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 2026

우크라 부패 스캔들 국면 전환-3)유럽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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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치 못한 국면 전개 두가지-젤렌스키의 선택에서 계속.

러시아의 특수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게 전략적 패배를 안겨 유럽 대륙의 안보를 보장하자는 게 유럽 주요 국가들의 목표였다. 개전 초기에 물러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이 구상의 대표 주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쟁 발발 한달 후인 2022년 3월 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튀르키예(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평화 협정(초안)에 합의했을 때, 급히 키예프(키이우)를 찾아 서방의 지원을 약속하며 계속 싸울 것을 종용했다.

러-우크라 협상에 참여했던 우크라이나 집권여당 '국민의 종' 대표인 아라하미야 대표가 2023년 11월 이같은 비화를 공개했다. 아라하미야 대표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핀란드가 과거(1939~1940년 겨울전쟁/편집자)에 그랬던 것처럼, 그때 우리도 '중립 노선'을 받아들인다면, 러시아는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었고, 전쟁이 끝났을 것"이라며 "우리가 나토(NATO)에 가입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중요했다"고 털어놨다. 

존슨 전 영국총리가 키예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텔레그램 영상 캡처
존슨 전 영국총리가 키예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텔레그램 영상 캡처

 

아라하미아 대표의 발언을 믿는다면, 우크라이나는 그때보다 훨씬 나쁜 종전 및 평화 조건(평화안)을 받아들일 것이냐를 두고 현재 씨름하고 있다.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전체와 자포로제(자포리자)와 헤르손 중의 상당 부분마저 러시아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4년 가까이 전쟁을 치른 대가이자 결과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어쩌면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집권 2기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내놓은 평화안에 계속 제동을 걸며 대(對)우크라 군사 지원과 대(對)러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추진해 왔다. 사실상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는 미국의 새로은 평화 계획(평화안) 28개 항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합의안이 알려진 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 정상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우크라 간 후속회담 이후에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지 매체 RTL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사실상 항복을 의미하는 평화(미국의 새 평화안/편집자)는 원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와 평화 협정 체결 시, 우크라이나의 1차 방어선은 자국 군대의 재건이며, 이에 대한 제한(평화안에는 60만명/편집자)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메르츠 독일 총리와 함께 유럽연합(EU)와 일본, 캐나다 등을 설득해 미국의 평화계획에 대한 공동 성명을 내고 "추가 작업을 요구하는 초안이라고 믿는다"고 수정 의지를 분명히했다. 성명은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철수와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제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유럽의 이같은 움직임을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노력을 치하하면서도 일부 조항의 수정을 시도하는,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제네바 미-우크라 후속회담 직전 공개된 24개 항의 유럽 평화 계획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평화안과는 상당한 거리가 느껴지는 방안이다. 평화안 합의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영토 문제와 전후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규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등에서 정확하게 미국의 반대편에 서 있다. 

23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우크라 평화안 후속 협의/사진출처: topnews.ru
23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우크라 평화안 후속 협의/사진출처: topnews.ru

솔직히 말해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종 결과를 짐작하는 건 불가능하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설을 다 믿을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4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 중 '제네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Что произошло в Женеве?)라는 코너에서 "협상과 관련된 공식적인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에서 언론 보도와 소문, 관측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부는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날(23일) 저녁 내내 진행된 회의 도중, 미-우크라 대표단이 때때로 밖으로 나와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회담이 생산적이었으며, 상호 이해에 도달한 부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합의 '데드 라인'인 목요일(27일)이후에도 협상을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고, 소위 유럽 평화안은 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네바 회담을 정리하는 미-우크라 성명을 보면 평화를 위한 새롭게 개선된 틀(프레임워크)는 마련한 것이 최대 성과로 평가된다. 루비오 장관은 그러나 "앞으로도 며칠간 작업을 계속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아직 완전히 완성된 것은 아니며, 최종안은 양국 대통령에 의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우크라 안팎에서 여전히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주 철수와 나토(NATO) 가입 건 등 핵심 쟁점은 미-우크라 양국 정상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제네바 협상에 참여한 알렉산드르 베브즈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SNS에 "모두가 알고 있던 28개항 계획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부 조항은 삭제되었고, 다른 조항들은 수정되었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들이 내릴 것"이라고 썼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은 제네바에서 기존 평화의 28개 항이 19개 항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빠진 항목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 동결 자산 해체및 사용에 관한 조항이 삭제되었다고 꼭집어 보도했다. 이 통신은 신속한 휴전을 위해 핵심 논의 사항을 줄였으며, 빠진 조항들은 향후 별도의 문서에서 거론될 것이라고 했다.

제네바 후속 협상이 끝난 뒤 기자회견하는 우메로프 우크라 안보회의 서기, 루비오 미 국무장관/영상 캡처
제네바 후속 협상이 끝난 뒤 기자회견하는 우메로프 우크라 안보회의 서기, 루비오 미 국무장관/영상 캡처

사실이라면, '선(先)휴전 후(後)논의'를 주장해온 우크라이나와 유럽에게는 '굳 뉴스'다. 미-우크라 협상팀은 제네바에서 유럽 안보 팀과 다양한 방법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수정안에는 유럽측 의견도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영토 문제와 군사력 유지 문제, 나토 가입 등 핵심 쟁점이 미-우크라 두 정상의 손으로 넘겨진 것은 우크라-유럽의 전략적 승리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이같은 보도에 기대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루슬란 스테판추크 최고라다(의회) 의장은 24일 점령된 영토의 러시아 관할권 인정,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제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을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없는 '레드 라인'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다. 그는 23일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우리의 노력에 전혀 감사를 표하지 않고, 유럽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인 석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우리의 노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려는 미국의 시도, 즉 미국 평화안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 협상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튿날(24일) SNS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정말 상당한 진전이 있을까? 직접 보기 전에는 믿지 말라. 하지만 좋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썼다. 미-우크라 사이에 이견을 인정하면서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노력을 보는 유럽의 시각은 '패싱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곧 미-러 야합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유럽은 27일까지 우크라이나 수용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속도전에 충격을 받았으며, 가능한 한 그 실행 속도를 늦추려 한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유럽의 '지연 작전'에는 한계가 있다"고 유럽의 한 고위 군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럽이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군 병력을 60만 명으로 제한하는 조항을 없애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대립 구조에서 우크라이나를 일정한 군사력을 지닌 완충지대화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린다.

EU/사진출처:epha.org
EU/사진출처:epha.org

유럽의 이같은 기조는 평화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예상된 것이다. 20일 평화안을 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튿날(2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한 뒤 문서 수정의 의도를 드러냈다. 유럽은 미국의 새 평화안을 "우크라이나의 항복"이라고 부르며,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이 안의 실행을 막으려고 할 것으로 로이터 통신은 내다봤다. 

유럽의 수정 노력 이면에는 두 가지 딜렘마가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에 돈을 주면 바로 부정한 정치인들의 뒷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일부 국가 정상(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주장이 부담스럽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임하고, 들어선 우크라이나의 새 지도부가 전임자들의 실패를 비난하며 고통스러운 타협의 필요성을 선언한다면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평화안을 거부할 경우, 직면할 재정적 부담이다. 유럽 ​​위원회는 향후 2년간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에는 1,357억 유로가 필요하다는 문서를 EU 회원국들에게 보냈다.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거나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활용한 '배상 대출'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EU 전체가 공동 부채를 안고 가야 한다고 유럽위원회는 밝혔다. 세 가지 방법 중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자칫하면 주요 국가 정치인들에게는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미국이 군사 지원을 중단한 상태에서 최종 목적인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유럽이 그동안 우크라이나 측에 △동원 연령(25세→22세)을 낮추고 △병역 기피자와 탈영병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설득할 것을 촉구해온 이유다.

유럽의 수정안이 미국에 의해 받아들여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계획에 대한 어떠한 수정안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 주도의 평화 방안 제시→우크라및 유럽의 반대→평화 방안의 수정안 도출→러시아의 결사 반대→출발선으로 회귀라는 도돌이표 종전 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분명히 어느 한 단계에서 누군가의 양보가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우크라및 유럽의 반대'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 유럽이 가장 유려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국면 전개 두가지-러시아의 대응으로 이어집니다

이진희 기자 jhman4u@buyrussi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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