자 신호를 감청·분석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첩보 활동/편집자) 시스템을 배치해 우리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썼다. 우크라이나 드론 운영자가 움직이면 바로 공격을 받는 구조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드론부대의 한 병사는 서방 외신에 드론 부대의 규칙을 이렇게 말했다.
"조용히 앉아 침묵하고, 급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말라. 시간이 날 때 운동 삼아 산책할 생각을 아예 버려라. 그냥 여우 굴에 처박혀 인스타그램이나 보라."
우크라이나 항공 정찰 지원 프로젝트의 창립자인 마리아 베를린스카야는 루비콘을 러시아 군대의 가장 효과적인 새로운 전자 시스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녀는 "루비콘 부대의 운영은 체계적이고, 최고의 인력이 배치돼 있으며, 자금 등 필요한 모든 자원이 제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콘 부대는 최근 1년 간의 작전을 통해 수천 대의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와 드론을 파괴했으며, 우크라이나 드론 운용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고도 했다.
루비콘 부대는 1년 전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지시로 창설됐다. 2024년 8월 우크라이나군의 기습적인 쿠르스크 점령 작전이 그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드론과 전자전을 적극 활용해 신속하게 공중및 전자전 우위를 확보하고 쿠르스크주 장악에 성공했다.
독일의 데르타게스 슈피겔도 지난 9월 "러시아는 효과가 입증된 비밀 전투부대를 창설했다"며 루비콘 부대를 조명했다. 포크로프스크 전선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소속인 줌머는 이 매체에 "루비콘은 막대한 재정 및 인적 자원 덕분에 하루 24시간, 주 7일 가동된다"며 "우리(우크라이나)는 교대 인력이 없어 24시간 가동할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루비콘이 이미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대항할 수 없는 무서운 존재로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루비콘 부대의 등장으로 우크라이나의 기존 방어전략도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23년 가을의 대대적인 반격작전이 실패한 뒤 새로운 전쟁 전략을 수립했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전선에서의 막대한 손실, 줄기찬 대(對)우크라 공습 등으로 러시아가 조만간 전쟁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수립한 '소모적 방어 전략'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군부는 올해 초부터 러시아군의 공격 루트에 '드론 장벽'과 '킬 존'을 구축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기고 우크라이나가 졌다'고 말할 수 없는 전선의 교착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등 서방에서도 이에 부분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었던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 대사가 지난 9월 러시아가 전선의 교착 상태를 깨기 직전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최근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의 기존 방어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도네츠크주(州) 전략 요충지 포크로프스크를 중심으로,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주(州)와 자포로제(자포리자)주(州) 전선에서 생겨난 변화 흐름이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가 자랑해온 '드론 장벽'에 구멍이 뚫렸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우연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구축해온 러시아의 새로운 공격 전술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 러시아군은 주요 전선에 루비콘 부대를 배치해 '드론 제공권'을 장악한 뒤 우크라이나군의 공급망을 차단하고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원들을 하나하나 격파했다. 그 결과, 특정 전선에서는 '드론 장벽'이 일정 시간 동안 사라졌고, 그 틈을 타 러시아군이 소규모로 적진 깊숙히 침투한 것이다. 그렇게 포크로프스크도 함락 직전으로 몰렸다.
군사 전문가들은 심각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장벽'이 무너지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을 힘이 없을 것으로 본다. 포크로프스크 함락 위기도 이 주장에 힘을 보탠다. 우크라이나로서는 기존 방어 전략을 개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독일산 레오파드 전차와 미국의 F16 전투기, 다연장로켓시스템 하이마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스톰 섀도 등 그동안 숱하게 많은 서방의 군사 장비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을 바꿀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루비콘'이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